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여러 해 동안 임금을 섬기던 용맹한 군인 돌쇠는 용감하게 싸우다 여기저기 부상을 당한 몸을 치료하기 위해 야전병원에 입원해 있었습니다. 치료가 끝나기 전에 전쟁은 끝났고 돌쇠가 퇴원하고 나니 돌아갈 부대가 없어졌습니다.
 말하자면 전쟁이 끝나고 나니 많던 군인을 지탱할 필요도 없어졌고 지탱할 자금도 없었기 때문에 적은 수의 궁전수비대만을 남겨두고 대부분의 부대를 해산시킨 것이었습니다. 돌쇠는 갈 곳이 없었습니다. 고향에 가봤자 생활력이 없는 늙은 부모밖에 없었고 몇 푼 있던 돈이 떨어지고 여기저기 떠돌다 숲에 이르렀을 때는 해가 져서 어두워졌습니다. 그는 어둠 속을 걷다 불빛을 발견, 그 집을 찾아가 하룻밤 신세를 지기로 했습니다.
 집주인 노파는 날이 밝으면 정원을 손질해주는 조건으로 그 집에 머물게 해주었습니다. 첫날은 정원을 손질했고 둘째 날은 하루종일 장작을 팼고, 셋째 날은 말라버린 우물에 들어가 불이 타고 있는 등잔 하나를 찾는 일이 기다렸습니다. 
 돌쇠가 바구니를 타고 우물 속으로 내려가 불이 깜빡거리는 녹슨 등잔을 찾아서 신호를 보냈습니다. 바구니가 거의 다 올라오자 노파는 등잔을 달라고 했습니다. 돌쇠는 무의식적으로 등잔을 주려다가 흠칫하고 이상한 예감이 들어 “땅 위에 올라가서 드릴게요!” 했으나 노파는 부득불 등잔을 먼저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잠깐 승강이를 하던 노파는 별안간 화를 내며 줄을 풀어버렸습니다. 물론 돌쇠는 우물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다행히 많이 다치지는 않았지만 우물이 너무 깊어 혼자서는 살아나갈 방법이 전혀 없었습니다. ‘이제 죽었구나!’ 낙심한 돌쇠는 담배 파이프를 꺼내 입에 물고는 아직도 꺼지지 않고 타오르는 등잔으로 불을 붙였습니다. 담배 연기가 우물바닥을 맴돌기 시작하자 맹구처럼 웃기게 생긴 도깨비가 나타났습니다.
 “나으리, 분부하실 일이라도…?”

 깜짝 놀랜 돌쇠는 도깨비를 따라 땅위로 올라올 수 있었습니다. 물론 도깨비의 도움으로 으리으리한 궁전보다 더 삐까뻔쩍한 집에서 살며 자기의 목숨도 바칠 각오로 싸워준 군인을 전쟁이 끝났다고 버린 임금님을 골탕먹일 생각을 했습니다.
 그날 자정이 되자 도깨비는 임금의 무남독녀인 공주를 데려왔습니다. 돌쇠는 청소를 해본 적이 없는 공주에게 집안청소를 시켰습니다. 미스 유니버스 뺨치게 예쁜 공주가 생전 처음 땀 흘려가며 일하는 사이 어느새 새벽닭이 울자 도깨비는 공주를 데리고 가 그녀의 침대에 눕혔습니다.
 아침에 일어난 공주는 자기가 꿈을 꾸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생시라면 공주인 자기에게 청소를 시킬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공주는 삭신이 쑤시고 아팠습니다.
 꿈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공주는 그날은 주머니에 콩을 가득 넣고 잠을 잤습니다. 도깨비에 끌려가면서 공주는 길가에 콩을 뿌려 흔적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도깨비는 온 길가에 콩을 뿌려 흔적을 찾을 수 없도록 했습니다.
 다음날은 임금이 공주의 신발 한짝을 납치돼 가있던 집에 숨겨두라고 했습니다. 돌쇠는 이날도 공주를 하녀처럼 일을 시켰습니다. 결국 모든 백성의 집안을 뒤져 공주의 신발은 찾았으나 돌쇠는 그 집에서 사라진 뒤였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돌쇠는 잡혀서 감옥에 갇혔습니다.
 아뿔싸! 돌쇠는 녹슨 놋쇠 등잔을 챙기지 못하고 붙잡힌 것이었습니다. 주머니엔 금화 한 닢만이 들어있었습니다. 돌쇠는 금화 한 닢으로 사람을 시켜 주막 방에 놓아둔 보따리를 찾아올 수 있었습니다. 사형대에 끌려간 돌쇠는 담배 한 대를 피우는 마지막 소원을 허락 받았습니다.
 담배 연기가 피어오르자 웃기게 생긴 도깨비가 방망이를 들고 나타나 번개처럼 뛰어다니며 병사들과 판사, 그리고 임금까지 두들겨 팼습니다. 생명의 위험을 느낀 임금은 궁전을 돌쇠에게 주겠다 했지만 돌쇠는 도깨비와 함께 무릉도원을 찾아 길을 떠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