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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근절되지 않는 폰지 사기

개인의 책임만이 아니다

  • (2024-03-29 09:48)

1903년, 찰스 폰지(Charles Ponzi)는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옵니다. 1920년대 초반, 그는 외국에서 구매한 만국우편연합 국제반신권을 미국에서 내다 판 차익으로 투자자들에게 45일 내에 50%의 수익률을, 90일 내에 100%의 수익률을 돌려주겠다며 투자자를 모집했습니다. 그런 뒤, 신규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가지고 기존의 투자자들과 찰스 본인의 수익금으로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이름에서 눈치채셨겠지만, 이것이 금융 사기 그러니까 ‘폰지 사기’의 시작입니다. 물론 찰스 폰지가 ‘폰지 사기’의 최초 고안자는 아닌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의 사기 규모가 상대적으로 컸기 때문에 그의 이름을 따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찰스 폰지의 사기 수법에서도 알수 있지만 폰지 사기는 실제로는 아무런 이윤 창출 없이 투자자들이 투자한 돈을 이용해 또 다른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소위 아랫돌을 빼어 윗돌을 괴는 식인데, 누가봐도 정상적인 형태는 아니기 때문에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정상적인 투자로는 보장할 수 없는 고수익을 단기간에 보장해준다고 광고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업 구조는 유입되는 자금이 지급해야할 액수에 결국 모자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반드시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요즘에는 가상자산이 생기면서 피해 규모가 수십억 원은 기본이고, 천억, 조 단위까지 상상을 초월합니다. 

이들은 후발 투자자의 돈을 사용해 선발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지급하면서도 별도의 수익 사업은 하지 않고 오로지 투자금만으로 회사를 운영합니다. 그러다 더 이상 신규 투자자를 확보할 수 없게 되면 가진 돈을 모두 들고 잠적해 버리는 수법을 사용합니다. 여기에 속은 사람들은 전 재산을 잃고, 사람도 잃고, 사회에서 외면 받는 존재가 되기 일쑤입니다. 이는 분명히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커다란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실제로 폰지 사기 수법은 해마다 더 지능화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투자자들이 다른 판매원을 데려오면 수당을 지급하고, 사업 설명회로 수익 구조를 홍보하던 기존 수법에 IT 기술이 접목되어 투자자들은 수익금이 표시된 스마트폰 하나에 현혹되고 있습니다. 여러 유사수신 업체들은 자체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기존의 사업 모델과 차이를 두며 피해자들이 페이 앱에 돈을 충전하도록 유도합니다. 모바일 상에 숫자로 표시된 투자금은 매일 업체가 지급한 이자가 더해지며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이후 업체는 피해자들이 투자금을 한 번에 빼내지 못하도록 제약을 겁니다. 4,000억 원대 피해를 양산한 아도인터내셔널의 경우 투자자들은 40일을 기다려야 매일 2.5%씩 이자가 붙은 투자금을 출금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러한 폰지 사기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불법 사금융 단절이나 보이스피싱 단속만큼도 하지 않는 듯 보입니다. 

폰지 사기는 다른 사기 행각과는 다른 특징이 있습니다. 사업 설명회를 통해 투자자를 모집해야 하기 때문에 철저히 숨어서 계획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제3자의 눈으로 보았을 때는 사기임이 명백히 보이는 이 사업에 일확천금을 노리고 돈을 투자한 사람이 잘못이라는 사회적인 시선이 있기 때문에 이같은 피해 사례가 중하게 다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물론 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민생을 해치는 범죄에 비해 이같은 폰지 사기는 당한 사람의 문제가 더 큰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마약 중독자가 스스로 마약을 중단하기 어렵듯이 한 번 금융 사기의 굴레로 들어선 피해자는 이해 관계가 생기기 때문에 스스로 대처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다시 가해자가 되는 전철을 반복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경찰은 ‘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투자리딩방 사기, 연애빙자 사기, 스미싱 등 조직적 신종 사기를 포함해 ‘10대 악성 사기’를 선정하고 전방위적인 근절 대책을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경찰의 사기 대응과 함께 사기죄 양형기준 대폭 강화, 범죄수익금 환수에 대한 사법 절차 개선 등이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모두 사후적인 조치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결국은 개인이 ‘사기 당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도박이나 마약 중독 역시 개인이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것을 개인의 탓만으로 돌리고 있지는 않습니다. 도박이나 마약으로 인한 중독에서 빠져 나올 수 있도록 사회가 여러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시설이나 전문가를 제공해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돕고 있습니다. 폰지 사기와 같은 유사수신행위에 현혹되는 것도 심각한 중독입니다. 도박이나 마약으로 인한 중독에서 빠져 나올 수 있도록 여러 제도적 장치나 시설, 전문가 등이 존재하는 것처럼 잘못된 투자에서 빠져 나올 수 있도록 관련 제도와 장치, 예방 대책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요.

 

정해미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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