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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신성불가침이 된 ‘35%’

  • 두영준 기자
  • 기사 입력 : 2026-08-06 15:09:18
  • 수정 시간 : 2026-08-06 15: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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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는 아테네 교외에 집을 짓고 강도질을 일삼은 인물이다. 그의 집에는 철로 만든 침대가 있었는데, 프로크루스테스는 행인을 붙잡아 침대에 누이고 행인의 키가 침대보다 크면 그만큼 잘라내고 작으면 침대 길이에 맞춰 늘여 죽였다고 한다. 어쩐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다단계판매의 후원수당 지급률 35%와 퍽 닮은 구석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다단계판매 주요정보에 따르면 후원수당 지급액은
15,115억 원으로 전체 매출액 45,141억 원의 33.5%를 기록했다. 다단계판매 산업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매출의 3분의 1을 판매원에게 지급하는 산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수치를 판매원의 순수한 소득으로 이해하는 것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 전체 후원수당과 판매원이 실제 손에 쥐는 수익에는 상당한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이는 방문판매법이 규정하고 있는 후원수당의 범위에서 비롯된다
. 방문판매법은 판매원의 실적이나 판매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제공하는 경제적 이익을 명칭이나 지급 형태와 관계없이 모두 후원수당으로 본다. 다시 말해 현금으로 지급되는 후원수당뿐 아니라 인센티브 트립, 교육비, 행사 지원, 각종 포상까지 모두 후원수당에 포함된다는 뜻이다. 기업이 판매원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투자한 교육비나 동기부여를 위한 인센티브 여행도 법적으로는 후원수당으로 계산되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경제적 이익 전체를 후원수당으로 산정하면서도 지급 총액은 매출액의
35%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보상의 총량은 35%라는 천장 아래 고정돼 있다. 교육을 늘리면 현금 수당이 줄고 현금 수당을 늘리면 교육과 지원을 줄여야 한다. 판매원 입장에서는 왼쪽 주머니에 있는 돈을 오른쪽 주머니로 옮기는 것에 불과하다.

여기에 판매원이 사업을 영위하면서 부담하는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 소비자나 예비 사업자를 만나기 위해 들어가는 식사비, 커피값, 교통비, 숙박비 등등 각종 비용은 거의 모든 판매원이 사비로 부담한다. 후원수당에서 교육이나 여행과 같은 경제적 이익을 제외하고, 다시 판매원이 직접 지출한 비용까지 차감해야 비로소 실제 손에 남는 순수익을 계산할 수 있는 건데, 과연 사업자들의 수중에 남는 돈이 얼마나 될까?

후원수당 지급률
35%에 관한 입법적 근거를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심지어 다단계판매 후원수당의 지급률은 35%로 정해진 이후 합리성에 대한 재검토 없이 오랜 기간 유지돼 왔다며 국회에서도 지급률을 38%로 높이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다. 하지만 결국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중요한 것은 왜 하필
‘35%’인지, 왜 수십 년 동안 제도를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지 아직까지 그 누구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십 년 동안 유지됐다는 사실만으로 제도의 정당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오랜 기간 변화가 없었다면 그만큼 더욱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후원수당의 지급 한도를 제한하는 이유는 판매원에게 지급되는 경제적 이익이 크면 클수록 사행성이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한다
. 35%를 넘으면 사행적이고, 35% 이하면 건전하다고 보는 것은 도대체 어느 철밥통의 생각에서 나온 것인지 묻고 싶다.

실제로 학계에서는 후원수당 지급률
35%라는 기준이 어떠한 논리와 근거를 통해 도출됐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여기에 합법적인 사업을 사행성 우려만으로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현대 입법에 부합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행성과 소비자 피해를 막는 것과 판매원에게 지급하는 모든 경제적 이익을 일률적으로
35%로 제한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오히려 그것이 우려된다면 허위·과장 광고, 반품 거부 등을 철저히 단속하거나, 후원수당 지급률 35% 제도를 악용해 제도권 밖에서 활개치고 있는 불법 피라미드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기업이 영업을 통해 얻은 매출 가운데 얼마를 판매원에게 돌려줄지는 기업의 정책에 따라 자유롭게 결정할 문제인데
, 정부가 모든 업체에 동일한 비율을 적용해 상한선을 그어놓은 것은 자유경쟁원리와 자본주의 시장경제원리에도 맞지 않는다.

재차 강조하는 것이지만 규제는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 국민과 기업의 경제활동을 제한하려면 그만큼 분명한 이유와 객관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런 과정 없이 35%라는 숫자를 관행처럼 유지하는 것은 행정 편의에 가깝다. 판매원에게 돌아갈 수 있는 후원수당의 총량을 제한하는 규제가 왜 필요한지, 어느 정도가 적정한지 지속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만약 규제의 필요성과 합리성이 입증되지 못한다면 그 규제는 과감히 걷어내야 한다.


 

두영준 기자 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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