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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외국계 기업이라는 환상 (2019-08-09)

약소국의 국민들이라면 어쩔 수 없이 강대국을 동경하는 마음을 갖게 마련이다. 특히 일본의 식민지를 경험했고 지금까지 미국과 중국이라는 G2의 눈치를 살펴야하는 대한민국의 경우 유난히 강대국에 대한 사대주의가 뼛속까지 스며들어 있다고도 할 만하다.

다단계판매업계로 경계를 좁히더라도 미국에 대한 사대주의는 여전히 작동한다. 많은 판매원들이 한국 기업은 믿을 수 없다고 단언하는 배경에도 사대주의와 식민근성이 존재한다. 다단계판매의 탄생에서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발생해온 온갖 사건 사고들이 그러한 사고방식을 고착화했을 것이다. 거기에다 사건 사고로까지 비화하지는 않았더라도 창립자와 경영자의 도덕적인 결함을 겪은 사람들이라면 외국계 기업, 특히 미국기업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기대심리가 작동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미국 기업에 대한 막연한 충성심과 믿음은 해당 기업의 경영진이나 창립자를 가까이서 볼 기회가 없기 때문에 생겼을 확률이 높다. 엔진오일 총판집 아들을 석유회사를 보유한 대재벌가의 아들인 걸로 속이거나, 한 지역에 집중적으로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고 전세계 주요국에 지사를 설립했다고 광고하는 등의 행위는 우리가 직접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진실인 것처럼 포장된다.

어떻게 보면 판매원들이 이런 착각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는 것은 공정거래위원회나 공제조합이 외국계 기업에 대해서는 ‘알아서 기는 모양’을 보여 왔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메리케이, 에이본, 큐사이언스, 장고, 라이프팜, 예보, 원비즈, 아소시에, 뉴웨이즈 등등의 글로벌기업들은 석연찮은 이유로 철수했다. 물론 그중에는 한국인 지사장의 횡령과 태업에 질려서 철수한 기업들도 포함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더 나은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고 철수를 결정한 것은 한국의 기관 단체와 판매원을 우습게 여기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이러한 한국인 판매원의 근성을 파악한 글로벌 기업들은 최근에는 존재하지도 않는 해외지사를 거론하면서 판매원 유인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기업들의 주장과는 달리 대부분의 매출이 대한민국에서만 발생하면서 ‘무늬만 글로벌’ 행세를 한다는 비판도 잇따른다. 일일이 거론하기는 뭣하지만 한국 지사가 문을 닫으면 미국의 본사마저도 함께 닫을 운명인 기업들이 적지 않다는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이번 메리케이 철수 소식을 접하면서 언뜻 드는 생각은 화장품에 관한 한 미국의 기업들은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에이본이나 메리케이가 한때는 선전했지만 ‘K뷰티’가 본격적으로 위세를 떨치면서 시장 자체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철수에 이른 것이다. 에이본이나 메리케이 제품이 정말로 좋았다면 시장을 잃어버릴 리도 없었을 것이고, 치욕적인 철수 결정을 내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대부분의 글로벌 업체는 창립자나 최고경영자라고 하더라도 주주의 힘을 이기지는 못한다. 기술개발이나 인력개발보다는 주주의 이익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주주리스크는 불가피한 경향이 있다.

상황이 이런 데도 한국의 판매원들은 왜 외국계 기업, 심지어는 중국이나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회사에까지 목을 매는 것일까? 아마도 글로벌 기업에서 일을 한다는 사실만으로 자신 역시 글로벌화된다는 자기 동일시 효과와 소비자 역시 자신과 마찬가지로 ‘물 건너 온’ 제품이라면 껌뻑 넘어갈 것이라는 옛날 생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외국계 기업, 글로벌 기업을 선택하는 게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그 선택의 기준이 좀 더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이제는 그런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도덕적으로든 법률적으로든 한국기업이 글로벌 기업보다 못하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어설픈 글로벌 사기꾼들보다는 작지만 알차게, 그리고 당차게 꾸려나가는 한국의 기업들에 관심과 성원을 보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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