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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는 미친 코끼리, 밑에는 독사와 독룡, 생명선인 등나무넝쿨은 쥐가 쏠고

  • (2013-07-12 00:00)



 옛날 옛적 호랑이가 담배 피던 아주 오랜 옛날에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하며 떠돌던 나그네 한 사람이 인가를 찾아볼 수 없이 황량한 광야를 걷다가 미친 코끼리 한 마리를 만났습니다. 나그네는 크게 놀라 앞뒤 살펴볼 겨를도 없이 죽을힘을 다해 도망쳐 다니다가 언덕 아래에 있는 우물을 발견했습니다. 마침 우물 속으로는 등나무 넝쿨이 뻗어 내려가 있어 나그네는 화급히 넝쿨을 잡고 우물 밑으로 내려가 코끼리를 피했습니다.
 한숨을 돌리고 밑을 내려다보니 우물 바닥의 네 구석에는 네 마리의 독사가 먹이를 발견하곤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습니다. 겁이 나 위를 올려다 보니 미친 코끼리가 화를 참지 못하고 날뛰고 있었고 밑을 내려다보니 처음엔 보이지 않았던 독룡(毒龍) 한 마리까지 우물 한 복판에서 독기를 내뿜고 있었습니다.
 나그네는 내려가지도, 올라가지도 못할 어정쩡한 상태에서 오직 하나의 생명선인 등나무 넝쿨을 꼭 잡고는 떨어지지 않기 위해 아파 오는 팔에 힘을 주고는 진땀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한참을 그런 자세로 있다보니 어디선가 말발굽소리 같은 것이 들려오는 것 같았습니다. 무슨 소리일까? 혹시 자기를 ‘구해줄 사람이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 하고 고개를 빼들고는 열심히 그 소리를 확인하려고 애썼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말발굽 소리도 아니었고, 사막을 가로지르는 대상들의 낙타무리의 소리도 아니었습니다. 정신을 집중해서 듣고 쳐다보니 나그네가 잡고있는 등나무넝쿨을 쏠고 있는 흰쥐와 검은 쥐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얼마 후면 쥐들이 쏠고 있는 등나무 넝쿨이 끊어질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습니다. 또 우물의 중턱 여기저기에는 작은 뱀들이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습니다.
 만일 쥐가 갉아먹어서 등나무 넝쿨이 끊어지거나 팔의 힘이 다 빠져서 넝쿨을 잡고 있지 못한다면 나그네의 생명은 끝이 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참으로 기구한 운명이라 생각하고 나그네가 하늘을 쳐다보니 등나무 위에 달려있는 벌집에 꿀을 만드느라 분주한 꿀벌 댓 마리가 날고 있었고 벌집에선 꿀물이 한방울 두방울 떨어져 나그네의 입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나그네는 그 달콤함에 취해 자신이 절벽에 매달려서 코끼리를 피하고 있다는 사실도 잊어버리고, 쥐들이 넝쿨을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도, 그래서 결국은 넝쿨이 끊어져 독사의, 독룡의 밥이 되리라는 자신의 신세도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이 설화는 불경 중에 촌철살인의 비유로, 경전 중에 가장 짧으면서도 가장 유명한 ‘불설비유경(佛說譬喩經)’에 나오는 ‘안수정등(岸樹井藤)’ 이야깁니다. 세존께서 설법 중에 말씀하신 이 이야기는 절에 가면 벽화(岸樹井藤圖)로 많이 그려져 있기도 합니다. 코끼리는 무상하게 흘러가는 세월을 의미하고, 등나무 넝쿨은 생명을, 검은 쥐와 흰 쥐는 밤과 낮을, 작은 뱀들은 때때로 찾아드는 병고를, 독룡은 죽음 등으로 에 비유한 얘깁니다. 나그네가 꿀을 먹으며 모든 것을 잊듯이 일확천금의 단꿈을 꾸지 마십시오. 꿀의 단맛이 사라지기 전에 독사와 독룡의 독기가 우리의 몸에 스며들고 있습니다. 독기가 스며든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늦은 때입니다. 꿀의 단맛은 우리의 인생을 결단내는 독약임을 잊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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