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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신생 기업이 살아야 시장이 산다

  • 최민호 기자
  • 기사 입력 : 2026-08-13 15:17:00
  • 수정 시간 : 2026-08-20 15: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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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국내 네트워크 마케팅 시장에 새로운 기업들이 잇따라 등장했습니다. 독일의 프리미엄 건강기능식품 기업부터 중국계 기업, 국내 토종 기업, 기술과 플랫폼을 앞세운 스타트업까지 진입 배경도 사업 전략도 다양합니다. 무척 반가운 일입니다. 오랫동안 신규 사업자의 진입이 뜸했던 시장에 새로운 기업들이 등장했다는 것 자체가 시장에 변화의 가능성이 생겼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조금 더 속내를 들여다보면 마냥 반길 수만은 없습니다.

새로운 기업들이 잇따라 등장했지만, 현재까지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곳은 손에 꼽힙니다. 상당수 신생 기업은 출범 당시 내세웠던 야심찬 계획에 비해 실제 사업자 확대나 매출 성장에서는 아직 뚜렷한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단순히 몇몇 신생 기업의 성적표가 좋지 않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새로운 기업조차 시장에서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다면, 지금의 네트워크 마케팅 시장이 얼마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새로운 회사가 출범하면 일정 기간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새로운 제품과 보상플랜, 새로운 사업 기회에 대한 기대가 사업자들을 움직였고, 이른바 ‘오픈빨’만으로도 상당한 규모의 조직을 만드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시장 구성원 모두가 인정하듯이 그런 시대가 지나갔습니다. 사업자들은 더 이상 회사가 새로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제품의 경쟁력은 물론이고 보상플랜의 지속 가능성, 회사의 자본력과 운영 역량, 경영진의 경험, 사업 지원 시스템까지 따져봅니다. 이미 여러 회사를 경험한 사업자일수록 더욱 냉정합니다.

한때는 새로운 보상플랜만으로도 사람을 모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화려한 사업 설명회나 해외 행사만으로도 조직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결국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하고, 사업자가 실제로 활동하며, 재구매가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올해 상반기에 등장한 기업들을 보면 저마다 시장의 변화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독일 기업은 유럽 시장에서 축적한 프리미엄 제품력을 앞세우고 한국을 아시아 시장의 거점으로 삼겠다는 전략을 내놓았습니다. 중국 기업 역시 자국 시장의 경험과 글로벌 확장성을 기반으로 국내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습니다.

토종 기업들은 제품이나 브랜드에 대한 차별화뿐만 아니라 기존 네트워크 마케팅의 관계 구조와 사업 방식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국내 기업은 보상플랜과 플랫폼의 구조적 혁신을 전면에 내세우며 기존 방식과 다른 사업 환경을 만들겠다고 나섰습니다.

전략만 놓고 보면 어느 하나 부족해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네트워크 마케팅에서 시장은 사업계획서가 아니라 현장에서 움직이는 사람과 숫자로 평가합니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개발하고 혁신적인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해도 실제 소비자가 늘지 않고 사업자가 활동하지 않는다면 결국 또 하나의 신규 기업으로 남을 뿐입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신생 기업의 실패가 개별 기업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새로운 기업이 시장에 들어와 성공하면 소비자는 새로운 선택지를 얻고, 사업자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얻습니다. 기존 기업 역시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제품과 서비스, 보상체계를 개선하게 됩니다. 그렇게 시장 전체의 경쟁력이 높아집니다.

반대로 신생 기업들이 잇따라 기대 이하의 성과를 내면 시장에는 좋지 않은 신호가 남습니다.

“새로운 회사가 들어와도 안 된다”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사업자들의 선택지는 더욱 보수적으로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기존 회사에 머무르거나 업계를 떠나는 것 외에 새로운 선택을 하지 않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신규 소비자와 신규 사업자의 유입도 줄어들고 시장은 더욱 고령화됩니다.

지금 네트워크 마케팅 시장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단순한 매출 감소가 아닙니다. 새로운 시도가 실패하는 것이 반복되면서 시장 전체가 새로운 도전을 포기하는 상황입니다.

시장이 정체됐다고 해서 기존 기업만 탓할 수도 없습니다. 새로운 기업이 들어왔을 때 시장을 바꿀 만한 경쟁력을 보여줘야 하고, 사업자 역시 새로운 모델을 냉정하게 평가하면서도 가능성이 있는 시도에는 기회를 줄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시장에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창업 소식이 아닙니다. 또 하나의 성공 사례입니다. 침체된 시장에는 새로운 피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피가 들어오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 피가 실제로 시장을 움직일 수 있는 힘으로 작용해야 합니다.

올해 하반기는 그런 의미에서 중요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상반기에 등장한 신생 기업들이 과연 시장의 관심을 실제 사업 성과로 연결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합니다.

새로운 기업이 들어오고, 그 기업이 살아남고, 성장하고, 기존의 시장 질서를 흔드는 것. 그래야 정체된 시장에도 다시 경쟁이 생기고, 경쟁이 생겨야 소비자와 사업자에게 새로운 기회가 생깁니다. 이런 신생 기업마저 시장에서 뛰지 못한다면 네트워크 마케팅 시장은 결국 더 늙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 등장한 새로운 기업들이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들의 성적표는 개별 기업의 성패를 넘어, 침체된 네트워크 마케팅 시장에 아직 성장의 여지가 남아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험지가 될 것입니다.

 

최민호 기자fmnews@fm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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