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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터지는 코로나 어디로든 가보자⑤

  • (2021-08-06 09:45)

찬바람이 불 때쯤이면 여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잠시 착각한 때가 있었다. 델타니 람다니 하는 변이 바이러스도 백신 두 번 맞으면 이겨낼 것 같았는데 상황은 점점 좋지 않은 쪽으로 치닫고 있다.

아무리 시절이 하수상하고 민심이 흉흉해도 여행에 대한 유혹만은 떨쳐내기가 힘들다. 접종 확인서만 들고 가면 격리 과정이 생략되는 나라들이 더 많이 등장한다면 2년 째 여행 못 가서 병이 난 사람들도 치유할 수 있을 것이다. 여행은 그 자체로 행복한 삶을 위한 백신인 셈이다.


◇ 오사카
이어령 교수의 <축소지향의 일본인> 이후 일본에 대한 이미지는 작고, 미세하고, 섬세한 분야에 강한 것으로 굳어졌다. 이 말은 곧 거대하고 대규모의 일에는 어쩐지 미흡하다는 식으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규모에 관한 한 중국> 한국> 일본이라는 공식이 성립된 것이다.

그러나 난바에서 도톤보리 니혼바시로 이어지는 아케이드의 규모에는 그야말로 입이 쩍 벌어진다. 이 정도의 규모를 실현하는 일본인들을 가리켜 축소지향이라고 해도 되는 것인지 물음표가 낚싯바늘처럼 뇌리에 걸린다.

▷ 오사카가성(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단순한 생각으로는 원래 축소지향의 일본인이었는데 현대화가 진행되면서 월등한 경제적 감각을 동원해 구현한 것이 이 대규모의 아케이드가 아닐까 싶어진다. 그런데 오사카성을 보고 나면 일본인들이 작고 섬세한 것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규모를 지향하는 가운데 작고 섬세한 것까지 망라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오사카는 일본의 부엌이라고 불릴 만큼 먹을거리의 천국이다. 모두가 좋아하는 다코야키의 고향이기도 하고, 돈가스를 꼬치에 꽂아놓은 쿠시카츠도 오사카가 고향이다. 이외에도 우동, 카레 등등 오사카에서는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먹을거리를 구할 수가 있다.

도쿄가 서울이라면 오사카는 부산쯤 된다. 도쿄의 남자들이 에도코(서울내기) 정도로 불리는 초식남들의 서식지라면 오사카는 상남자들의 대규모 서식지라고 할 수 있다.   


◇ 아그라
뉴델리에서 남쪽으로 약 230km 떨어져 있고 고속버스로 약 4시간 정도 걸린다. 1526년부터 1658년까지 무굴제국의 수도였다. 당시의 황제 샤자한이 먼저 죽은 아내를 기리기 위해 지었다는 타지마할은 지금까지 인도를 대표하는 건축물로 남아 있다.

아내가 죽었는데 새 장가 들 생각을 먼저 하지 않고 아름다운 무덤을 지어 그녀를 기리겠다니. 그것도 인도 남자가. 황제와 왕비의 절절한 사랑은 당대를 지나 지금까지 세상 사람들이 인도라는 말을 들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인도의 상징이 됐다.
▷ 타지마할(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해 질 무렵 야무나강 건너편에서 타지마할을 바라보노라면 그 아름다움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다. 고요하게 흘러가는 강물과 실루엣으로 저물어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덤과 그 위를 꽃잎처럼 날아다니는 새들이 어우러지면 세상의 누구라도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는 장면이 완성된다.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고, 사람이 바뀌어도 사랑만큼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것은 없다. 어쩌면 샤자한 역시 삐걱삐걱 노를 저어 야무나강을 건너 타지마할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죽은 아내와의 시간들을 추억하지 않았을까?

인도는 웬만한 비위로는 여행하기 힘든 곳이지만, 그걸 극복할 수 있다면 새로운 사랑에 눈을 뜨게 될지도 모른다.


◇ 암스테르담
끌로드 미셀 쇤베르그의 <물 위의 암스테르담>이라는 음악이 있다. 귀 기울여 들어보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듯 친숙한 선율이다. 암스테르담은 흐르는 듯 고여 있는 듯 느릿느릿 흘러가는 운하의 물처럼 느릿느릿 쉬엄쉬엄 걷기 좋은 도시다.

마음이 내키면 보트를 빌려 타고 이리저리 기웃거려도 좋다. 운이 좋다면 통유리 창가에서 홀딱 벗고 춤을 추는 무희를 발견할 수도 있다. 전 세계 자전거의 절반 정도는 이 도시에 가져다 놓은 것처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 암스테르담 운하(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세계에서 정원 가꾸는 일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들이 바로 네덜란드 사람이고, 암스테르담 사람들 역시 정원을 가꾸는 일에 열심이다. 얼음이 녹기 시작하고 스케이트를 보관해 둬야 하는 계절이 시작되면 너나 할 것 없이 튤립을 비롯한 각종 구근을 사 모으고, 나름대로 정성을 다해 정원을 가꾸기 시작한다. 오죽하면 앙드레 뒤마라는 작가가 <검은 튤립>이라는 소설까지 썼겠으며, 비트코인의 인기를 튤립 투기에 비유하고 있겠는가.

아무튼 암스테르담의 이 골목 저 골목을 돌아다니다 보면 집 앞을 아기자기하게 장식한 화초들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우리가 골목마다 자동차를 주차하듯이 운하의 기슭에 보트를 정박시켜 놓은 모습은 다른 나라에 와 있다는 실감을 더해준다. 

 

권영오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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