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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의 부패는 국가 부패의 상징이다’

  • (2016-09-02 00:00)

지난 818일 대법원은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엠페이스 조직원 장 모 씨와 안 모 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대로 징역형을 확정했다. 단순 판매원이라는 조직원들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며 공동정범으로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다음 날인 819일 대구지방법원 이 모 부장판사는 처벌의 필요성은 느끼지만 단순 판매원인지 판매업자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는 판결에 앞서 이번 판결의 부당성을 의식한 듯 항소심의 판단을 받을 것을 권고했다.

이번 판결에 의구심을 더하는 것은 피고인이 자신들의 범죄 사실을 인정해 선처를 바라는 반성문을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판사는 무죄로 판단한 것이다. 불행하게도 이 부장판사는 이번 사건의 변론을 맡은 법무법인 화우 소속 김 모 변호사와 사법연수원 29기 동기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판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들이 들린다.

관련 사건의 피해자들은 대법원의 유죄 확정으로 일망타진될 것으로 예상되던 엠페이스 조직에 활로를 열어줌으로써 피해규모를 더 키우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대구지방법원의 판결에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의 작가 위화는 최근에 발표한 <이집트 일기>라는 글에서 사법부의 부패는 국가 부패의 상징이라고 일갈한다. 소위 아랍의 봄이라고 일컬어지는 시기에 이집트를 방문했던 저자가 이집트 사법부의 친정부적인 판결에 대해 비판한 글이다. 물론 중국의 현실을 함께 비판하는 글이기도 하다.

그의 글을 읽다보면 정치경제적으로는 한국이 앞서 있지만 사법정의의 측면에서는 이집트나 우리나 별반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 뼈에 저릴 만큼 실감나게 느껴진다. 이집트의 사법부가 정권에 조아리는 이상으로 우리의 사법부는 돈에 조아리고 있다. 이미 오래 전에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쳤던 가난한 범죄자들의 하소연이 그냥 웃어넘길 일이 아닌 것은 2016년 대한민국의 사법현실로도 유효하다는 사실이 국민 모두를 참담하게 한다.

가장 먼저 엠페이스 조직원들의 손에 면죄부를 쥐여 준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정 모 부장판사는 자신의 판결이 수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엠페이스 조직원들의 사기 및 유사수신 행위를 부추기는 단초가 됐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을 것인지 궁금해진다.

위법 여부와는 상관없이, 서민들의 막대한 피해조차도 고려하지 않고, 법관으로서의 양심에도 개의치 않고 오로지 막대한 성공보수를 향해 질주하는 이들의 탈선은 배금주의의 결정판을 보는 듯 마음이 편치 않다.

지금 대한민국을 뒤흔드는 인천지방법원 김수천 부장판사나 진경준 전 검사장 사건은 우리 사회의 부패정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바로미터이다. 과거에는 한두 명의 법관이 정도를 벗어났다면, 지금은 오히려 한두 명의 법관만이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하는 꼴이다. 무엇보다 암담한 것은 법관직을 유지하기 위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정권의 눈치를 봤던 과거와는 달리 그저 돈을 긁어모으기 위해 양심도 정의도 내팽개치고 있다는 점이다.

자본주의 최고의 가치가 돈이라는 것까지 부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그 돈이 서민들의 피눈물일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인간의 법이라면 눈감고 외면하는 것으로 진실을 회피할 수 있어도 하늘의 그물은 성글고 성글어도 무엇 하나 놓치지 않는 법이다.

사법부의 부패가 국가 부패의 상징이라면 사법부의 개혁은 국가 개혁의 상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비록 그들이 학창시절이나 지금이나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하기는 했어도 정의감까지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들이 그 시절의 양심을 되찾아야 국가의 양심도 살아날 수 있다. 정의로운 국가는 아니더라도 납득할 수 있는 국가는 되어야 할 게 아닌가.

권영오 기자chmargaux@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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