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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사칼럼> 직장 내 괴롭힘 셀프조사 금지, 그리고 신고권 남용의 경계

  • 기사 입력 : 2026-08-13 15:16:52
  • 수정 시간 : 2026-08-13 15:2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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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매뉴얼」을 개정해 배포하였다. 신고가 2021년 7,774건에서 2025년 1만 6,373건으로 4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난 상황에서 나온 개정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사용자가 행위자로 지목된 사건의 처리 방식이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 3은 사용자에게 지체 없이 객관적으로 조사할 의무를 부과하는데, 사용자가 피신고인으로 지목당하면 자기 사건을 자기가 조사해서 판단하는 구조가 된다. 실제로 대표이사가 신고되었을 경우 회사 직원이 조사한 결과가 대표이사에게 결재로 올라가는 일이 중소기업에서 드물지 않았다.

개정 매뉴얼은 우선 비밀유지의무의 예외를 정리하면서, 행위자가 사용자인 경우에는 그가 피신고자에 해당하므로 조사 및 조치의무와 관련된 의사결정에서 제외하고 조사결과 보고를 받는 대상자에게서도 배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명시하였다. 조사 절차에서도 외부 전문가나 기관이 참여하거나 조사·보고·결재 전 과정에서 사용자를 배제할 필요가 있다고 정하였다. 대표이사가 행위자인 경우라면 감사가 직접 조사하여 이사회에 보고하되, 감사가 회사 비용으로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키거나 외부 기관에 조사를 의뢰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를 권고하였다. 조사위원 구성과 절차를 신고자에게 안내하고, 신고자가 객관적 조사가 어렵다고 판단하는 대상자는 기피신청 등을 통해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내용도 새롭게 명시되었다. 

한편 개정 매뉴얼에는 다양한 사례들도 추가되었는데 먼저 반복적인 형사 고소·고발 그 자체가 괴롭힘이 될 수 있다는 판례가 추가되었다(대법원 2025.8.14. 선고 2025두33626 판결). 언쟁의 연장선에서 나온 감정적 발언을 두고 상대방을 여러 차례 형사 고소·고발한 사안에서, 선행 고소에 불기소처분이 이루어진 뒤에도 고소가 거듭된 점에 비추어 적법한 권리행사를 넘어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를 이용하여 정신적 고통을 주고 근무환경을 악화시킨 것이라고 보아 괴롭힘을 인정하였다. 통상 괴롭힘은 업무 관련성이나 사업장 내부에서 일어난 일인 경우가 많은데 사업장 밖의 법적 절차를 이용하는 것 또한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다음으로 근거 없는 반복 신고를 하는 것은 정당한 징계사유가 된다는 판결들도 게재되었다. 10개월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다수의 동료와 불화를 겪고 정당한 업무지시를 거부하면서 7차례에 걸쳐 괴롭힘 신고를 반복하고 유급휴가 등을 부여받은 행위, 일상적 업무 요청이나 정당한 근태 지적에 불과한 사항을 뚜렷한 근거 없이 여러 차례 신고한 행위를 직장 질서 침해로 보아 정당한 징계사유라고 하였다. 나아가 서울행정법원 2026.2.12. 선고 2025구합54304 판결은 징계를 방어할 목적의 허위 신고가 인정된 사안이었는데 제76조의3 제6항은 정당하게 신고한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일 뿐 허위사실을 지어내어 신고한 근로자까지 보호하는 규정은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이 판결들은 특히 중소기업에 큰 의미가 있다. 그동안 현장에서는 반복되는 신고에 매번 조사를 실시하고 유급휴가 등을 부여하면서도 신고인에 대한 불리한 처우 금지 조항 탓에 손을 쓰지 못한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금번 매뉴얼 개정을 통해서 신고권 행사에도 정당한 범위가 있고 그 범위를 현저히 벗어나면 인사조치가 가능하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다만 위 판결들은 모두 신고 내용의 허위성이나 근거 없음이 상당한 심리를 거쳐 입증된 사안이고, 신고했다는 사실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이 아니니 오독해서는 안 된다. 

금번 개정 매뉴얼을 통해 사용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조사의 실시 자체가 아니라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라는 것이 한층 분명해졌다. 사용자나 임원이 행위자로 지목된 사건, 신고의 반복성이 다투어지는 사건은 내부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사건이라면 첫 조사부터 공인노무사 등 외부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조사 설계 단계에서부터 중립성을 확보해 두는 편이 안전할 것이다. 



<이지윤 노무사>
- 노무법인 한국노사관계진흥원
- ☎ 02-3272-80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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