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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틈새 시장은 틈새 제품으로 노려라

  • (2023-10-13 10:08)

‘불경기에는 매운맛이 잘 나간다.’

오래전부터 식품업계에서는 정설처럼 있는 말이지만 요즘처럼 실감하는 때도 없습니다. 맵다 못해 아프기까지 하는 매운맛이라도 없어서 못 구할 만큼 수요가 빗발치면서 식품업계가 매운맛 신제품 내놓기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는 고물가, 고금리 등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자극적인 매운맛으로 잠시나마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소비자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혀에 자극이 가는 매운 음식을 먹으면 진통 효과가 있는 엔도르핀의 분비가 촉진되는데, 엔도르핀은 고통을 줄이고 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으로 매운 음식 섭취가 기분 전환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편의점 GS25에 따르면 최근 매운맛을 극대화한 식품 종류와 매출이 부쩍 늘어나는 추세라고 합니다. 이를 반영하듯 GS25가 판매 중인 상품 중 ‘매운’, ‘HOT’, ‘스파이시‘라는 용어가 들어간 제품이 2021년에는 117개, 2022년에는 142개, 2023년에는 174개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매출 또한 크게 상승했습니다.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은 역시 라면·외식·프랜차이즈 업계입니다. 삼양식품은 매운맛의 원조격인 불닭브랜드(면 제품)의 누적 판매량이 2023년 7월 기준으로 50억 개를 돌파했고, 이를 매출로 따지면 3조 원에 이른다고 발표했습니다. 불닭브랜드의 인기는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이어집니다. 2012년 해외 시장에 첫 선을 보인 후, 2017년 기준 누적 판매량 10억 개를 넘어서더니, 이후 매년 10억 개씩 꾸준히 판매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농심과 오뚜기도 질 수 없지요. 농심은 매운맛 라면의 대표 상품인 ‘신라면’에 이어 더 매운 ‘신라면 더 레드’를 출시했습니다. 이 라면의 경우 매운맛을 표시하는 스코빌 지수 7,500SHU로 불닭볶음면(4,300SHU)보다 높습니다. 오뚜기 역시 기존 ‘열라면’에 마늘과 후추를 더한 ‘마열라면’을 출시했습니다.

라면 업계뿐만이 아닙니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롯데리아는 매운맛을 앞세운 ‘청주 매운 만두’를 사이드 메뉴로 선보였고,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파리바게트는 ‘얼얼하게 매운맛’을 강조한 마라 메뉴를 출시했습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다양한 매운 음식을 먹는 ‘챌린지(Challenge)’가 유행하고 있는 만큼 매운맛 열풍은 조금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모두가 매운맛에 열광할 때, 조금 다른 승부수를 띄우는 곳도 있습니다. 농심은 안성탕면 출시 40주년을 맞아 ‘순하군 안성탕면’을 선보입니다. 고춧가루를 사용하지 않아 스코빌 지수가 ‘0’인 제품입니다. 매운맛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오는 이때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매운 음식에 약한 소비자나 아이들도 잘 먹을 수 있어, 매운 음식을 선호하지 않는 소비자들의 신제품 욕구를 충족시켜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농심의 이 같은 신제품 출시가 안성탕면의 브랜드를 대중들에게 각인시키는 동시에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는 좋은 시도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난데없는 ‘라면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네트워크 마케팅 업계가 장기적인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는 것은 본지에서도 걱정하며 여러 번 다루었습니다. 

지난 2022년 5조 4,166억 원의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한 후, 올해에는 불경기로 인한 소비 위축, 사업자 감소 등의 이유로 작년보다 10~20%의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전체 매출액이 다시 5조 원 밑으로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습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들은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하기 보다는 기존의 사업전략을 보수하거나 강화하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틈새를 공략하는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승부를 걸어야 합니다. 그동안 주문자위탁생산(OEM) 방식을 통해 대동소이하게 내놓았던 제품들의 틀을 벗어난, ‘차별화된 제품’이 절실하게 필요할 때입니다. 모두가 ‘매운맛’에 빼져있을 때, 매운맛이 전혀 없는 라면을 신제품으로 내놓는 호기로움이 우리 업계에도 필요합니다. 물론 대세에 편승하는 일이 훨씬 안전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고, 결과에 대비를 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헨리 밀러는 ‘사람의 목적지는 결코 장소가 아니라 사물을 보는 새로운 방식’이라고 말했습니다. 모두가 안전하다고 말하는 장소를 목적지로 삼아서는 젖과 꿀이 흐르는 새로운 땅을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사물을 보는 새로운 방식’이 우리에게 필요한 시점입니다.

 

정해미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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