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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화장품, 해양생태계 파괴 우려 (2020-02-14)

시중 유통 화장품 2만여 제품에 산호 죽이는 물질 포함돼

다단계·방판 등 대체재 마련 고심…화장품 업계 1위 LG생건은 “글쎄”

‘옥시벤존(벤조페논-3)’과 ‘옥티녹세이트(에칠헥실메톡시신나메이트)’가 함유된 국내 화장품 2만여 종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제기구의 환경규제 강화에 따라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에서도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 역시 환경 보호에 동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美 환경단체 “여드름, 불임, 정자 수 감소 등 유발”
옥시벤존, 옥티녹세이트는 선크림, 선스프레이, 선스틱 등 자외선 차단제에 쓰는 대표적인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BB크림이나 CC크림 등의 메이크업 베이스 제품과 파운데이션, 립스틱 등에도 자외선 차단 기능 성분으로 함유돼 있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2000년 이후 국내 시장에 유통되는 자외선 차단 기능성 화장품 중 두 성분이 함유된 제품은 2만 2,000여 종이 넘는다.

문제는 이 성분들이 멸종 위기 생물인 산호의 DNA 변형 및 생식 기형, 내분비계를 손상시켜 산호를 하얗게 죽이는 ‘백화 현상’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산호는 해저에서 어류와 해양 생물들의 주 서식처 역할을 한다.

지난 2008년 미국 환경단체 EWG은 두 물질은 피부 흡수율이 높은 데다, 비교적 많은 양이 피부에 침투돼 생체 호르몬의 작용을 방해하거나 세포를 변화시키는 물질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접촉성 피부염이나 여드름, 여성 불임, 정자 수 감소 등을 유발할 수 있고 세포 손상으로 DNA의 변형을 일으켜 피부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하와이주의 경우 내년부터 두 성분이 포함된 자외선 차단제의 판매, 유통,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최근 선크림에 들어가는 옥시벤존, 옥티녹세이트를 비롯한 6가지 화학성분이 피부를 통해 혈액 속으로 과량흡수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연구를 주도했던 재닛 우드코크 약물평가·연구실장은 “추가 안전성 검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직판업계, 대체재 마련에 고심
옥시벤존, 옥티녹세이트가 들어간 화장품을 유통하는 다단계판매, 방문판매업체 등에서는 대체재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분위기다. 다만 국내 화장품 시장 점유율 1위 엘지생활건강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사용 중단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앞으로 관련 학계 연구기관과 긴밀히 협업하여 환경파괴 영향을 최소화하는 제품의 연구 개발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애터미는 미국 법인으로 유통하고 있는 제품들에 대해 해당 성분을 제외한 상태이며, 한국을 포함한 다른 해외 지사도 순차적으로 해당 성분을 제외하는 작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엘지생활건강 관계자는 “해당 성분은 유기 자외선 차단제에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고시 성분이고, 법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것도 아니다”라며 대체재의 활용방안 가능성에 대해 어떠한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


◇ “무기 자외선 차단제 사용 늘 것”
화장품 업체들이 대부분 옥시벤존과 옥티녹세이트를 사용하는 이유는 유기 자외선 차단제와 무기 자외선 차단제의 역할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옥시벤존과 옥티녹세이트 등을 함유한 유기 자외선 차단제는 자외선을 흡수해서 피부에 닿지 못하게 하는 방식이다. 무기 자외선 차단제는 자외선을 반사, 산란시켜 피부에 침투되는 것을 막는 방식이다.

무기 자외선 차단제는 바르면 뻑뻑한 느낌이 있거나 얼굴이 하얗게 뜨는 경우가 많아 잘 쓰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옥시벤존, 옥티녹세이트 등의 유해성이 알려지면서 이러한 점을 보완한 제품도 출시되고 있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최근 옥시벤존과 옥티녹세이트를 포함한 유기 자외선 차단제가 호르몬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가 있어 무기 자외선 차단제 사용이 늘어날 것”이라 전망했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온라인 웹페이지를 통해 해당 성분을 함유한 화장품과 제조판매 업체명을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있다”며 “온라인서명 캠페인을 통해 환경적으로 안전한 성분으로 대체할 것을 기업에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미애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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