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돋보기

빙글빙글 세상이야기

나는 왜 항상 지르고 보는가?

  • (2017-07-28 00:00)

  


장을 보기 위해 대형마트나 시장에 가면 항상 선택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이러한 순간마다 선택을 하지 못하고 고민을 하다보면 스트레스가 쌓인다. 사람들마다 소비할 때 선택으로 인해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회피하는 방법이 있다. 각자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구매하지만, 그 이면에는 심리적인 요소가 작용해 비합리적인 소비로 이끄는 경우가 많다. 제품을 선택할 때 저지르는 실수들의 몇 가지 예를 정리해봤다.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한 뇌의 절전모드
모든 상황에서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면 지쳐서 쓰러질 것이다. 어느 곳에서 밥을 먹을지, 처음 보는 사람을 만났을 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등을 판단하려면 꽤나 많은 양의 판단 근거가 필요하다. 그러나 무언가를 선택할 때 어림짐작을 통해 결정한다면 뇌의 수고를 덜 수 있다. 때문에 우리 뇌는 심리적 스트레스를 회피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처럼 어림짐작한 판단 혹은 대충 내린 결론을 경제학에서 휴리스틱(heuristic)이라고 부른다.

수십만 년 전 원시인류가 자신을 둘러싼 위험과 위협으로부터 스스로 지키기 위해서는 신속한 판단과 선택이 요구됐다. 하지만 모든 선택의 순간마다 두뇌를 풀가동해 결론을 내린 원시인들은 주위 상황에 무방비해지기 십상이었다. 휴리스틱은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간편하고 신속하게 효율적인 결정을 하고, 남는 에너지는 언제 어디서 만날지 모를 잠재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보존하도록 돕는 일종의 ‘절전모드’인 셈이다. 이러한 경향은 아직까지 남아 무의식 속에서 의사 결정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교묘한 마케팅에는 연전연패 하는 휴리스틱
어림짐작으로만 판단한다면 오차가 생기기 마련이다. 휴리스틱을 통해서만 판단한다면 교묘하게 심리를 자극하는 마케팅으로 인해 소위 말하는 ‘지름신이 강림하는 경험’을 자주 겪게 된다. 한 브랜드의 추종자가 되어 그 브랜드 신제품만 나오면 대충 확인해 구매하고, 어떤 때는 충격적인 광고나 뉴스를 보고 한 제품이 꼭 필요할 것 같아 사재기를 하기도 한다. 또는 비슷한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엄’이 붙었다는 이유만으로 더 비싼 제품을 고르기도 한다. 이 같은 휴리스틱의 종류는 크게 대표성 휴리스틱(representative heuristics)과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s), 그리고 감정 휴리스틱(affect heuristic) 등으로 구분된다.

척 보면 다 알아, 대표성 휴리스틱
대표성 휴리스틱이란 불확실한 상황에서 확률을 따질 때 객관적인 확률이 아닌 자신의 고정관념이나 경험을 대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사람은 최신 스마트폰에 대해 비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비싸고 다양한 기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확률도 높다. 반대로 비싸진 않고 기능만 다양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즉, 최신 스마트폰이라면 당연히 비싸거나 기능이 다양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실제 확률과는 무관한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대표성 휴리스틱을 이용한 마케팅 전략은 다양하다. 그중 하나로 ‘포지셔닝(positioning)’이 있다. 포지셔닝이란 소비자의 마음속에 자사 제품 혹은 기업을 바람직한 위치에 놓는 것을 말한다. 기업은 포지셔닝으로 어떠한 제품은 무엇이 제일이라는 고정관념이나 경쟁 상표와 차별화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다. 브랜드의 특성이 제품의 전형적인 본질을 대표하는 것으로 굳어져 상표 자체가 일반 명사화된 사례도 많다. 예를 들어 ‘지프(Jeep)’, ‘제록스(Xerox)’, ‘스카치테이프(Scotch-Tape)’, ‘크리넥스(Kleenex)’, ‘바셀린(Vaseline)’, ‘스판덱스(Spandex)’ 등이 있다. 소비자들이 제품군의 대표적인 속성을 가진 브랜드들을 아무생각 없이 선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또 다른 예는 시각적 대표성이 있다. 광고에서 관련 분야의 박사나 전문가를 모델로 기용하면 공신력에 힘입어 설득력이 높아진다. 시각 매체로 설득력을 얻은 제품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고정관념과 믿음을 확고히 하게 된다. 식품이나 약품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광고에서 의사나 약사, 과학자 등 전문가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대표성 휴리스틱 마케팅의 ‘포지셔닝(positioning)’을 이용한 제록스

극적인 기억이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에서 테러로 인해 죽는 사람이 많을까 암으로 죽는 사람이 많을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암으로 죽는 사람이 테러로 죽는 사람보다 훨씬 많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의 국가 예산으로 쓰이는 테러 방지 비용은 암 예방을 위한 국가사업 비용보다 25배나 많다. 이렇게 된 이유는 9•11 테러가 미국인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극단적인 경험이 선택에 영향을 주는 것을 가용성 휴리스틱이라고 한다. 자극적인 기억은 보통 다른 지식보다 먼저 떠올라 객관적인 사실을 잊게 만들게 한다. 광고나 제품을 기억에 남도록 자극적이거나 중독성이 있게 만드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안전관련 사고나 국민적 이슈가 생기면 관련 물품의 판매량이 영향을 받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위스키나 소주 등 알코올 도수가 높은 주류의 판매량이 감소한 것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당시 4월 중순 이후 2주간 이마트 내 양주 판매량은 7.2% 감소했고, 소주나 민속주도 각각 2.1%, 6.3% 줄었다. 편의점에서도 비슷한 판매량 저조가 나타났는데, CU편의점에 따르면 참사 이전인 9일부터 13일과 이후인 16일부터 20일까지를 비교한 결과 주류 전체 매출이 3.4% 감소했다. 세븐일레븐도 16∼20일 주류 매출이 참사 이전 대비 3.6% 감소했다. 당시 주류업계 관계자들은 세월호 사건으로 애도 분위기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며 회식과 모임을 미루고, 높은 도수의 술을 피하는 경향도 강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가용성 휴리스틱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보통 가용성 휴리스틱을 통해 내린 결론이 완전히 틀린 경우가 적고, 오류가 있다하더라도 큰 문제로 번지는 일은 많지 않다.

느낌으로 하는 소비
미국의 담배회사들은 한때 건강에 민감한 흡연자에게 어필하기 위해 화학적 첨가물이 없는 ‘천연’ 재료로 만든 담배 브랜드를 출시했다. 보통 담배에는 약 700가지의 화학적 첨가물이 들어가는데, 그중 일부가 암을 유발하거나 천식이나 폐질환과 같은 질병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내추럴 아메리칸 스피릿(Natural American Spirit), 본 프리(Born Free), 셔먼스(Sherman’s) 같은 담배 브랜드들은 무첨가 마케팅을 통해 매출을 빠르게 증가시켰다. 소규모로 시작하긴 했지만 당시 전체 담배 시장의 10분의 1을 점유할 정도로 성장했다. 심지어 세계적 담배기업인 R. J. 레이놀즈(Reynolds)까지도 자사의 윈스턴(Winston) 담배에는 첨가물이 들어 있지 않다는 광고를 했고, 이후 윈스턴의 담배 매출은 상승했다.


무첨가 마케팅의 예인 내추럴 아메리칸 스피릿 담배

실제론 담배에 첨가물이 함유 됐든 아니든 간에 모든 담배에는 각종 질병과 사망의 원인이 되는 유독 물질과 발암 인자가 함유되어 있다. 그러나 천연 재료로 제조한 담배가 몸에 덜 해로운 것도 아닌데 천연이라는 표현이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해 선택을 종용한 것이다. 즉, 천연 담배는 건강에 덜 해로울 것 같은 느낌이 들고, 그 느낌은 담배를 선택하는 데 영향력 미쳤다.

이처럼 사람들의 기분이나 감정이 세상에 대한 그들의 믿음을 결정하게 만드는 것을 감정 휴리스틱이라고 일컫는다. 보통 한 문제에 대한 의견을 설명하기에는 논거나 여러 고려해야할 요소로 인해 골치가 아프지만, 문제에 대한 감정을 설명하는 것은 매우 쉽다.

기업은 소비자가 냉철하고 분석적이게 된다면 상품이 잘 안 팔릴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그렇기에 광고를 감정적으로 만들거나 앞선 담배회사의 예처럼 ‘새로운’, ‘자연의’, ‘웰빙’, ‘프리미엄’ ‘1위’ 등으로 꾸민다. 비교를 할 때 제품에 붙여진 타이틀도 포함하면서 실제로는 큰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제품이 더 팔리는 것이다.


감정 휴리스틱을 통해서 판단하면 비슷한 제품임에도 ‘프리미엄’이라는 이유만으로 더 비싼 제품을 고르기도 한다
 

신준호 기자mknews@mknews.co.kr

※ 저작권자 ⓒ 한국마케팅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목록으로

포토뉴스 더보기

해외뉴스 더보기

식약신문

사설/칼럼 더보기

다이렉트셀링

만평 더보기

업계동정 더보기

세모다 스튜디오

세모다 스튜디오 이곳을 클릭하면 더 많은 영상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오늘의 날씨

booked.net
+27
°
C
+27°
+22°
서울특별시
목요일, 10
7일 예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