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쁜이네 물방앗간은 가뭄이 몇 년 계속되자 물이 부족해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어 차차 가난해져 나중에는 물방앗간과 뒤뜰의 사과나무 한 그루밖에 남지 않은 가난뱅이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물레방아가 돌지 않을 때에는 숲에 가서 나무를 해다 팔아서 끼니를 때울 정도가 되었습니다.
 하루는 나무를 한짐 잔뜩 해서 지고 오다가 쉬고있는 틈에 허름한 노인이 옆에 와선 담배를 한 대 피우더니 “왜 그렇게 어렵게 사나? 내가 부자로 만들어줄까?”하며 말을 걸어왔습니다. “무조건은 아니겠지요? 조건은요?” 은근히 구미가 당긴 방앗간 주인은 반 농담조로 노인의 말을 받았습니다.
 “아주 간단하지! 지금 방앗간 뒤뜰에 있는 걸 내게 준다면 되네. 약속한다면 3년 후에 와서 가져가겠네!” 방앗간 주인은 뒤뜰에 사과나무 한 그루밖에 없는 걸 생각하곤 계약서를 쓰고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는 노인이 말한 대로 금은보화가 다락에도 그득, 곡식창고에도 그득 차있었습니다. 깜짝 놀라 어리둥절해있는 아내에게 숲속에서 만난 노인과의 계약서 건을 얘기하자 “그 시간엔 이쁜이가 뒤뜰을 쓸고 있었는데…”하며 “당신은 금은보화와 이쁜이를 바꾼걸 거야!”하며 얼굴이 시퍼렇게 질려버렸습니다.
 3년이 지나고 약속한 그날이 다가오자 이쁜이는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목욕재계하고 뒤뜰에 나가 솟대 같은 성역(聖域)의 표시로 백회로 원을 그린 다음 그 안에 앉아 노인 아니 마귀를 기다렸습니다. 마귀는 성역 안에 들어가 있는 이쁜이에게 접근하지 못하고 화를 내며 “몸에 물을 묻히지 못하게 하시오. 내일 다시 오리다” 하며 떠나갔습니다. 이쁜이를 데려가지 못하면 방앗간집의 모든 재산을 빼앗겠다는 마귀의 협박에 아버지는 이쁜이에게 몸에 물을 묻히지 말라고 부탁했습니다. 다음 날 이쁜이는 세수조차 안하고 기다렸지만 너무 많이 눈물을 흘려 얼굴은 세수한 것 같이 깨끗해졌습니다.
 성역에 들어가지 못하는 마귀는 홧김에 이쁜이의 손목을 분질러 병신을 만들고는 물러갔습니다. 결국 아버지의 재물 욕심 때문에 두 손을 못쓰게 된 이쁜이는 화가 치밀어 집에 앉아 있지 못하고 여행을 떠났습니다. 하루종일 길을 걸은 이쁜이는 해질 무렵에 왕궁의 정원 앞에 이르렀습니다. 배가 고픈 이쁜이는 그곳에 탐스럽게 열려있는 열매들을 보곤 침을 삼켰지만 해자(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관 둘레에 판 연못)가 넓고 깊어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들어갈 수가 없다는 판단이 서자 이쁜이의 갈증은 별안간에 온몸을 휘저었습니다. 곧 죽을 것만 같다는 느낌이 전신을 휘감았습니다. “아! 하느님! 살려주세요” 간절한 이쁜이의 기도가 하늘 끝에 다다랐는지 해자에 가득찬 물이 갈라지고 길이 열려 이쁜이는 배가 탐스럽게 달려있는 정원에 들어가 입을 대고는 정신없이 배를 한 개 다 먹었습니다.
 어쨌든 배 한 개를 다 먹자 갈증은 물론 배고픔도 일시에 가셨습니다. 그러자 졸음이 몰려와 이쁜이는 얼마 걷지도 못하고 쓰러져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정원사는 배 하나가 없어진 것을 알고는 임금에게 보고했습니다. 임금은 무슨 일일까 하고 정원사와 함께 정원을 한바퀴 돌다가 잠을 자고 있는 이쁜이를 발견했습니다. 잠을 깬 이쁜이를 본 임금은 그녀의 미모에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마귀가 저의 집을 부자로 만들어준 댓가로 저를 달라고 했는데 저를 데리고 가지 못하자 제 두 손목을 부러트려 전 두 팔을 쓰지 못하는 병신이 되었습니다.”
 이쁜이의 말을 듣자 임금은 손을 내밀어 이쁜이를 잡아 이끌었습니다. 그러자 이쁜이의 팔목이 불에 데인 듯 화끈거리더니 두 손을 쓸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이쁜이가 먹은 배는 모든 병을 고쳐주는 신비한 약효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왕궁으로 간 이쁜이는 얼마 후 임금과 결혼, 슬하에 두 왕자를 두고 행복한 일생을 보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