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돋보기

“노인이라고 부르지 말라”

젊어진 노년 세대 부르는 다양한 신조어 등장

  • (2023-11-17 10:25)
100세 시대란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의학의 발달로 평균수명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연금법에는 만 60세 이상은 국민연금을 수령할 수 있으며, 노인복지주택에 입소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된다. 즉, 60세 이상을 노년으로 본다는 의미다. 하지만 평균수명의 증가와 건강관리에 관한 높은 관심으로 정신적·육체적으로 이전 세대보다 훨씬 관리가 잘된 최근 60세 이상은 자신들이 ‘노인’이라 불리길 거부한다. 

‘뉴그레이’란 말도 이전 세대와 달리 건강하고 세련된 노년층을 일컫는 신조어다. 이처럼 21세기 다시 정의되고 있는 늙어감의 역사와 새롭게 등장한 노년 세대를 지칭하는 다양한 신조어에 대해 알아보자. 

▷ 사진: 게티이미지프로

나이에 의한 노인 정의의 시작
유럽에서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던 1800년대 평균수명은 약 35세였다고 한다. 같은 시기 우리나라도 비슷했을 것이다. 물론 이 당시에는 영아 사망률이 현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 평균수명을 깎아 먹었기 때문에 성인의 평균수명은 이보다는 길었을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중반 이전까지 낮은 의료 기술 수준으로 평균수명이 40~50대 정도였다. 이로 인해 60세까지 사는 게 쉽지 않았고, 이런 이유로 환갑을 맞이하면 온 동네에서 크게 잔치를 벌였다. 당시에는 이른 결혼으로 40살만 되어도 손주를 가진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는 게 일상이었기 때문에 보통 45살부터는 노년기에 진입한다고 봤다. 그래서 오순(세는나이 50세), 망륙(만 50세) 잔치도 있었다.

서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이에 따른 노인의 기준은 1889년 현대 독일의 기틀을 다진 철혈 재상 비스마르크가 최초의 사회보험제도를 도입하면서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를 65세로 규정했다. 이후 유엔(UN),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사회에서도 65세 이상을 노년으로 적용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앞서 언급했듯이 국민연금법에서는 만 60세 이상, 국민건강보험법과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서는 만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고령자고용법에서는 만 55세 이상을 고령자로 규정한다. 

하지만 이렇게 연령층을 묶어서 노인으로 구분하는 것은 학문적, 정책적인 면에서는 필요하지만, 개인적인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같은 연령대라도 신체적, 정신적 노화의 정도나 사회적 역할, 기능상태, 주관적 인식 등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세기 후반부터 평균수명이 급속하게 증가하면서, 환갑은 과거와는 달리 한창 활동하는 나이가 됐다. 2020년대 접어들면서 우리나라에서 만 60세까지 생존율은 약 80~85%에 이른다. 


‘액티브 시니어’의 등장
2010년대 등장한 노인 세대를 이르는 신조어다. 사회생활의 황혼기나 은퇴 후에도 소비생활과 여가생활을 즐기며 여전히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5060세대를 말한다. ‘액티브 시니어’란 ‘활동적인(Active) 노년층(Senior)’이라는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차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기 시작하면서 액티브 시니어가 크게 증가했다. 한국의 1차 베이비붐 세대는 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부터 1965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이다. 이들은 1970~1980년대에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했다. 1988년 올림픽, 2002년 월드컵 등을 통해 세계화를 경험했으며 부동산 버블을 통해 상당한 자산을 축적했다.

액티브 시니어들은 사고방식, 생활양식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이전의 노년 세대와 확연하게 다른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이전 노년 세대의 경우 의식주 등 생활의 최소한 기본 수요에 만족했다면, 액티브 시니어는 외모와 건강관리에 관심이 많아 자신에게 투자할 줄 안다. 무엇보다 경제력을 바탕으로 이전 노년 세대와 달리 다양한 소비 욕구가 있어 제품의 품질과 디자인, 그리고 혁신제품에 대한 요구도 까다로운 편이다.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에도 익숙하다. 그래서 ‘디지털 실버족’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2021 인터넷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개인 인터넷 이용률은 60대는 94.5%, 70대 이상은 49.7%에 달했다. 이들은 시간적 여유와 경제력을 바탕으로 온라인 쇼핑에도 적극적이어서 이들을 대상으로 기업들은 치열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 사진: 게티이미지프로

젊은 노인 ‘욜드 세대’
‘욜드(Yold) 세대’란 ‘젊다’라는 뜻의 영문자 ‘영(Young)’과 ‘늙었다’라는 뜻을 가진 ‘올드(Old)’를 합성한 말이다. 젊은 노인을 뜻하는 신조어다. 미국 시카고대 노화 심리학자 버니스 뉴가턴 교수가 1975년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당시 55세부터 70대 중반까지를 ‘젊은 노인(Young Old)’이라고 부른 것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유럽과 일본에서도 1990년대 이미 욜드 세대라는 말이 유행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대부터 용어가 퍼지기 시작했다.  

1946~1964년생 ‘베이비붐 세대’의 주력세대로 60대가 주축인 50~70대들이다. 액티브 시니어에 70대를 추가했다고 보면 된다. 대상이 70대까지 확장됐을 뿐 대부분 특징은 액티브 시니어와 비슷하다. 노년임에도 불구하고 활기가 넘치며 배움과 성장에 의욕적이다. 다양한 취미활동을 갖고 독립적인 생활을 즐기며 필요한 것은 적극적으로 소비한다. 이전 노년 세대가 이 시기에 주로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면 욜드 세대는 지속적으로 정치·사회·경제 활동에 참여한다. 


‘신중년’, 노년 아닌 중년이라 불러다오
국어사전에서는 ‘중년’을 ‘한창 젊은 시기가 지난 40대 안팎의 나이’라고 정의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만 해도 30세에서 35세부터 중년 취급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2000년대 접어들면서 40대부터 중년으로 보는 경우가 많아졌다. 

최근에는 이런 중년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100세 시대인 현재 50~60대는 ‘신중년’으로 불리고 있으며 자신을 가꾸고 인생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많다. 신중년은 조력자로서 젊은 층에게 노년의 지혜를 제공해주는 역할로 인식되던 기존과 달리 인플루언서로서 전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온·오프라인 쇼핑의 주축으로 자리 잡는 등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존재감을 발하고 있다. 동호회 활동에 적극적이고 은퇴 후에도 공공 일자리를 활용하는 등 사회생활에서도 활발하다.

신중년은 스마트폰과 SNS 활용에도 능숙하다. 유한킴벌리와 ‘함께일하는 재단’이 공동 출연한 공유가치창출(CSV) 시니어 소셜벤처 ‘임팩트피플스’가 2021년 발표한 ‘시니어 콘텐츠 구독 리뷰’ 설문결과에 따르면, 50~60대 신중년 중 47%가 스마트폰을 하루 평균 3~5시간 동안 사용한다고 응답했으며 13%는 무려 5시간 이상 사용한다고 답했다. 이것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19년 한국인의 1인당 스마트폰 평균 사용 시간 104분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가장 즐겨 감상하는 콘텐츠도 드라마, 영화, 뉴스가 아닌 유튜브(67.1%)였다. 


식품업계 강타한 ‘할매니얼’ 신드롬
유행에 민감한 10대나 20대에게 이전 할아버지, 할머니 시대에 유행했던 문화나 제품은 한참이나 철 지난 유행에 불과했다. 더구나 SNS의 발달과 맞물려 익명성을 무기로 온갖 혐오표현이 등장하면서 노년층에게도 ‘꼰대’나 ‘틀딱’ 같은 노인 혐오성 단어가 생겨났다. 

그런데 최근 식품업계를 중심으로 ‘할매니얼’ 열풍이 불고 있다. 할매니얼이란 할머니의 사투리인 ‘할매’와 밀레니얼 세대의 ‘밀레니얼’을 합성한 신조어이다. 2010년대 중반부터 ‘레트로’, ‘뉴트로’ 등 1980~90년대 아날로그 감성이 풍기는 문화를 한껏 받아들였던 MZ세대가 이제는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 할머니들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새로운 먹거리로 인식하고 즐기고 있는 것이다.

트렌드에 가장 민감하고 소비자의 취향을 가장 발 빠르게 반영하는 분야가 바로 먹거리다. 이 중에서도 간식, 디저트는 유행에 민감하고 속도도 빠르다. 할매니얼의 시작은 약과, 떡, 미숫가루 등 옛날 간식과 팥, 쑥, 흑임자 등 전통적인 식재료를 이용한 다양한 K-디저트로부터 시작됐다. 약과의 경우 지난해부터 대구의 장인한과 등이 MZ세대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더니 SNS를 타고 전국의 유명 약과 매장은 개점 시간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오픈런’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MZ세대에서 약과의 인기가 심상치 않자 유통업계도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GS25, CU 등 우리나라 대표 편의점 업체들이 자체 브랜드를 론칭하며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민호 기자fmnews@fmnews.co.kr

※ 저작권자 ⓒ 한국마케팅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목록으로

포토뉴스 더보기

해외뉴스 더보기

식약신문

사설/칼럼 더보기

다이렉트셀링

만평 더보기

업계동정 더보기

세모다 스튜디오

세모다 스튜디오 이곳을 클릭하면 더 많은 영상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오늘의 날씨

booked.net
+27
°
C
+27°
+22°
서울특별시
목요일, 10
7일 예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