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돋보기

나잇값 사람값

  • (2016-01-29 00:00)

물건마다 가치에 맞는 가격이 있다. ‘제값’이라고 한다. 물건의 가치에 비해 가격이 높으면 비싸다고 하고, 물건의 가 치에 비해 가격이 낮으면 싸다고 한다.

비싸게 군다는 것은 제값을 모른 채 우쭐댄다는 말이고, 싸게 군다는 말은 그나마 쓸 만 한데 스스로 가치를 낮춰 시정 에 뒹구는 것을 말한다.

적정가격이라는 것은 상품에도 적용 되지만 사람에 적용할 때 그 가치가 분명해진다. 이름값과 몸값에 상응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먹튀’가 되는 것이다.
나잇값이란 세월을 거쳐 오면서 체득한 경험과 경륜에 걸맞는 가치를 가리킨다. 나잇값을 못한다는 것은 나이만 먹고 경험도 경륜도 얻지 못한 예이다. 뿐만 아니라 여전히 세상 의 흐름을 알아채지 못하고 역행하거나 빗나가는 사람도 나 잇값을 못하는 사람에 속한다.
오래전에 공자는 각각의 나잇값을 분명하게 정해 줬다. 20세의 약 관(弱冠)에서부터 30세의 이립(而立), 40세 불혹(不惑), 50세 지천명 (知千命), 60세 이순(耳順), 70세 고희(古稀) 등등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각각의 언저리쯤 도달하면 이 정도는 돼야 한다는 뜻에서 이렇게 구분했을 것이다.
요즘 세상에는 30세라고 해봐야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사람들이 수두룩하므로 논외로 치고 40세부터는 그야말로 제 값을 하고 살아 야 한다는 말이다.

40세를 가리켜 불혹이라고 한 것은 유혹에 흔들릴 때는 지났다는 뜻이다. 나이 40세에 뜻을 세우고도 작심삼일에 그치는 사람들은 나잇값을 못하는 것이다. 귀가 얇은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무엇보다 공자가 그렇게 정한 것은 40세 쯤 되면 온갖 유혹이 넘치리라는 것을 체험하고 또 예견했기 때문일 것이다.
50세는 하늘의 뜻을 헤아릴 줄 아는 나이를 말한다. 요즘 SNS를 떠 도는 ‘운칠기삼이라는 말을 이해할 줄 아는 나이’가 됐다는 말이다. 모 든 동물 중에 유일하게 인간은 자아(自我)를 가진 동물이다. 요행을 요행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의 능력으로 믿어버린다.

한 번의 성공에 대해서는 행운이려니 반신반의하다가도, 행운이 두 번만 이어 지면 스스로를 슈퍼맨인 걸로 착각하게 된다. 60세에 이르면 이순(耳順)이라고 해서 이제는 세상의 모든 소리에 반응하지 않을 무렵이다. ‘생각하는 것이 원만하여 어떤 일을 들으면 곧 이해가 된다’는 뜻이다.

모든 걸 이해할 때라는 말도 된다. 여기에서 나잇값이 본격적으로 심각해진다. 여전히 젊은 기분에 사로잡혀 사사건건 따지고 들면서 꼬장꼬장해지는 사람이 있고,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대세를 따르는 사람으로 나누어지는 것도 이 시기이다. 아마도 공자가 이순을 이야기한 것은 노추(老醜)를 경계하 는 말이기도 할 것이다. 젊은 시절에는 치밀하고 계획적인 것이 플러스 요인이었다면, 늘그막에 사소한 일에 지나치게 얽매여 감정을 소모하고 주위를 불편하게 하다가는 노추로 전락하게 된다. 노추와 노욕(老慾), 노탐(老貪)은 한통속이 다.
늙는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기도 하거니와 자칫하면 오해받기 십상이다. 노욕과 노탐이라고 지칭되는 것들도 젊은 시절이었다면 야망이 고 꿈이라고 장식됐을 것이다.

그러나 세월은 자연스레 사람을 뒷방 으로 이끌고 가고, 아무리 날카롭게 모가 났던 돌도 둥글둥글 원만해 지는 무렵이다.
2010년대 들어서면서 우리 업계는 몰라보게 늙어가고 있다. 다단계판매의 역사가 30년을 바라보면서 40세 혈기왕성하던 판매원도 이 제는 70세가 됐다.

대학생 시절에 다단계를 처음 접한 사람들도 다들 50세를 넘겼으니 그 이상 나이를 먹고 이 사업을 만난 사람들에 대해 서 굳이 말해 무엇 하랴. 이렇게들 나이를 먹어가지만 우리 업계에는 여전히 그 값이 청년 시절의 값에 지나지 않는 사람이 적지 않다. 나잇 값을 못한다는 말이다.

이것은 비단 판매원의 일만이 아니라 기관 단체를 이끄는 사람 중에도 공자가 정한 커트라인을 통과하지 못하고 분란의 중심을 자처하는 예가 있다.
그릇이 크다는 말은 생각이 크고 꿈이 큰 것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외부에서 가해지는 충격을 받아들이는 그릇이기도 하다. 사소한 충격 에 앓아눕는 사람도 있고, 소행성만한 충격까지 유연하게 받아 안는 사람이 있다. 나잇값이든 사람값이든 그 값을 매기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다.

권영오 기자chmargaux@mknews.co.kr

※ 저작권자 ⓒ 한국마케팅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목록으로

포토뉴스 더보기

해외뉴스 더보기

식약신문

사설/칼럼 더보기

다이렉트셀링

만평 더보기

업계동정 더보기

세모다 스튜디오

세모다 스튜디오 이곳을 클릭하면 더 많은 영상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오늘의 날씨

booked.net
+27
°
C
+27°
+22°
서울특별시
목요일, 10
7일 예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