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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과응보는 있다

  • (2024-03-29 09:49)

‘로스트 인 더스트’라는 영화가 있다. 2016년에 국내 개봉됐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내지 못했다. 빚에 시달리던 두 형제가 은행을 터는 이야기다. 10년을 복역하고 출소한 형과 순진한 동생이 나름대로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다. 특별하게 인상적일 것도 없고 스케일이 웅장한 것도 아니지만 오랫동안 나쁜 짓을 해온 형의 한 마디는 기억할 만하다. 그는 보안관에게 쫓길 때, 아니 이미 범죄를 계획했을 때 자신들의 결말을 예상했던 듯하다. 완전 범죄와 완전한 도주를 꿈꾸는 동생에게 형은 말한다. “죄 짓고 멀쩡한 놈 본 적 없어.”

2012년 폴란드에서 설립돼, 파악된 피해 금액만 전 세계적으로 약 1,600억 원을 기록한 퓨처넷의 설립자가 한국으로 송환돼 재판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알바니아 대법원이 한국 경찰의 범죄인 인도 요청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성행했던 퓨처넷은 한국에서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2,100명으로부터 407억 원을 받아 가로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신에서는 퓨처넷 설립자가 한국으로 송환돼 재판을 받는다면 종신형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실 퓨처넷은 사기를 당한 사람조차도 이미 망각의 강을 건너버린 사건으로 취급받는다. 한국에서의 4년이란, 특히 서울의 테헤란로에서의 4년이란 일반적인 사회의 40년과 맞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급격하게 돌아가고 또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퓨처넷으로 재미를 본 사람도 피눈물을 삼킨 사람도 이미 새 마음 새 뜻으로 새로운 사기 범죄를 기획하거나 연루됐을 확률이 높다. 한국에서 유독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가 많이 일어나는 것도 소위 말하는 ‘냄비 근성’이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무수한 사기 사건이 발생하지만 극소수의 피해자를 제외하면 범죄자와 끝까지 싸워보려는 의지를 지닌 사람은 거의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알바니아 법원에 요청해 퓨처넷 설립자의 한국 송환 판결을 받아낸 경찰의 노력은 인상적이다. 407억 원이라는 비교적 적은(?) 피해 규모에도 불구하고 거의 5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사건을 끝까지 추적하는 모습은 해외에서 기획된 사기 범죄는 처벌받지 않는다는 말도 안 되는 불문율을 깰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대한민국 땅에서는 퓨처넷 외에도 원코인, 엠비아이, 비트클럽네트워크, 에어비트클럽, 마이닝시티, 플러스토큰 등등 일일이 거론할 수도 없을 정도의 해외에 근거지를 둔 사기 업체들이 난립해왔다. 그렇지만 단 한 번도 해외의 주범을 송환한 적이 없을 만큼 사법당국은 미온적인 자세로 일관해 온 경향이 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헌법의 취지가 무색했고, 피해자라고 자처하는 사람들 또한 자신의 재산을 스스로 방기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이제 대한민국은 전 세계 어느 나라와도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선진국으로 자리 잡았다. 외국의 수사 기관에 대한 공조 요청 또한 웬만한 국가에서는 거부할 수 없을 정도의 국력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퓨처넷 사기범의 국내 송환을 계기로 과거의 범죄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앞으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해외에 본거지를 둔 사기 사건, 특히 다단계 방식을 차용한 불법 행위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 

우리의 마음 속에는 여전히 권선징악과 인과응보의 가치가 남아 있다. “죄 짓고 멀쩡한 놈 본 적 없다”는 영화 속 대사가 현실에서도 명백히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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