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기식 규제 완화에도 표시·광고는 제자리걸음

여전히 어려운 건기식 홍보·마케팅

(2022-10-27 16:58)

경제활력 제고와 역동성 회복을 위해 정부는 지난 7월 28일 50가지 즉시 개선과제를 발표했다. 이 중 건강기능식품 판매 규제 개선이 2건 포함됐다. ▲백화점, 대형마트의 건강기능식품 판매 사전 규제철폐 및 자유 판매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판매 허용이다. 지난 정부에서도 건강기능식품 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규제가 완화됐다. 하지만 표시·광고 규제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식약처가 인정한 기능성인데 표현은 제한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건강기능식품은 모두 식약처에서 인정받은 원료를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기능성을 인정받아도 제한된 문구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식약처가 인정한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 내용이란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 및 기준·규격 인정에 관한 규정’ 제14조에 따라 제출된 자료를 바탕으로 해당 원료의 섭취를 통해 얻어지는 보건 용도의 유용한 효과를 말한다. ‘기능성 내용란’에 ‘OO 발생 위험 감소에 도움을 줌’ 또는 ‘OO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의 형태로만 표시할 수 있다.

정부가 기능성을 인정해줬지만 ‘어디에 좋다’라는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홍보·마케팅 담당자들은 ‘어디까지 표현해야 하는가?’를 놓고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기능성을 인정받지 못한 부원료들은 그냥 나열해 놓는 수준에 그친다. 소비자들이 제품 설명을 읽어봐도 수많은 부원료가 왜 첨가돼 있는지 알 수 없다.

여기에 몇 년 전부터는 인체 적용시험 결과를 표시하는 것도 깐깐해졌다. 과거에는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에 ‘인체 적용시험 결과를 그대로 표시·광고하는 경우’에 한해 허위·과대광고로 보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표시·광고에 많은 제한이 생겼다.

지난 9월 식약처가 배포한 ‘한눈에 보는 건강기능식품 인체 적용시험 표시·광고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인체 적용시험 결과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님’이라는 문구를 표시하고, 해당 원료가 질병 증상 개선으로 오인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언제까지 오남용 타령
식약처 건강기능식품 표시·광고를 엄격히 제한하면서 내세우는 이유는 바로 소비자 혼란, 건강기능식품 오남용 등이다. 여기에 보건 의료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그런데 지난 2020년부터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내년에 정식사업 전환이 확실시되는 개인맞춤형 건강기능식품을 그동안 허용하지 않았던 이유도 동일했다. 개인맞춤형 건강기능식품을 허용하기 위해서는 소분 판매를 허용해야 하는데 소비자 혼란, 오남용 등을 이유로 금지했다. 하지만 시장 활성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허용했다. 소분 판매에 약사회를 중심으로 보건 의료계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지만, 여론이 우호적이어서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표시·광고 역시 조금 업체들에 자율성을 부여해도 흐름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건강기능식품 업계는 표시·광고도 시장 활성화를 위해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실제로 그동안 업계는 ‘기능 성분’, ‘기능 성분의 작용기전’, ‘기능성 내용’의 3원칙을 중심으로 ‘포괄적 기능성 표시’를 꾸준히 정부에 요청해왔다.

이에 대해 건강기능식품 업체 관계자는 “기능성을 인정받기 위해 상당한 시간과 자금을 투자한 인체 적용시험 결과를 그대로 표시하는 것이 왜 문제인지 모르겠다”며 “과학적 근거에 의해 국가에서 기능성을 인정해줘 놓고 막상 제품을 홍보하는데 제품의 좋은 점을 제한해 표시하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여러 규제를 풀어주고 있지만, 업체로서 가장 필요한 것은 표시·광고를 좀 더 유연하게 해주는 것”이라며 “효능이나 효과에 관한 표현을 좀 더 유연하게 만들어주는 대신 정부는 허위·과대 광고를 더욱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최민호 기자fmnews@fm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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