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꿀잠’이 새로운 소비가 되다
<글로벌 헬스&뷰티 시장 분석 80> - 인도 수면 시장

인도는 급격한 도시화, 장시간 근로, 불규칙한 생활 습관으로 인해 수면 장애를 겪는 인구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수면 클리닉 기관인 리미슬립(RemeSleep)과 인도 최대의 소비자 설문 플랫폼 로컬서클(LocalCircles)이 2026년 공동으로 발표한 수면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만 5,659명 중 39%는 4~6시간, 20%는 최대 4시간 동안 연속적인 수면을 취한다고 답했다. 즉, 설문에 참여한 성인의 59%는 6시간 미만의 불완전한 수면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2022년 50%에서 꾸준히 증가해 왔다.
주목할 점은 수면 방해 요인이다. 1만 4,952명의 응답자 중 72%는 화장실 사용으로 인한 방해를 꼽았다. 25%는 늦잠을 자거나 아침 일찍 집안일을 해야 하기 때문으로 응답했고, 22%는 모기나 외부 소음을 방해 요인으로 답했다. 즉, 인도의 수면 장애는 휴대폰 사용(6%)보다 야간 빈뇨(72%), 불규칙한 생활 일정(25%) 등 생체 리듬 및 신체 불균형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 2010년대 중후반부터 수면을 하나의 산업적 영역으로 바라보는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가 부상한 데 반해, 인도의 수면경제는 상대적으로 최근에 주목받기 시작했다. 인도 주요 언론에서는 2024년경부터 ‘Sleep Economy’라는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2026년 들어 관련 보도가 더욱 확대되는 모습이다. 타임스 오브 인디아(The Times of India)가 수면 부족을 국가적 차원의 ‘소리 없는 역병(Silent Epidemic)’으로 규정한 데 이어, 더 이코노믹 타임스(The Economic Times) 등 유력 경제지들은 이를 ‘불면증 경제(Insomnia Economy)’라 일컬으며 수면을 현대인의 ‘생산성 도구’이자 ‘럭셔리 소비재’라는 워딩으로 재정의한 바 있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실제 시장의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 매트리스와 침구 등 전통적인 수면용품에 집중됐던 인도의 수면산업은 이제 수면 추적 센서와 웨어러블, 노이즈 캔슬링 이어플러그 등 이른바 ‘슬립 테크’ 제품은 물론, 수면 보조제품과 수면 앱, 웰니스 서비스 등으로 빠르게 외연을 넓히고 있다. 즉, 인도에서도 ‘잠을 잘 자기 위한 소비’가 하나의 새로운 소비 영역으로 자리 잡으면서 수면경제가 형성되는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24억 달러 규모로 성장
시장조사 기관별로 ‘수면 경제’의 정의와 집계 범위에는 차이가 있으나, 주요 구성 시장은 상당한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IMARC 그룹에 따르면 인도의 매트리스 시장은 2025년 24억 달러 규모이며, 수면보조제품 시장은 3억 3,770만 달러에 달한다. 또한 Grand View Research는 웨어러블 수면 추적기 시장을 2023년 기준 3억 50만 달러, 스마트 침대 시장을 2025년 3,400만 달러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이처럼 인도의 수면 관련 시장은 매트리스·침구 등 전통적인 수면용품을 중심으로 수면보조제, 웨어러블 기기, 스마트 침대 등으로 빠르게 세분화되고 있다. 다만 각 수치는 조사기관이 서로 다른 기준과 범위로 산정한 개별 시장규모로, 이를 합산해 인도 전체 수면경제의 규모로 볼 수는 없다. 예컨대 IMARC의 수면보조제품 시장에는 매트리스·베개와 수면검사 서비스, 의약품 등이 포함되며, 최근 부상하고 있는 수면 구미나 기능성 수면 음료 역시 관련 제품군으로 볼 수 있으나 해당 품목만의 별도 시장규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인도의 수면 경제는 선진국의 수면 산업을 단순 추종하기보다 현지의 기후·문화적 특성과 고유의 소비 환경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고온다습한 기후 조건에 대응한 냉감 기술의 고도화, 아유르베다(Ayurveda) 전통 기반의 수면 보조 제품군, 채식 및 웰니스 문화를 반영한 식물성 포뮬러, 그리고 스마트 기기 착용의 불편함을 해소한 비접촉식 슬립테크 등이 인도 시장의 핵심 차별화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열대성 기후 극복을 위한 냉감(Cooling) 테크
연중 온도가 높고 습한 기후 특성상, 수면 중 체감 온도 조절과 통기성은 매트리스 및 침구류 선택 시 주요 기준이 된다. 신체 지지나 압력 분산 기능에 머물렀던 수면 제품들은 점차 ‘수면 중 발생하는 열과 땀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배출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며 기술적으로 고도화되고 있다. 통기성을 극대화한 메모리폼을 비롯 열 축적을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냉각 젤, 주변 온도 변화에 따라 열을 흡수·방출하는 신소재 기술을 접목한 기능성 제품들이 주류로 자리 잡았다. 대표적으로 슬리피캣(SleepyCat)의 ‘쿨텍(CoolTEC) 메모리폼 베개’와 웨이크핏(Wakefit)의 ‘쿨링 매트리스’ 등이 프리미엄 제품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아유르베다 원료의 재해석
글로벌 업계에서 주로 사용하는 기능성 원료 대신 현지 소비자에게 익숙한 전통 원료를 웰니스 제품으로 재해석하는 독자적인 노선을 걷고 있다. 전통 대체의학 ‘아유르베다(Ayurveda)’를 기반으로 아슈와간다(Ashwagandha), 브라미(Brahmi), 발레리안 루트(Valerian Root), 자타만시(Jatamansi) 등 천연 허브 추출물을 기능성 수면 보조제품에 접목하고 있다. 웰니스 브랜드인 카피바(Kapiva)의 ‘아슈와간다 슬립 캡슐’처럼 전통 허브 성분을 전면에 내세운 수면 보조제가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한편, 최근에는 젊은 층의 소비 성향에 맞춰 구미(Gummies), 캡슐뿐만 아니라 물 없이 빠르게 흡수되는 구강용해필름(ODF, Strips) 등 섭취 편의성을 높인 다양한 제형으로 완제품 라인업이 급격히 다변화되고 있다.
비접촉식 슬립테크
인도 슬립테크 시장은 신체에 기기를 착용하지 않는 ‘비접촉식 측정 기술’이 빠르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고온다습한 열대성 기후로 인해 수면 중 손목시계나 반지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를 늘상 착용하는 것에 대해 소비자들이 불편함을 크게 느끼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인도 최대 수면 웰니스 기업인 웨이크핏(Wakefit)의 ‘Track8’ 제품이 있다. 이 제품은 매트리스 아래에 얇은 센서 패드를 깔아두기만 하면, 센서가 수면 단계, 코골이, 심박수 등을 자동으로 측정하여 스마트폰 앱으로 전송한다. 헬스케어 전문 기술 기업인 도지(Dozee)의 솔루션도 유사하다. 매트리스 아래 센서를 통해 수면 중 호흡수와 심박수 등 주요 생체 징후를 임상 수준으로 실시간 모니터링한다.
프리미엄 제품 성장 기대
수면 부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인도 수면 시장은 전통적인 매트리스와 침구에서 수면보조제품, 웨어러블 기기, AI 기반 수면관리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수면의 질과 건강을 위한 소비가 늘어나면서 수면이 하나의 웰니스 소비 영역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KOTRA 첸나이무역관에서 인터뷰 한 ‘더 슬립 컴퍼니(The Sleep Company)’의 매장 관리자 사라바난(Saravanan) 씨에 따르면, 실제로 소비자들이 매트리스 구매 시 냉감, 정형외과적 지지, 전반적인 수면의 질 향상 등을 구매의 주요 요인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특히 고온다습한 인도 기후에서 쾌적한 수면환경을 제공하는 프리미엄 제품의 성장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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