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에 알맹이 빠진 가상자산 논의

정치권 이해관계로 주요쟁점 배제 가능성

(2023-10-06 09:32)

최근 몇 년 동안 국정감사에서 정무위원회(이하 정무위)의 주요쟁점이었던 ‘가상자산’에 관한 논의가 올해는 제대로 논의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1대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가상자산은 매년 핵심 이슈였다. 2021년에는 ‘가상자산 과세’와 ‘NFT의 정의와 규제’가 다뤄졌고, 지난해에는 ‘디지털 자산 기본법’ 마련을 위해 자율규제 또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 마련이라는 기조에 따라 공정위의 입법 방향에 변화가 있는 것인지와 정책추진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올해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상자산법)’이 지난 6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024년 7월부터 시행되면서 국정감사에서 가상자산에 관한 제도적 보완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됐다. 가상자산법 통과로 이용자 보호는 강화됐지만, 사업자 규제는 여전히 미비하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분위기가 다르다.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가상자산법 규제나 제도개선이라는 알맹이는 빠지고 공직자 가상자산 보유만 논의될 분위기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2023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서도 정무위는 가상자산과 관련해 ‘이해충돌 방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가상자산의 이해충돌 방지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지난 5월 무소속 김남국 의원(전 더불어민주당)이 국내 게임 회사 위메이드가 만든 위믹스 코인을 보유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사실 국회의원이 가상자산을 매수·매도했다고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은 없다. 하지만 김남국 의원이 서민적인 정치인 이미지로 대중적 지지를 받았다는 점에서 타격을 입었고, 위믹스 코인을 보유하고 있던 시기에 위메이드가 국회에 입법 로비를 했다는 논란도 발생했다.

이처럼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매수·매도 논란이 일자 국회는 지난 5월 25일 ‘공직자윤리법 개정안’과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그런데 지난 8월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아들과 권영세 의원의 가상자산 보유 논란이 다시 발생했다. 급기야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9월 18일부터 90일간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거래·보유 현황 조사에 착수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제21대 국회의원의 임기 개시일인 2020년 5월 30일부터 올해 5월 31일까지 개인정보 수집·이용과 제3자 제공동의서(개인정보 제공동의서)를 제출한 국회의원 본인이 국내에서 취득·거래·상실한 가상자산 현황을 확인할 예정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이해충돌 방지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에 대해 “최근 도입된 가상자산 재산등록 제도를 통해 공직자의 가상자산 보유 현황과 감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가상자산 재산등록에 더해 보유로 인한 이해충돌 상황을 직접적으로 해소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정치권의 이해관계로 말미암아 정작 중요한 가상자산의 제도 보완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가상자산 규제의 법적 근거는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이하 특금법)과 가상자산법이다. 그러나 특금법은 자금세탁 방지에 초점을 맞춰 디지털 자산 관련 산업 진흥과 이용자 보호를 위한 규제에 근본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가상자산법은 이용자 보호라는 법적 테두리를 마련했지만, 가상자산 사업자의 사업 범위나 규정 등이 불명확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금융변호사회는 “현행 가상자산법은 고객자산 보호, 불공정거래 등 가산자산 이용자 보호를 위한 규제 도입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집단소송 제기 규정 누락, 가상자산 발행과 공시 관련 사항 부족 등 입법 공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2단계 입법을 통해 현행 제도의 내용과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민호 기자fmnews@fm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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