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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들이 읽는 동화 l 꼬부랑 할머니가 준 요술냄비와 팥죽호수

  • (2014-03-14 00:00)


 옛날 옛적 호랑이가 담배 피던 아주 오랜 옛날에 마을에서 제일 착하고 예쁘고 건강한 아가씨 순이가 외딴 집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너무 가난해서 항상 기운 옷을 입고 남의 집 허드렛일을 해주곤 했지만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생활은 즐겁기만 했습니다.
 낙엽이 산야를 아름답게 물들일 때 순이는 겨우내 추위를 이기게 해줄 장작을 마련하기 위해 꽁보리밥 도시락을 싸 가지고 숲으로 들어갔습니다. 나무를 한 지게 가득 쌓아놓고 개울가에 앉아 도시락을 먹으려고 할 때에 꼬부랑 할머니가 지팡이에 겨우 몸을 의지하고는 힘들게 걸어오더니 “배가 고프다”며 먹을 것이 있으면 나눠달라고 했습니다.
 순이는 한참 힘들게 일을 해 시장기를 느꼈지만 꼬부랑 할머니의 배고픈 사정을 외면할 수가 없었습니다. “할머니, 반찬도 부실하고 꽁보리밥이라 죄송해요” 하며 도시락을 할머니에게 드렸습니다. 같이 먹자 거나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게눈 감추듯 그릇을 비운 할머니는 물 한 그릇을 다 비우더니 트림을 시원하게 한 후 그 자리에 앉은 채로 졸았습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할머니는 순이의 도시락을 달게 먹었습니다. 미안한 기색도 없이 당연하다는 듯이 맛있게 먹었습니다. 사흘째 점심을 굶게되자 순이는 좀 짜증이 났지만 겉으로 내색은 않은 채 냇물에다 도시락을 깨끗이 씻고는 지게에 얹었습니다. 사흘째도 할머니는 식후 한참을 졸고 있더니 순이가 지게를 지고 일어나자 늘어지게 하품을 하더니 다 낡은 바랑(승려가 등에 지고 다니는 자루 모양의 큰 주머니)에서 쭈그러진 냄비 하나를 꺼내서는 순이에게 주었습니다.
 “순이야, 배고프지. 이 낡은 냄비는 네가 먹고 싶을 때 ‘냄비야, 끓여다오’ 하면 냄비가 스스로가 맛있는 팥죽을 쑤어준단다. 팥죽을 그만 먹고 싶다면 ‘냄비야, 고맙다’하면 죽 쑤는 것을 멈춘단다”
 그러더니 꼬부랑 할머니 주위에 부드럽고 향기로운 바람이 은은히 풍기더니 아름답게 변한 얼굴에 인자한 미소를 가득 띄우며 날개옷을 펄럭이며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관음보살의 현신(現身)이었습니다.
 순이는 보살께 합장하며 기쁜 마음에 몸이 가뿐해져 배고픔도 잊고 나뭇짐을 지고는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어머니에게 인사드릴 짬도 없이 순이는 관음보살을 뵈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관음보살이 준 냄비를 상위에 올려놓고는 “냄비야, 끓여다오” 한 후 ‘배고프지 않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하고 기도했습니다. 냄비는 잠시 들썩이더니 가득 팥죽을 끓여냈습니다. 모녀는 먹고싶을 때마다 원없이 팥죽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이 소식은 금세 온 마을에 퍼졌습니다. ‘문둥이 콧구멍에 박힌 마늘까지 빼 먹는다’는 욕심쟁이에 악독한 여인 뺑덕어미가 이 소식을 듣고는 좀이 쑤셔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루는 순이가 일이 있어 밖에 나갔을 때 팥죽이 먹고싶어진 어머니가 “냄비야, 끓여다오” 해서 팥죽을 끓이고 있을 때 뺑덕어미가 마실을 와서 팥죽을 맛있게 먹고는 관음보살의 현신과 “냄비야, 끓여다오”라는 사연을 듣고는 이리저리 궁리를 하다 기회를 봐서 냄비를 훔쳐갔습니다.
 하지만 뺑덕어미는 ‘냄비야, 고맙다’ 해야 팥죽이 그만 나오는 것을 몰랐습니다. 팥죽이 방안을 가득 채우고는 마당으로 흘러나오다가 나중에는 집 근처를 온통 팥죽호수로 만들었습니다.
 그제야 마을로 돌아온 순이는 ‘냄비야, 고맙다’해서 팥죽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게 했지만 뺑덕어미는 팥죽 속에서 허우적대다가 목숨을 잃은 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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