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사칼럼> 알고리즘도 ‘지휘·감독’이다
배달 라이더 근로자성 인정 판결
배달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라이더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서울고등법원 2026.7.3. 선고 2024나2037832 판결). 근로자 지위를 부정한 제1심을 뒤집은 결론이며, 회사가 상고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되었다.
해당 판결의 기본적인 근로자성 법리는 익숙하다.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아니라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는지라는 실질에 따라 판단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온라인 플랫폼을 매개로 노무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개별 근로계약을 맺을 필요가 적은 사업구조, 일의 배분과 수행 방식 결정에 알고리즘이 관여하는 노무관리의 특성을 고려하여 종래의 판단 요소들을 적정하게 적용하여야 한다는 것이다(대법원 2024.7.25. 선고 2024두32973 판결).
배달 라이더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한 구체적 판단 근거는 크게 세 축으로 나뉜다.
첫째, 사업 구조다. 재판부는 해당 회사 사업의 실질은 라이더를 통한 상품 배달 서비스의 구축·운영에 있다고 파악하였다. 라이더는 앱을 통해서만 주문을 수락할 수 있었으므로 독립사업자가 플랫폼을 선택적으로 활용한 것이 아니라 회사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는 것이다.
둘째, 결정권의 소재다. 라이더가 개별 주문의 수락 여부를 고를 수는 있었으나 그에게 표시되는 주문 목록 자체가 회사가 설정한 기준에 따라 알고리즘이 자동 구성한 것이었고, 관리자는 완료된 배차를 직접 취소할 수도 있었다. 배차라는 업무의 기본 단위가 회사가 설계한 체계에 의하여 구조적으로 결정된 이상 라이더에게 온전한 결정권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였다. 보수 역시 기본배달료와 할증배달료, 페널티, 수수료가 모두 회사 기준으로 정해져 그 종류와 액수, 정산 과정 전반이 회사의 통제 아래 있었다고 보았다.
셋째, 지휘·감독의 인정 방식이 이 판결의 핵심이다. 재판부는 GPS 연동 관제 기능이 배달 현황을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업무수행을 감독하는 수단으로 기능하였다고 평가하였다. 더 눈여겨볼 것은 묶음배달 상한 조정에 대한 판단이다. 회사는 결근이 잦거나 지시를 따르지 않는 라이더에게 즉각적인 제재를 가하는 대신 묶음배달 개수 상한을 낮추었는데, 재판부는 이를 라이더가 확보할 수 있는 보수의 범위를 좌우하는 조치로 보아 오히려 더 효율적인 제재이자 주요한 관리·감독 수단이 되었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재판부가 취업규칙 미적용이나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지 않거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신고를 하지 않는 등의 사정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회사가 임의로 정한 것이라고 보았는데 이는 기존 근로자성 판례 법리와 동일하다는 점,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가 없어 통상적 방식으로 월별 임금액을 산정할 수 없다고 보고, 평균임금을 ‘직전 3개월’이 아닌 전체 근로기간의 월평균 수입을 기준으로 삼았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주목할 것은 재판부가 이 사건 라이더의 근무 형태가 전형적 근로자와 다르다는 점을 받아들였다는 사실이다.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없고 배달 라이더로 일을 시작하거나 그만두기 쉬우며 겸업도 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앱에 접속해 일하는 동안 지휘·감독을 받아 종속적으로 노무를 제공하였다면 그것으로 근로자성은 인정된다고 보았다. 나아가 개별 사안에서 근로기준법 규정을 탄력적으로 해석하여 실질에 맞게 규율하는 편이 낫다고 하면서, 향후에는 입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낫다는 취지로 판시하기도 하였다.
현재 플랫폼을 통해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배달 라이더에 그치지 않고 가사·돌봄, 물류, 이동 서비스까지 다양한 서비스업이 플랫폼을 매개로 하고 있으므로, 위탁 형태로 인력을 운용하는 사업장이라면 이번 판결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업소득세로 처리하는 사람이니 근로기준법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본 판결을 토대로 현재 사업장에서 운용하고 있는 형태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판단될 여지가 있을지를 가늠해볼 필요가 있다.
<이지윤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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