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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제조합과 은행 공존해야

  • (2023-07-14 09:41)

키아리코리아가 다단계판매 영업을 개시하면서 은행을 통한 시장 진출이 보편적인 방식으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커머스가 맨 처음 은행을 뚫었을 때나 뉴유라이프코리아가 은행과 지급보증계약을 체결했을 때까지만 해도 기연가미연가 하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키아리코리아까지 은행을 통해 피해보상 보험의 조건을 갖췄음에도 놀라워하기보다는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공제조합 소속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불안하게 지켜보던 사람들도 우리커머스와 뉴유라이프가 이렇다 할 말썽 없이 사업을 이어가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사람들이 공제조합 가입 여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 것은 지난 20년 동안 다단계판매기업의 생사여탈권을 가진 것으로 오해해 왔기 때문이다. 그만큼 공제조합의 과거 행태가 친시장적이라기보다는 마치 경찰이나 검찰이라도 된 것처럼 폭주했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지금도 일부 기업의 임원은 공제조합에 대해 ‘노쇠한 관료조직 같다’는 냉혹한 평을 내리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무려 20년간 몸에 밴 관습·관행·관성이 여전히 그들의 행동양식을 제어하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시크릿 사태를 겪으면서 공제조합이 과연 소비자를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지에 대해 미심쩍어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공제조합에 가입하고도 피해는 피해대로 발생함으로 인해 그렇지 않아도 불편하게 여겨왔던 이 단체에 대한 신뢰도 역시 눈에 띄게 하락하고 말았다.

이에 반해 은행을 통해 시장에 진출한 기업들의 경우에는 판매원들의 머릿속에 어떠한 경우에도 사고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어 회사 측에 무리한 요구를 하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여타의 조직에 비해 결속력도 눈에 띄게 끈끈해 사업 초기 기업의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 관련된 사람들의 전언이다. 

여전히 태생적인 한계를 안고 있기는 하지만 이제는 은행을 통해 업계에 들어온 기업이나 공제조합을 통해 영업을 시작한 기업이나 특별히 눈에 띄는 차별점은 발견되지 않는다. 정말 중요한 것은 소속된 단체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건실하게 운영하느냐는 점이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법과 규칙을 100% 정확하게 준수하는 기업이 좋은 기업이 아니라 사업에 동참한 회원들에게 얼마나 좋은 제품을 제공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며, 얼마나 안정적으로, 가급적이면 더 많은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느냐를 두고 심각하게 고민할 줄 아는 기업이 좋은 기업이다. 

은행이라는 길이 하나 더 뚫리면서 기업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것은 분명히 좋은 현상이다. 공제조합의 입장에서는 독점권이 무너진 데 대한 박탈감이 없지는 않겠지만, 이미 두 개의 공제조합이 존재해왔으므로 그러한 단체가 하나 더 생긴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인가해준 이후에 엉뚱한 이유를 들어 기업의 발목을 잡거나 금융기관을 겁박하는 일 역시 없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며 따라서 경제활동의 자유가 헌법으로 보장된 나라다. 그동안 납득하기 힘든 규제와 제한을 가함에 따라 헌법이 인정한 자유를 충분히 누리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은행이라는 제3의 길을 모색한 것도 결국은 한도를 초과한 규제와 제한 덕분이다. 형태가 어떻든 소비자 피해만 보상할 수 있다면 좀 더 다양한 길을 찾아내는 것도 기꺼이 환영할 만하다.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이 직접판매공제조합을 인정하듯이, 직접판매공제조합이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을 인정하듯이 은행들의 지급보증 제도 역시 인정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민주사회이며 건전한 자본주의 사회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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