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호랑이가 담배 피던 아주 오랜 옛날에 열쇠 만드는 일을 배운 젊은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일에 능숙해질수록 재미를 못 느낀 그는 자기가 자물쇠를 쉽게 여는 것처럼 행운의 자물쇠를 열어보고 싶어졌습니다.
 행운을 찾기 위해 집을 떠나 이리저리 떠돌던 열쇠공은 숲 속에서 맹수에게 쫓겨 죽기 직전에 사냥꾼이 총 한방으로 맹수를 잡는 바람에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사냥꾼을 따라다니다 그의 도제(徒弟)가 되어 사냥을 배우기로 했습니다. 사냥 때문에 목숨을 건졌으니 이 사냥이 곧 자기의 행운을 여는 열쇠가 될 것이란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열쇠공이 스승의 문하를 떠나게 된 것은 5년의 세월이 흐른 다음이었습니다. 스승은 그에게 수료기념으로 쏘기만 하면 무슨 물건이든 백발백중 맞추는 요술총을 주었습니다. 혼자가 된 열쇠공은 맹수를 잡기 위해 깊은 숲 속을 헤매다가 작은 불빛을 발견, 불빛을 따라가 보니 황소 한 마리를 통째로 구어 먹는 큰 거인 셋이 보였습니다. 거인 중 한 명이 고기 한 조각을 입에 넣으려는 순간 열쇠공은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고기를 날려버린 거인은 다시 한 조각을 집어 입에 넣으려 했습니다. 이번에도 총을 쏘자 그제야 거인들은 누가 총을 쏴 고기를 날려버리는 것을 알아챘습니다.
 거인들은 백발백중의 솜씨로 자기들을 도와 임금의 무남독녀인 공주를 납치해 오면 크게 후사하겠다며 부탁해오자 열쇠공은 호기심 반 무서움 반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같이 행동하기로 했습니다. 거인들이 계속 실패한 건 사나운 문지기 개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열쇠공은 문지기 개가 보이자말자 총을 쏴 개의 입을 다물게 했습니다.
 열쇠공은 우선 상황을 탐지하기로 하고 혼자서 대궐로 들어갔습니다. 첫 번째 방에는 벽에 근사한 칼이 걸려 있었고 “이 칼은 상대방이 누구든지 꺾을 수 있다”는 글이 쓰여져 있었습니다. 그 칼을 허리에 찬 열쇠공은 다음 방에서 잠자고 있는 미스 유니버스보다 더 예쁜 공주를 발견했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에 열쇠공은 납치 따위 생각은 잊어버리고 “이 공주를 거인들에게 넘길 수 없다”고 결론지은 후 덧버선과 목도리, 잠옷의 한 귀퉁이를 잘라 갈무리하고는 공주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방을 빠져나왔습니다.
 성벽에 다다른 열쇠공은 성벽에 난 구멍으로 거인들을 들어오라고 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쉽게 들어올 수 있었지만 거인들의 큰 몸으로는 힘이 들었습니다. 머리를 들이민 거인의 목을 칼로 내리친 열쇠공은 몸을 잡아 빼고는 다음 거인도, 마지막 거인도 칼로 목을 내리쳤습니다.
 이튿날 아침 대궐에선 작은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공주납치를 위해 서너번 궁궐을 쳐들어왔던 거인 셋이 모두 목이 잘린 시체로 발견됐기 때문이었습니다. 누가 공주를 위해 거인을 죽였는지 알 수가 없었기에 임금은 거인을 죽인 사람을 찾아 공주와 결혼시키겠다는 칙령을 내렸습니다. 그러자 거인을 죽였다고 나선 사람은 애꾸눈 선장이었습니다. 공주는 그 모습을 보고는 몸서리를 치고는 “죽어도 그와는 결혼하지 않겠다”며 임금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궁에서 쫓겨난 공주는 숲속 오두막에 살며 찾아오는 손님에게 식사를 대접하되 요금은 받지 못한다는 벌칙을 받았습니다. 그 소문은 멀리 사는 열쇠공에게까지 들려왔습니다. 열쇠공은 칼과 각종 증거물을 챙기고는 오두막을 찾았습니다.
 미스 유니버스보다 더 예쁜 공주를 물끄러미 쳐다본 열쇠공은 증거물을 내놓았습니다. 공주도 열쇠공을 보자 한눈에 반해서 둘은 곧 왕궁을 찾아가 임금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했습니다.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고 열쇠공은 공주의 부왕이 늙어 죽자 다음 임금이 돼 나라를 잘 다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