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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금융피라미드의 종말

  • (2023-10-06 09:45)

전형적인 금융피라미드 ‘풀빅산’을 조직해 유사수신행위를 벌였던 일당이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이들은 농업용 액상 비료를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속여 3,600여 명으로부터 4,000억 원이 넘는 금액을 수신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 일당 중 회장인 고 모 씨를 구속하고 나머지 조직원 18명에 대해서는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

풀빅산은 태동 직후부터 사고가 예상됐으나 이들 사업에 가담한 회원들은 ‘생명수’ 운운한 조직의 말을 그대로 믿고 사기 및 유사수신 범죄에 동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참가자 대부분은 노인들로 사회적 약자인 것처럼 비치지만 실상은 ‘이 바닥’에서 닳고 닳은 소위 ‘선수’들이라는 사실도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다.

이들은 투자 시점부터 이미 조직의 말로를 예상했으면서도 행여나 하는 심정으로 투자를 하거나 투자자를 모집해 왔다. 뻔한 결과를 예상한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덤벼든 사람이 대부분이어서 과연 이들의 투자금을 피해액이라고 할 수 있는지도 의심스럽다는 것이 이들 조직을 처음부터 지켜봐 온 사람들의 의견이다.

경찰이 액상 비료라고 발표하기는 했지만 실상은 비료라기보다는 강원도 영월 모 폐광산에서 흘러나온 광산 폐수라고 보는 것이 좀 더 정확할 것이다. 이들은 조직원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처음에는 광산 폐수를 받아서 팔아왔지만, 조직이 커지면서 좀 더 획기적인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다 광산 매입이라는 이벤트를 내거는 등 뒤늦게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에 동참한 회원들을 기만하기도 했다.

공식적으로는 명백한 사기 행위이며 무수한 피해자가 양산된 사건이지만 과연 이들 피해자를 온전한 피해자로 볼 수 있을 것인지를 두고는 의견이 흑과 백처럼 분명하게 나뉘고 있다. 자초지종이야 어찌 됐든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말을 믿고 투자했다가 속았으므로 피해자가 맞다며 동정하는 쪽과, 비록 금전적인 피해를 입기는 했지만 사기 피해자가 아니라 범죄조직의 구성원으로 활동했으므로 공범이라고 보는 쪽으로 나뉘는 것이다.

아무리 선량한 시민이라고 하더라도 유사한 범죄에 상습적으로 가담한다는 것은 사기 조직 활성화에 기여하는 행위라고 봐야한다. 풀빅산에서는 이렇다 할 투자수익 또는 범죄수익을 얻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이전의 유사한 조직에서는 수익자이기도 했을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누차 강조하는 바이지만 사기 및 유사수신을 전제로 하는 금융피라미드 사건의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하지 말고 조직원 모두를 범죄조직 결성에 준하는 혐의를 적용해 엄벌해야 한다. 언뜻 보기에는 이웃집 아주머니 같아 보이고 옆집 할머니 같아 보이지만 이들이 바로 사기 사건의 사악한 주범이기도 하다.

물론 경찰과 검찰의 입장에서는 피해자가 없을 경우 범죄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고 더 많은 형량을 구형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므로 피해자와 가해자처럼 이분법적인 판단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렇지만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에 반복적으로 가담하는 행위를 통해서 언론과 경찰을 유리하게 이용하는 법을 배운 노인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은 이들이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돈 놓고 돈 먹기식 금융피라미드의 완전한 척결을 위해서는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사법처리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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