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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 과격한 시위 정당한 방법일까

빙글빙글 세상이야기

  • (2024-01-05 10:55)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환경단체의 시위가 과격해지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스포츠 경기를 방해하고, 세계적인 명화에 토마토소스와 스프 등을 뿌리고, 도심의 차선을 점거하여 차량의 통행을 방해하는 등의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환경보호’라는 슬로건 아래 시위를 하지만, 선수들의 중요한 경기를 방해하고, 예술품과 재물에 손상을 입히며 사람들에게 불편을 자아내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과연 환경을 위해서 거친 시위를 하는 것이 정당한 것일까?


모순적인 시위, 남는 것은 불편함뿐
환경단체들의 도를 넘는 시위로 인해 많은 사람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일부 대중과 언론, 매스컴 등은 이들을 향해 ‘에코 테러리스트(Eco Terrorist)’라고 비판하기에 이르렀다. 법과 예절을 지키지 않는 시위는 테러 행위와 다를 것이 없다는 의미다. 

지난해 5월 말, 환경단체인 ‘울티마 제네라치오네’는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우리는 화석에 돈을 내지 않겠다’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트레비 분수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우리나라가 죽어가고 있다”고 외치며 식물성 먹물을 부었다. 울티마 제네라치오네는 “최근 이탈리아 북부를 강타한 홍수 피해를 계기로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시위를 벌였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실제로 같은 달 16~17일 이틀간 쏟아진 폭우로 14명이 숨지고 3만 6,0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하지만 사회의 눈초리는 따가웠다. 당시 현장에 있던 관광객들은 이들을 향해 야유를 보내고 동영상 촬영을 통해 SNS에 업로드했다. 또한 로마 시장은 “분수를 비우고 다시 채우는 데 30만 리터의 물을 낭비하게 됐다”며 “환경 피해도 상당하다”고 밝혔다. 환경을 생각한 시위가 도리어 환경을 파괴한 모순적인 형태를 띤 것이다.
▷ 지난해 7월 윔블던 테니스 대회에서 주황색 종이를 뿌리는 ‘저스트 스톱 오일’ 환경단체(사진: 저스트 스톱 오일 유튜브 캡쳐)

이들의 시위는 SNS를 통해 전 세계에 빠르게 퍼졌고, 각국의 환경단체들은 이들의 행동을 옹호하며 활동에 활기를 띠었다. 지난해 7월 5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23 윔블던 테니스 대회에서 경기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환경단체 ‘저스트 스톱 오일(Just Stop Oil)’의 활동가 2명이 경기가 진행 중이던 18번 코트에 난입해 주황색 종이와 퍼즐 조각 등을 쏟아부으며 혼란이 발생했다. 경기 직후 불가리아 출신 테니스 선수 그리고르 디미트로프는 “기분이 좋지 않다”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뿐만 아니라 저스트 스톱 오일의 활동가들은 지난해 10월 14일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에서 반 고흐의 명화 ‘해바라기’에 토마토 스프를 끼얹는 시위를 벌였다. 또 손에 접착제를 발라 미술관 벽면에 붙이기도 했다. 활동가들은 “예술이 환경 문제보다 소중할 수 없다”고 취지를 밝히기도 했다. 경찰은 이들을 재물손괴와 불법침입 혐의로 체포했다. 
▷ 지난해 10월 폭스바겐 아우토슈타트 박물관에서 시위를 벌인 ‘사이언티스트 리벨리언’ 환경단체 (사진: 사이언티스트 리벨리언)

다소 웃음을 자아내는 시위도 있다. 지난해 10월 기후 위기 대응을 연구하는 과학자 모임인 ‘사이언티스트 리벨리언(Scientist Rebellion)’ 소속 활동가 9명이 독일 폭스바겐 아우토슈타트 박물관을 찾아 밤샘 시위를 벌였다. 폭스바겐 박물관 직원들은 이들의 시위 권리를 인정하고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박물관 문을 닫고 나가며 전등과 난방을 꺼버렸다. 이에 활동가들은 “박물관이 시위권을 지지했지만, 그들은 먹을 것도 제공하지 않았으며 난방과 조명까지 다 끄고 떠났다”며 비인권적인 대우에 불만을 표출했다. 이들은 모두 다음 날 아침 경찰에 체포되어 무단침입 및 재물손괴 등으로 기소됐다.


왜 과격한 시위를 하는걸까?
관광명소, 예술품 등을 겨냥하여 과격한 시위를 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 사회적인 시선으로는 용납할 수 없는 행동임이 분명해 보인다. 이들의 시위 행동은 공공장소에서 벌어지는 경우가 많아 대중들의 SNS를 통해 퍼지는 경우가 많으며 SNS 속에서는 이러한 과격한 시위 활동을 비판하는 댓글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환경 전문가들의 반응은 반대다.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싱크탱크 사회변화연구소(Social Change Lab)가 사회학, 정치학 및 관련 분야 전문가 1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문가들 대부분이 환경단체 활동가들의 가장 중요한 무기가 ‘비폭력 파괴적 전술의 전략적 사용’이 될 수 있다고 조사됐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학자 10명 중 7명은 이들의 시위 전술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했으며, 언론을 통한 보도와 폭력적인 전술보다 더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제임스 오즈덴(James zden) 사회변화연구소 소장은 “시위에 대해 대중과 언론이 말하는 것과 학계가 말하는 것 사이의 모순에 정말 놀랐다. 사회 운동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전략적 붕괴가 효과적인 전술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 운동의 성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전술적 요소라고 생각한다”며 “사회 변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 우리의 견해에 결함이 있을 수 있다는 점과 효과적인 시위의 지표로 사람들의 첫 반응을 취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지적한다”고 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1950~60년대의 여성 투표권을 위한 투쟁과 민권 운동과 같이 높은 평가를 받는 역사적인 항의운동에도 일부 파괴적인 요소가 있었던 것을 언급하며 이와 같은 시위는 과거부터 이어져 왔다”고 주장했다.

▷ 지난해 10월,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서 도로를 점거한 환경단체(사진: 저스트 스톱 오일)

EU, “강력대응 조치”
환경단체가 가장 많이 활동하고 있는 유럽지역 내 정부들은 이제까지 이들의 시위 권리를 존중해 용인해왔지만, 지난해 더 극심해진 활동으로 강경하게 대응하는 쪽으로 기조를 바꾸고 있다. 영국은 경찰이 특정한 장소를 점거하는 시위대를 강제로 이동 및 해산시킬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공공질서법(New Public Order Act)’을 지난해부터 시행했다. 이 법안에는 시위 등으로 교통 통행을 방해해 혐의가 인정된 사람은 최대 6개월의 징역에 처하고, 시위대가 다른 사람이나 재산 등에 불을 붙이는 행위도 강력히 처벌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수엘라 브래버먼(Suella Braverman) 영국 내무장관은 “대중은 이기적인 시위대에 의해 삶을 충분히 방해받아왔다”고 밝혔다. 또 프랑스는 과격한 시위를 벌여온 환경단체 ‘지구의 봉기(Les Soulvements de la Terre)’를 비합법 단체로 규정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에서 환경단체를 제재 대상에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단체는 지난 2021년부터 각종 기반 시설을 점거해 시위를 벌였고, 지난해 3월 프랑스 생트솔린 지역에서 대형 저수지 건설 반대 시위를 벌이다 경찰과 충돌해 수백 명이 다치기도 했다. 올리비에 베랑(Olivier Vran)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이들의 과격한 시위는 표현의 자유나 시위의 자유가 아니라, 재산과 사람에 대한 반복적 폭력”이라며 “법치국가에서 폭력 사용은 정당하지 않다”고 전했다.

 
전재범 기자johnny59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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