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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해외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 (2024-03-15 09:33)

한국의 직접판매시장의 규모가 급격히 커지면서 외국기업의 국내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까지도 몇몇 기업은 협회, 공제조합 등과 접촉하며 한국 진출을 물색하고 있고,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기업도 더러 있다. 

직접판매세계연맹에 따르면 한국의 다단계판매, 후원방문판매, 방문판매 등 직접판매시장의 규모는 2022년 184억 7,500만 달러로 세계 2위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외에도 1위 미국은 405억 2,000만 달러, 3위 독일 179억 8,600만 달러, 이어 중국 158억 1,800만 달러, 일본 116억 1,600만 달러 등의 순이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상위 5개국 시장 중 전년 대비 매출액이 늘어난 곳은 한국(7.4%), 독일(6.6%) 뿐이고, 미국(-5%), 중국(-8%), 일본(-2.3%) 등은 감소했다는 점이다. 몇몇 시장을 제외하면 전 세계적으로 직접판매시장이 위축된 분위기여서 다른 나라를 공략해 외연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고, 그중 한국을 통해 실적을 만회하려는 기업도 대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한국에 진출한 몇몇 외국계 기업이 본국에서 자리를 잡기도 전에 조악한 제품을 앞세워 무작정 한국 지사부터 오픈하는 등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 갑작스레 한국에서 철수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암웨이, 뉴스킨, 유니시티, 허벌라이프, 유사나, 시너지월드와이드, 매나테크 등의 외국계 기업이 한국 시장에서 오랜 기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면서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 업체가 거둔 성과만을 보고 무작정 한국행을 택하는 부실기업이 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무엇보다 부실기업이 반짝 등장했다가 폐업하면서 발생하는 피해는 고스란히 사업자와 임직원들이 떠안아야 한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한국 실정에 맞지 않는 정책을 펼치면서 임직원과 사업자들의 외면을 받는 기업도 적지 않다.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은 대부분 미국기업인데, 이들 기업의 경우 성과를 굉장히 중요시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얼마나 오래 근무했는지보다는 성과를 중요시하는 탓에 오랜 기간 회사에 헌신했던 지사장을 가차 없이 해임하거나, 지사장, 임원진 등에 대해 당일 해고 통보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오죽하면 “미국인들은 어제 표창을 주었더라도, 다음날 해고 통보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또, 한국 지사의 책임자가 갑자기 교체되거나 공석이 되면서 사업자들이 동요하거나 다른 회사로 이탈하는 일로 번지기도 한다.

이는 노동 시장의 유연성에 대한 차이에서 발생하는 문제겠지만, 임직원과 판매원을 기계적인 태도로만 바라본다는 점에서 한국 노동 시장에는 부합하지 않을 것이다. 오로지 일방적인 본사의 입장 전달과 지시만 있어서 한국 임직원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파괴하여 경직되고, 수직적인 기업문화를 보여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오랜 기간 영업 중인 미국계 기업의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본사 오너의 승인이 없으면 한국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이외에도 중국 기업을 경험해 본 사람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뒤통수 친다’는 말이 공통적으로 나온다. 극단적인 사람들은 “다시는 중국 사람들과 일하지 않겠다”고 큰소리를 내기도 한다. 한 임직원이 회사의 운영 방향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고 해서 ‘반기를 들었다’, ‘항명했다’고 판단하고, 이 직원에 대한 거짓된 소문까지 퍼뜨려 회사에서 쫓아내거나, 온갖 부정적인 방법을 동원해 한국 임직원들과 사업자들이 일궈놓은 성과를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

몇 년 전 모 외국계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한국에서 진행된 컨벤션에서 한국인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가 홍보팀에서 수습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조금 순화해서 이야기하자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되는데, 한국 사람들은 왜 안되느냐”였다. 

아프리카에서 에어컨이 잘 팔린다고 해서 남극에서도 에어컨이 잘 팔릴 수 없듯이 국가별로 인재를 판단하는 기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 등 기업이 성공할 수 있는 요소와 원동력은 전부 다를 수밖에 없다. 

국내 기업이 외국기업의 문화나 제도를 섣불리 모방하지 않는 이유는 국내 실정에 맞는 요소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정적인 사례를 남긴 외국계 기업들은 이러한 시장조사조차 하지 않고, 막연히 시장규모만 보고 한국에 들어왔다가 돌연 철수하면서 ‘글로벌 업체 불패’라는 환상에 젖어 있던 업계에 경종을 울리게 됐다. 

한국에 진출하려는 기업은 물론이고, 다른 나라로 진출하려는 기업이 현지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주입식 경영이 아닌, 현지의 임직원과 사업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그 나라에 대한 존중이 기업이 외연을 확대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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