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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규제의 덫’에 갇힌 다단계판매, 판매원 보호 시급하다

  • 기사 입력 : 2026-08-06 15:09:27
  • 수정 시간 : 2026-08-06 15: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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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다단계판매업계 실태는 한국 다단계판매산업이 심각한 제도적 불균형과 구조적 한계에 부딪혀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전체 매출액의 33.5%에 달하는 1조 5,000억 원가량이 후원수당으로 지급되었다고 하지만, 현장의 사업자와 판매원들이 체감하는 실질 소득은 여전히 냉혹하다. 

겉으로 드러난 통계 뒤에는 각종 사업 제반비용 자비 부담, 낮은 기준경비율로 인한 세금 폭탄, 그리고 30년 넘게 묶여 있는 경직된 규제가 자리 잡고 있다. 현행 법조항과 규제 체계의 대대적인 수술이 시급한 시점이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시장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판매원’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 마련과 세제 현실화다. 현행 방문판매법 및 관련 제도는 기업과 소비자의 이분법적 구도에만 집중된 채, 유통과 마케팅의 핵심 주체인 판매원을 규제와 제재의 대상으로만 취급하고 있다. 

판매원은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근로자 수준의 사회적 보호는 받지 못하면서, 소득세 신고 시 인정받는 필요경비율은 타 영업직군에 비해 턱없이 낮다. 국세청 기준경비율만 보더라도 보험설계사(28.5%)의 절반 수준인 14.1%에 불과하다. 교통비, 교육비, 미팅룸 임대료 등 제반 경비를 직접 부담하는 현실을 외면한 보수적인 세제 적용은 합법적인 사업자들의 의욕을 꺾고 이들을 잠재적 탈세 위험으로 몰아넣고 있다.

또한, 방문판매법상 후원수당 지급 한도인 ‘35% 제한’ 역시 현실에 맞게 개편되어야 한다. 해외 연수, 사업자 교육, 프로모션 지원 등 회사가 판매원에게 제공하는 복리후생 성격의 모든 경제적 이익이 후원수당 한도에 묶여 있다 보니, 기업은 마케팅과 교육 지원을 주저하고 판매원은 실질적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사행성 방지라는 입법 취지는 존중돼야 하나, 유통 환경이 온라인과 플랫폼 중심으로 급변한 지금, 낡은 규제에 갇혀 산업 전체가 3년 연속 매출 감소라는 퇴행을 겪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순수 실적 수당과 교육·복지성 비용을 분리 산정하는 등 합리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규제의 불균형이다. 5억 원 이상의 자본금과 소비자피해보상보험 가입 등 까다로운 요건을 갖추고 제도권에 편입된 합법 등록업체와 판매원들은 촘촘한 감시망 아래 신음하고 있다. 

반면, 법망 밖의 불법 피라미드와 미등록 변종 업체들은 단속의 사각지대에서 활개 치고 있다. 미신고 업체를 자진신고로 포섭하여 제도권으로 이끌어낸 미국 몬태나주나, 경찰과 협력해 제도 밖의 불법 모델을 능동적으로 추적하는 베트남의 사례는 우리 행정당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등록업체만 옭아매는 방식으로는 결코 소비자를 보호할 수 없다.

다단계판매산업이 건전한 유통 채널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규제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합법적 판매원들의 권익과 실질 소득을 보장할 수 있도록 세법 및 방문판매법을 개정하는 한편, 불법 무등록 업체에 대한 능동적인 단속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규정을 준수하고, 충실하게 법규를 지키는 사업자에게는 자율성을 부여해 시장 활력을 되찾아주어야 한다. 그러한 가운데 불법 행위는 엄단하는 핀셋 규제만이 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소비자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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