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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영혼까지 갉아먹는 코인 범죄

  • (2023-11-10 09:13)

천망회회소이불실(天網恢恢疏而不失)이라는 말이 있다. 노자의 <도덕경> 제73장에 나오는 말이다. 직역하자면 하늘의 그물은 넓고 넓어서 놓치는 바가 없다는 말이다. 이는 아무리 영악한 범죄자라 해도 하늘에 죄를 짓고는 발붙일 곳이 없다는 뜻이다. 이를 잘 반영하는 속담으로 죄는 지은 대로 가고 덕은 쌓은 대로 간다는 말도 있다. 

<주역> 문언전에도 이와 비슷한 말이 나온다. 적선지가필유여경(積善之家必有餘慶) 적악지가필유여앙(積惡之家必有餘殃)이 그것이다. 선을 쌓은 집안에는 반드시 경사가 남아돌고, 악을 쌓은 집안에는 반드시 재앙이 남아돈다는 뜻이다. 그저 한 귀로 듣고 흘려버리기에는 섬뜩함이 남는다. 

최근 들어 하루에도 서너 건씩 코인 관련 범죄자들에 대한 사법처리 소식이 들려온다. 형이 확정된 경우도 있고 이제 막 체포된 경우도 있으며, 죄의 유무와 대소를 다투는 경우도 있다. 이들 사건의 공통점은 현재 벌어진 사건이 아니라 가깝게는 2~3년 전, 멀게는 4~5년 전 사건이라는 점이다. 이 말은 곧 지금 당장은 성공한 사기인 것 같아도 2~3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는 사법처리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드물게 수사도 받지 않고 처벌도 받지 않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하늘의 그물은 넓고 넓어서 악을 쌓은 집안에는 당대가 아니더라도 재앙으로 갚을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업계에는 지난 2017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한 코인 관련 범죄로 인해 한국 사람들의 돈이 모두 중국이나 두바이로 빨려 들어갔다는 말이 나돈다. 코인 초창기에는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서 설계된 범죄가 많았으나 근래에는 중국을 비롯한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등 범 중화권으로 묶을 수 있는 지역을 근거지로 한 범죄가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는 한국 사람들이 후진국으로 분류하는 이들 국가의 조직에 놀아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한국에서의 가상화폐공개(Initial Coin Offering)가 금지됐기 때문이다. ICO라는 약칭으로 더 잘 알려진 가상화폐공개란 사업자가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 코인을 발행하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판매해 자금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블록체인 개발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는 방안으로 널리 쓰이는 방법이지만 한국 정부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 
 원래 금지는 욕망을 더욱 충동질하는 법이다. ICO 금지 이후 투자를 원하는 사람들이 해외 업체로 몰리면서 돈은 중국인이 벌고 처벌은 한국인이 받는다는 말도 생겨났을 정도다. 


코인 범죄에 쉽사리 포섭되는 사람들은 대부분 노인층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젊은 층은 투자를 권유 받을 경우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실체를 확인하고 범죄의 가능성 여부를 먼저 따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에 반해 노인층은 검색할 능력도 없을 뿐더러 일하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덥썩 미끼를 문다. 

코인 범죄가 여타의 범죄와 다른 또 하나의 특징은 한 번 당한 가해자에게 두 번 세 번 똑같은 식으로 당하는 경향을 띤다는 점이다. 투자 실패를 만회할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말과, 재투자하면 과거의 피해금액까지 변제하겠다는 설득에 다시 한번 영혼을 털리고 마는 것이다. 그러므로 코인 범죄는 더욱 악질적이며 젊은 시절의 노동과 그로 인한 경제적 성과를 한 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고 만다. 문제는 좀비에게 물린 사람이 좀비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악순환의 단초가 생성된다는 점이다. 다행스럽게도 지나간 범죄에 대해서나마 검경의 수사와 법원의 단죄가 이어지고 있어 적어도 심정적 앙갚음은 하게 된 데에서 일말의 위로를 받는다. 분명한 것은 하늘의 그물은 넓고 넓어서 언제든 어떤 형식으로든 그들을 심판하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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