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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군중심리의 피해자

  • (2023-09-14 17:53)

지난 2009년 EBS에서는 재밌는 실험을 했다. 강남대로 한복판에서 세 사람이 아무것도 없는 하늘을 가리키며 바라보면 지나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늘을 바라본다는 실험이다. 당시 EBS는 이를 ‘3의 법칙’이라고 했다. 3의 법칙은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로는 세 사람이 모이면 집단이 형성되어 그 집단의 주장에 힘이 실림을 나타내는 법칙을 말한다. 쉽게 풀이하자면 누군가 거짓말을 할 때, 처음 한두 명이 하는 것에는 신뢰가 없어 효력이 없지만 세 명이 거짓말을 하면 사실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3의 법칙은 군중심리로 해석될 수 있다. 군중심리는 3의 법칙에서 조금 더 확대해서 해석한 것으로 여러 사람들이 모였을 때 개별 주체의 일상적인 사고와 다르거나 혹은 같더라도 그 범위를 뛰어넘는 행동을 하게 되는 심리 상태를 말한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솔로몬 애쉬는 피험자에게 선분이 하나 그려진 그림 A와 3개의 서로 다른 길이의 선분이 그려진 그림 B, 두 가지 그림을 보여주고 그림 A와 같은 길이의 선분을 그림 B에서 찾는 실험을 했다. 실험은 개인과 그룹으로 두 번 진행했다. 그룹 실험에서 8명의 피험자 중 7명은 섭외된 배우로 틀린 답을 말한다. 솔로몬 애쉬는 다수의 사람들이 틀린 답을 말하는 상황 속 피험자가 동조되는지에 대한 의문에서 고안했다.

실험 결과, 개인으로 진행한 실험에서는 정답률이 무려 99%였지만, 그룹 실험에서는 오답률이 37%에 달했다. 그룹 실험은 18번 연속으로 진행했는데 123명의 피험자 중 77%는 적어도 한 번 오답을 말했고, 모두 정답을 말한 경우는 23%에 그쳤다. 실험이 끝나고 피험자들에게 왜 오답을 선택했는지 묻자, 그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동조했다는 인식보다 자신이 착각했다, 시력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처음에 맞는 답을 고르고도 다른 사람들이 모두 오답을 말하자 자신이 틀렸다고 생각하고 동조된 것이다. 이 실험에서 인간은 타인에게 동조하고 군중심리를 따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군중심리는 왜 일어나는 것일까? 뇌신경과학자 비토리오 갈레세는 전운동피질 내의 거울운동뉴런에 의해 타인의 행동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게 된다고 말한다. 거울운동뉴런은 관찰만으로도 상대와 동일한 행위를 하고있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며 그런 작용은 무의식적인 모방 심리로 이어진다. 이해하기 어렵지만 영국 세인트 앤드루스 대학교의 과학자들이 거울운동뉴런에 대한 실험을 통한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야생 버빗원숭이들이 특정 음식을 피하도록 곡물을 파란색과 분홍색으로 구분해두고 분홍색 곡물은 쓴맛이 나는 첨가제를 섞어두었다. 이에 원숭이들은 파란색 곡물을 선호하게 됐다. 몇 달이 지난 후 무리에 새끼 원숭이들이 태어났고 연구진들은 다시 파란색 곡물과 분홍색 곡물을 주었다. 이번에는 첨가제를 섞지 않아 맛이 똑같았다. 하지만 새끼 원숭이들은 어미 원숭이를 따라 파란색 곡물만 먹었고, 분홍색 곡물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는 다른 무리의 원숭이들을 합류시켰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10마리의 원숭이를 추가로 합류시켰을 때 1명의 원숭이를 제외하고는 모두 파란색 곡물만 선호했다는 것이다. 이 실험은 거울운동뉴런은 사회적 생물에게는 생리적으로 타인에게 동조하게 만든다는 것을 증명한다.

현대 사회에 군중심리가 녹아들어 자신이 동조되었는지 인식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다단계판매가 군중심리의 가장 큰 피해자다. 다단계판매는 법이 제정되기 이전과 현재는 완전 딴판이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현재는 공정위가 불법을 단속하고 조합의 소비자 피해 보상 등으로 불법 다단계판매가 판치던 옛시절과는 다르게 많이 깨끗해졌다. 

하지만 아직도 다단계판매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미래에 유입되어야 할 MZ세대와 알파세대 또한 부정적으로 동조되고 있는 것이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대중들이 버빗 원숭이처럼 파란색 곡물만 먹을 것이 아니라 분홍색 곡물도 찾아보고 먹는 그런 원숭이가 되기를 바란다. 그것이 더 현명한 사람으로 진화하는 방법이다. 

 

전재범 기자johnny59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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