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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이 아니라 의지가 문제다

  • 기사 입력 : 2026-07-23 14:23:32
  • 수정 시간 : 2026-07-23 14:3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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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전자상거래법 시행령을 개정해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해외 사업자에게 국내대리인 지정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그동안 해외에 본사를 둔 사업자를 상대로 조사와 자료 확보가 쉽지 않았던 현실을 고려하면 이번 개정은 분명 의미 있는 진전이다. 특히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영업하면서도 법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던 해외 불법 다단계업체에 대한 대응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더욱 긍정적이다. 

그러나 제도는 취지만으로 평가받지 않는다. 법이 생명력을 갖자면 얼마나 집행될 수 있는가에 대해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개정 역시 그러한 측면에서 실효성을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의문은 ‘국내대리인을 세우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정부는 국내대리인 지정 의무를 위반하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한국에 법인도, 사무소도, 재산도 없는 해외 업체가 이를 무시한 채 회원 모집을 계속한다면 정부는 어떤 수단으로 이를 강제할 수 있는지, 과태료 부과만으로 실질적인 영업 중단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설명이 보이지 않는다.

이번 제도의 가장 큰 허점은 여기에 있다. 국내대리인을 지정한 사업자는 관리할 수 있지만, 국내대리인을 끝내 지정하지 않는 사업자를 어떻게 제재할 것인지에 대한 답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 제도는 의무를 부과하지만,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조직을 제압할 방안은 불분명한 것이다. 

또 하나 짚어야 할 점은 공정위의 집행 의지다. 이번 개정을 계기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설명이 나오고 있지만, 되물을 수밖에 없다. 과연 지금까지 해외 불법 다단계에 대한 대응이 미흡했던 이유가 정말 법적 근거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는가. 기존 제도 안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은 없었는지, 있었음에도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법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법을 집행하려는 의지다.

해외 본사만 바라보는 규제에도 한계가 있다. 불법 다단계의 경우 실제 영업은 해외 본사가 직접 수행하지 않는다. 국내에서 설명회를 열고, 온라인으로 회원을 모집하며, 조직을 관리하고 후원수당을 받는 것은 대부분 내국인들이다. 해외 본사가 국내대리인을 지정하지 않은 채 영업을 계속할 경우, 국내 모집조직에 대해서는 어떤 제재가 뒤따르는지도 분명해야 한다. 공급자만 규제하고 유통망은 그대로 둔다면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물론 책임은 구분되어야 한다. 단순히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나 불법 여부를 제대로 알지 못한 일반 판매원까지 일률적으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무등록 해외 업체임을 알면서도 지속적으로 회원을 모집하고, 조직을 확장하며, 경제적 이익을 얻는 핵심 리더에 대해서는 보다 엄정한 책임을 묻는 방안도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

이번 시행령 개정은 출발점으로서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출발점이 곧 목적지는 아니다. 국내대리인 제도가 성공하려면 지정 의무를 성실히 이행한 사업자를 관리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지정을 거부한 사업자를 실제로 어떻게 제재하고, 국내 모집조직을 어떻게 차단하며, 소비자 피해를 어떻게 신속하게 막을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집행 전략이 뒤따라야 한다.

불법 다단계를 막는 것은 새로운 법 조항이 아니라 법을 끝까지 집행하려는 의지다. 이번 개정이 선언에 머물지 않고 진정한 소비자 보호 장치가 되기 위해 메워야 할 빈틈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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