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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규제의 트렌드가 바뀐다”

  • 최민호 기자
  • 기사 입력 : 2026-06-04 16:19:17
  • 수정 시간 : 2026-06-04 16:3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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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달라지는 식품정책>

 

2026년 국내 식품정책이 대대적인 전환점에 들어선다. 단순한 식품 안전관리 수준을 넘어 기후변화, 인공지능(AI), 대체식품, 헬스케어, 순환경제 등 미래 산업 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정책도 변화하고 있다. 

지난 2월 식약처가 발표한 「2026년 식품등의 기준 및 규격관리 시행계획」에 따르면 올해 식품정책의 핵심 키워드는 크게 네 가지다. ▲규제혁신 ▲미래위해 대응 ▲AI·데이터 기반 디지털 관리 ▲국제기준 선도다. 단순히 기준을 강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산업 활성화와 소비자 안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규제과학(Regulatory Science)’ 중심 체계가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이번 정책은 건강기능식품과 대체식품 산업, 제로슈거 시장, 세포배양식품, 재생 플라스틱 용기, 미세플라스틱 대응, AI 기반 식품행정 등 최근 시장 변화와 소비 트렌드를 상당 부분 반영했다.

식약처는 “합리적 규제로 안전과 성장을 견인한다”는 방향 아래 식품공전·건강기능식품공전·식품첨가물공전 등 이른바 ‘3대 공전 현대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제로슈거와 색소 논란 등 감미료 규제 강화
2026년 가장 주목받는 변화 중 하나는 감미료와 식용색소 규제다. 최근 국내 식품시장에서 제로슈거 제품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식약처 자료에 따르면 제로슈거 제품 생산 품목 수는 2023년 261개에서 2024년 590개로 126% 이상 증가했다. 생산액 역시 5,726억 원 규모로 커졌다.

문제는 시장 확대와 함께 감미료 안전성 논란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이미 적색3호 사용 금지를 결정했고, 석유 기반 인공색소 퇴출 방침까지 발표했다. 중국산 빙과류 색소 논란 역시 국내 소비자 불안을 키웠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아스파탐, 수크랄로스, 아세설팜칼륨, 스테비아 계열 감미료 등 사용 제한이 없었던 감미료 5종에 대해 사용 식품 또는 사용량 제한을 추진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단순 규제 강화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본다. 글로벌 식품 규제가 ‘무조건 허용’에서 ‘노출 최소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 섭취 빈도가 높은 음료, 젤리, 디저트 시장은 향후 제품 설계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또 하나 눈에 띄는 변화는 착색료 재평가다. 식약처는 적색, 청색, 황색 계열 식용색소 20품목에 대해 기준·규격 재평가를 실시한다. 이는 글로벌 소비자들이 점점 ‘클린라벨(clean label)’ 제품을 선호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성장 둔화 속 체질개선 나선 건강기능식품
최근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성장 정체 국면에 진입했다. 식약처 자료에 따르면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10년간 고성장을 이어왔지만 최근 성장률은 급격히 둔화됐다. 전년 대비 성장률은 2021년 21.1%에서 2024년 –1.7%까지 떨어졌다.

정부는 이를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한 신호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정책은 건강기능식품 원료 확대와 규제 합리화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

대표적인 변화는 영양성분 관리체계 개편이다. 기존에는 비타민과 무기질 원료 상당수가 식품첨가물 기준을 적용받았지만 앞으로는 건강기능식품공전 내 별도 기준 체계로 전환된다.

또한 CODEX 등 국제기준에서 이미 사용 중인 무기질 원료 6종의 신규 등재가 추진된다. Ferrous bisglycinate 등을 포함한 신규 무기질 원료 확대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기능성 원료 관리도 강화한다. 특히 체지방 감소 기능성 원료인 가르시니아캄보지아 추출물과 녹차추출물 등에 대해 병용섭취 제한 등 안전성 관리 강화에 나선다.

이는 최근 다이어트 건강기능식품 시장 확대와 부작용 논란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양적 성장 단계에서 질적 경쟁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으로는 단순 기능성 마케팅보다 과학적 근거와 안전성 검증 역량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세포배양식품·정밀발효식품 제도권 진입
이번 시행계획에서 가장 미래지향적인 분야는 세포배양식품과 정밀발효식품이다.

정부는 안전성 심사를 거친 세포배양식품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식품의 기준·규격을 신설하기로 했다.

이는 국내에서도 배양육과 세포배양 해산물 시장이 본격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고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싱가포르, 미국, 이스라엘 등이 세포배양육 판매를 승인한 상태다.

정밀발효식품에 대한 관리체계도 마련된다. 정밀발효는 미생물을 활용해 단백질이나 기능성 소재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우유 단백질, 계란 단백질, 기능성 원료 등을 동물 없이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식품산업 핵심 기술로 꼽힌다.

정부는 제조용 미생물에 대한 차등적 평가 체계를 마련해 산업 활성화와 안전관리를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단순히 신기술 허용 수준이 아니라 한국이 글로벌 푸드테크 경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국내 대체식품 시장은 이미 2조 원 규모에 진입했으며 2027년까지 4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제도 정비가 향후 K-푸드의 수출 영역을 기존 가공식품 중심에서 푸드테크 영역으로 확장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세플라스틱·기후변화 대응 강화
2026년 정책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분야는 바로 ‘기후변화 대응’이다.

대표적인 분야가 미세플라스틱 관리다. 식약처는 수산가공식품과 식품용 기구, 용기, 포장재에 대한 미세플라스틱 시험법 개발과 실태조사를 추진한다.

특히 전자레인지 사용 등 실제 소비환경에서 발생 가능한 미세플라스틱 조사까지 포함된다. 이는 단순 함유량 조사 수준을 넘어 실사용 환경 기반 위해평가 체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재생 플라스틱 사용 확대도 본격화된다. 정부는 PET 외 PP 재질까지 재생원료 사용 확대를 검토하고 있으며, 식품용 재생원료 인정기준도 마련할 예정이다.

이는 탄소중립과 순환경제 정책 흐름과도 맞물린다. 실제 국내에서는 2026년부터 연간 5,000톤 이상 PET 사용 기업에 재생원료 10% 의무 사용이 적용된다.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 환경 변화도 정책에 반영됐다. 자몽, 망고, 파파야, 용과, 오크라 같은 아열대 작물의 국내 재배 확대에 맞춰 농약 잔류허용기준이 새롭게 설정된다.

허브류에 대한 농약 기준 확대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는 기후변화가 식품 정책과 식탁 구성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AI가 식품 기준 정하는 시대
2026년 정책의 또 다른 핵심은 AI와 데이터 기반 행정이다. 정부는 식품유형별 기준·규격 통합 검색 서비스와 식품유형 자동판단 시스템 구축을 추진한다.

또 AI를 활용한 잔류물질 기준 설정 심사 보조시스템도 개발된다. 쉽게 말하면 기존에는 담당 공무원과 전문가가 수작업으로 검토하던 기준 설정 과정에 AI와 빅데이터 분석이 도입되는 것이다.

정부는 이미 유해오염물질 50만건 규모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open API 형태로 공개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이는 향후 식품기업과 스타트업이 공공 데이터를 활용해 제품 안전성 분석, 규제 대응, 기능성 연구 등을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국제적으로도 이런 흐름은 빨라지고 있다. 유럽은 AI 기반 식품위험 조기감지 프로젝트(HOLiFOOD)를 추진 중이며, 미국 FDA 역시 문서 기반 행정에서 디지털 기반 시스템으로 전환 중이다.

 

최민호 기자fmnews@fm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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