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폭염중대경보 발령…폭염이 재난이 된 시대
<건강 생활>

기후변화로 인해 여름철 폭염이 일상이 되면서 정부의 대응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기상청은 지난 6월 1일부터 기존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를 넘어 가장 높은 단계인 ‘폭염중대경보’를 신설했고, 질병관리청 역시 이에 맞춰 국민 건강보호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7월 12일 경북 남부 일부 지역에 전국 최초로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됐다고 밝히며, 폭염 상황에서는 건강한 사람도 중증 온열질환에 걸릴 수 있는 만큼 야외활동을 최대한 자제하고 건강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폭염 발생 빈도, 강도 동시 증가
폭염중대경보는 단순히 매우 덥다는 의미가 아니다. 일최고체감온도 35℃ 이상이 2일 이상 지속되는 가운데 체감온도 38℃ 이상 또는 최고기온 39℃ 이상이 예상될 때 발령되는 최고 수준의 폭염 경보다. 즉,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직접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의 위험을 의미한다.
최근 우리나라 여름은 과거와 확연히 달라졌다. 기록적인 폭염이 장기간 이어지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으며, 야외 노동자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온열질환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해 폭염 발생 빈도와 강도가 동시에 증가하면서 폭염은 이제 자연현상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대응해야 하는 재난으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질병관리청이 운영하는 ‘2026년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 따르면 7월 10일 기준 전국에서 온열질환자 535명이 발생했고, 추정 사망자는 2명으로 집계됐다. 본격적인 한여름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상당수의 환자가 발생한 것이다.
더 우려되는 점은 지난해 사례다. 2025년에는 총 4,460명의 온열질환자와 추정 사망자 29명이 발생했으며, 특히 7월 20일부터 31일까지 불과 열흘 남짓한 기간 동안 전체 환자의 약 30%, 사망자의 약 35%가 집중됐다. 폭염이 장기화될 경우 피해 규모가 단기간에 급격히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사망 위험 높이는 폭염
폭염은 다양한 질환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위험요인이다. 대표적인 온열질환으로는 열사병과 열탈진, 열경련, 열실신 등이 있다. 그러나 위험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폭염은 심뇌혈관질환, 호흡기질환, 신장질환 등 기존 질환을 악화시켜 입원과 사망 위험까지 높인다.
질병관리청이 2016년부터 2024년까지의 기온 자료와 사망원인 자료를 분석한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폭염중대경보 기준인 체감온도 38℃에서는 전체 사망 위험이 평상시보다 1.16배 높아지고,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 역시 1.14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령층에서는 위험이 더욱 커졌다. 65세 이상은 체감온도 38℃에서 전체 사망 위험이 19%,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은 16%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65세 미만에서는 각각 4%, 7% 증가에 그쳤다.
이는 같은 더위라도 연령에 따라 건강 영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질병관리청은 폭염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평소 건강한 사람도 중증 온열질환에 걸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되면 논밭 작업, 건설현장 작업, 체육활동, 야외행사 등을 즉시 중단하거나 연기하고, 시원한 장소로 이동해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취약계층은 더욱 위험…맞춤형 행동요령
폭염은 누구에게나 위험하지만 특히 취약계층에서는 그 위험이 훨씬 크다. 질병관리청이 최근 3년간의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연령이 높을수록 온열질환이 입원이나 사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게 높았다.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 역시 중증화 위험이 높았으며, 기초생활수급자와 외국인, 독거인 등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도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게 나타났다.
이 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질병관리청은 올해 처음으로 취약계층별 맞춤형 온열질환 예방 행동요령 8종을 개발했다.
대상은 ▲어르신 ▲장애인 ▲임신부 ▲어린이 ▲심뇌혈관질환자 ▲콩팥병 환자 ▲당뇨병 환자 ▲고혈압·저혈압 환자 등이다.
예를 들어 어르신은 체온조절 능력이 떨어지고 여러 만성질환과 약물을 함께 복용하는 경우가 많아 일반인보다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질병관리청은 냉방기기를 적극 활용해 실내를 시원하게 유지하고, 가까운 무더위쉼터 위치를 미리 확인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갈증을 느끼지 않아도 규칙적으로 물을 마시고, 더운 시간대에는 외출을 줄이며, 가족이나 이웃과 자주 연락해 건강 상태를 확인하도록 안내했다. 콩팥병 등으로 수분 섭취 제한이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의사와 상담한 후 물을 마셔야 한다는 점도 함께 강조했다.
기저질환자의 경우에는 복용 중인 약물을 임의로 중단하지 말고, 폭염에 대비해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복용 계획을 미리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
폭염은 치료보다 예방이 훨씬 중요한 재난이다. 질병관리청은 폭염중대경보 발령 시 국민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생존을 위한 3단계 행동수칙’을 제시했다.
첫째는 ‘중단(Stop)’이다. 가능한 모든 야외활동을 즉시 중단하거나 연기해야 한다.
둘째는 ‘이동(Move)’이다. 무더위쉼터나 냉방시설 등 시원한 장소로 이동해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고 휴식을 취해야 한다.
셋째는 ‘확인(Check)’이다. 가족과 이웃, 특히 혼자 사는 어르신 등의 안부를 확인해 이상 여부를 살펴야 한다.
평상시에도 기본 건강수칙은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 갈증이 없어도 규칙적으로 물을 마시고, 헐렁하고 밝은색 옷을 착용하며, 양산과 모자를 활용해 햇볕을 피하는 것이 좋다. 가장 더운 시간대에는 운동이나 야외작업을 피하고, 기상청의 폭염특보와 온열질환 발생 예측 정보를 수시로 확인하는 습관도 중요하다.
기후위기로 인해 폭염은 앞으로 더욱 자주, 더 강하게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 폭염을 단순히 견디는 계절 현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생명을 위협하는 재난으로 인식하고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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