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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들이 읽는 동화

나이 50에 최말단 종9품 능참봉 되니 한 달에 거동이 29번이라

  • (2015-05-21 00:00)

 옛날 옛적에 향시에 붙은 이래 나이 마흔이 넘어도 과거시험에 붙지 못해 먹고살기가 빠듯한 양반 퇴물인 돌쇠는 말이 양반이었지 먹고사는 생활은 일반 백성보다도 못해서 어디 가서 양반행세도 제대로 못하고 궁핍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운이 통했는지 나이 50이 되기 직전 최말단 관리인 종9품 능참봉 자리를 얻어 할 수 있었습니다. 능참봉이 하는 일이란 능역 관리로 비각을 개수하고 사토(莎土)하는 것이 주업무로 능 주변의 큰 나무 하나라도 손상시키면 때에 따라선 3년 유배의 큰 벌을 받을 수도 있었지만 별로 크게 신경 쓸 일은 없는 한직 중의 한직이었습니다.

 월급이랬자 쌀 10말에 콩 5말로 양반행세 하며 살기는 빡빡했지만 왕릉 경내의 숲을 관리, 그곳에서 생산되는 땔나무나 숯 등의 관리 처분권이 있어 그렇게 팍팍한 삶은 아니었습니다.

 대개의 능은 후대의 임금들이 쉽고 편하게 성묘할 수 있도록 서울 부근에 있었지만 보통의 임금들은 처음엔 자주 성묘를 다녀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이름 붙은 날에만 성묘를 다녔기에 능참봉들의 일은 별게 없었습니다.

 돌쇠는 처음엔 서투르고 긴장돼 일이 힘들었지만 해가 거듭되고 요령이 생겨 훨씬 편해졌습니다. 그날은 새벽부터 비가 내리고 몸이 노곤해서 늦게까지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꿈을 꾸는데 자기가 망나니의 칼에 목이 잘려 죽는 꿈이었습니다.

 꿈을 깬 뒤 일어나 생각해보니 너무나 불길한 꿈인지라 점쟁이에게 해몽을 부탁했습니다.

 “큰 일이군요. 정말 죽을 운인데…. 글쎄요. 빌어보면 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비가 줄기차게 쏟아지는 능 주변은 물이 넘쳐 개울물처럼 흘러내렸고 멍하니 비를 맞은 돌쇠는 곧 벼락을 맞아 죽을 것 같은 생각에 온몸의 힘이 쑥 빠져 빗줄기에 허물어지듯 주저앉아선 곧 빌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하느님인지 돌아가신 임금님인지도 모르고 무조건 살려달라고 빌기 시작했습니다.

 수원 행궁에 머무르고 있던 임금님은 밤새도록 내리던 비가 낮이 되어도 그치지 않자 수행원을 시켜 “능참봉이 재실에서 자고 있으면 무조건 목을 쳐오게. 능에 올라가 있으면 그냥 오고….”
임금님의 명을 받은 수행원이 말을 달려 화산에 있는 능까지 20리길을 한달음에 달려가니 능참봉은 온몸이 비에 후줄근히 젖은 채로 능에 엎드려 있는게 아닌가!

 돌쇠는 꿈 덕분에, 아니 점쟁이의 해몽 덕분에 한나절 빗속에 엎드려 있었던 덕으로 죽음을 면하고 임금의 사랑을 받게 되었습니다.

 200여 년 전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은 가슴아픈 과거를 뼈속에 아로새길 수밖에 없는 불운의 임금님이었습니다.

 수원지방엔 “모처럼 능참봉 했더니 한달에 (임금님의 ) 거동이 스물 아홉번”이란 속담이 전해 내려오곤 있습니다. 음력으로 한 달이 29일이나 30일이니까 한 달에 스물 아홉번이나 성묘를 다녔다면 매일 다녔다는 얘기가 됩니다. 임금이 100리 밖으로 나가려면 복잡한 일이 많아 수원 100리길을 강제로 80리길이라 했고, 정조가 수원 화산의 사도세자능을 찾은 기록은 한달에 13번이 최고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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