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돋보기

<사설> 지지부진한 가상자산 입법이 코인 사기 부추긴다

  • 기사 입력 : 2024-05-03 09:25
  • x

21대 국회에서 가상자산 관련 법안을 발의했던 의원들이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거 낙마하면서 관련 법안 마련에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코인으로 통칭되는 가상자산이 발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이었다. 개인 간 거래를 기반으로 탄생한 비트코인은 각국 중앙은행의 실책과 반칙으로부터 금융 주권을 회복하자는 것이 그 취지였다. 

그로부터 약 15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부는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거나 제어할 법안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역설적이기는 해도 가상자산에 대한 통제를 하지 않는 것이 그것의 발생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일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코인이라는 이름표만 단 가상자산들이 난무하면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에 대해 전혀 대처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진다는 것은 우리의 국회가 과연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초창기 유시민 작가가 전망했던 것처럼 가상자산 열풍이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열풍처럼 짧은 유행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없지 않았으므로 법을 마련한다는 것이 여의치 않았다는 점에는 공감한다. 원래 법이라는 것은 새롭게 발생한 사회·문화·경제적 현상 등이 상식으로 인식된 연후에 마련되고 작동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가상자산이 정확히 어떤 영역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하게 될지에 대해 명료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가상자산 재단의 백서나 사업 계획만 봐서는 금방이라도 가상의 옷을 벗고 현실 속의 주인공으로 등장할 것 같았지만 여전히 안개에 가려져 있다. 이로 인해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은 실체보다 훨씬 더 신비롭고 아름다우며 가능성 높은 투자수단으로 비치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가상자산의 이러한 애매모호성으로 인해 법안을 마련한다고 해도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규율해야 하는지 더 애매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서민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코인 관련 범죄를 생각한다면 한시라도 빨리 법안을 마련해 계도하고 안내해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투자가 어떤 것인지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SNS가 정보 유통의 주요 경로가 되면서 사실 또는 진실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선택적 신뢰를 바탕으로 투자를 결정하는 경향도 심화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하루가 멀다 하고 몇백억, 몇천억 원 단위의 투자 사기가 발생한다. 안타깝게도 이 모든 일들이 가이드로 삼을 만한 법규나 안내가 전무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비극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늙어가는 국가가 되고 말았다. 오래 산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돈 없이 오래 산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비극일 뿐만 아니라 각종 연금이나 건강보험 등등 사회보장 제도의 재정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대기업 출신이나 금융기관에서 은퇴한 노령층마저 여유 있는 노후를 즐기지 못하고 차상위 계층으로 전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가장 큰 원인이 가상자산을 빙자한 각종 경제 범죄 때문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물론 일확천금이 가능하다는 한 마디에 앞뒤 재지 않고 전 재산을 투자하는 사람이 가장 문제지만, 법과 규율을 제 때에 세우지 못한 정부와 당국자의 책임도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오는 5월 30일이면 제22대 국회가 문을 연다. 여러 가지 시급한 현안들이 적지 않겠지만 서민의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가상자산 관련 법안이 가장 먼저 발의되고 통과되기를 기대한다. 

 

※ 저작권자 ⓒ 한국마케팅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