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유혹, ‘불법 피라미드’ 또 기승

서울시, “강남 중심 확산” 주의보 발령…수당 미지급 등 피해 잇따라

(2023-06-30 09:40)

정부가 지난 6월 1일 사회적 거리두기 등 코로나발 방역규제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으면서, 청년, 주부, 노인, 다단계·후원방문판매원 등을 대상으로 한 불법 피라미드 범죄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에는 강남권을 중심으로 불법 피라미드 설명회가 확산 중이어서 서울시가 지난 6월 26일 불법 다단계 사기 주의보를 발령하고 나섰다. 특히 1960년대 출생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다가오면서 이들의 노후자금을 노린 불법 피라미드 범죄가 우려된다는 게 이번 주의보 발령 배경이다.

한편 업계 내에서는 “불법 업체로 옮겨간 사업자들의 권유를 믿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고, 그 결과 다단계판매 사업으로 번 돈을 잃다 보니 기업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주의가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최근에는 마카오 도박꾼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그 이자를 수당으로 주겠다는 S사가 후원수당 지급기일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대규모 피해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 업체는 이더리움을 5개 맡기면 40일 뒤에 1개를 추가로 주는 등 1년에 200%에 달하는 수익을 약속했으나, 현재는 투자자 모집을 중단한 상태다. 수당을 받지 못한 투자자들은 현재 묶여 있는 수당만 수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외에도 불법 업체에 가담한 전직 판매원들이 재판에 넘겨지면서 기존 파트너 등과의 인간관계가 틀어지거나, 피해 변제를 위해 가족들의 재산까지 처분하며 가정파탄에 이르는 사례 등도 적지 않다.

불법 무등록 다단계업체는 법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시·도에 등록하지 않기 때문에 인허가 당국의 감독을 받지 않아 적발이 어렵다. 특히 이들 불법 업체는 터무니없는 고액의 후원수당 지급을 약속해 유혹에 빠져들기 쉽고 피해 발생률이 높다. 무엇보다 다단계판매업체와 달리 소비자피해보상보험기구인 공제조합 가입 등 소비자피해보상 제도에 가입돼 있지 않아 사실상 피해회복이 불가능하다.

불법 업체 신고하면 포상금 최대 2억 원

서울시는 불법 다단계(무등록) 영업행위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고자 매년 정기점검과 특별점검을 하고 있으며, 6월 현재 범죄정황이 포착된 7개 업체에 대해서 형사입건해 수사 중이다. 이들 불법 업체들은 ‘국내 독점 총판’, ‘무점포 1인 창업’, ‘특허기술 보유’, ‘안정적 노후 소득 보장’ 등의 그럴듯한 문구를 앞세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식품, 화장품 등 상품을 매개로 한 불법 피라미드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최근에는 블록체인, 가상자산, 플랫폼 사업을 표방하며 다단계방식으로 투자금을 가로채는 신종 불법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게 서울시 설명.

무엇보다 이들 신종 업체는 투자한다는 사업의 실체는 없으며, 입금받은 투자금 대부분을 편취하는 불법 금융피라미드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방문판매법상 무등록 다단계 범죄뿐만 아니라 사기죄, 유사수신 범죄에도 해당할 수 있다.

서영관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장은 ”서민경제에 피해를 유발하는 어떠한 불법에도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시민 여러분들께서도 불법행위를 목격하면 신속하게 서울시에 제보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불법 피라미드 업체의 경우 폐쇄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어 신고와 제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불법 피라미드와 관련해 사업설명회 자료, 판매원 조직도, 수당 지급기준(보상플랜) 등과 함께 범죄 사실을 신고·제보할 경우 최대 2억 원까지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신고·제보 방법은 ‘서울 스마트 불편신고’ 앱(app)을 다운로드 받아서 하거나, 서울시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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