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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함이 세상을 구원하지는 못한다

  • 권영오 기자
  • 기사 입력 : 2026-05-28 16:23:08
  • 수정 시간 : 2026-05-28 16:4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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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에 대하여…>

▷ AI로 생성한 이미지
 

『도덕경』 제19장(第十九章)

絕聖棄智 民利百倍
(절성기지 민리백배)
성스러움을 끊고 지혜를 버리면 백성의 이익이 백 배가 된다.

絕仁棄義 民復孝慈
(절인기의 민복효자)
인의를 끊고 의로움을 버리면 백성은 다시 효성과 자애로 돌아간다.

絕巧棄利 盜賊無有
(절교기리 도적무유)
교묘함과 이익을 버리면 도적이 사라진다.

此三者 以爲文不足
(차삼자 이위문부족)
이 세 가지는 겉으로 꾸민 말일 뿐 충분하지 않다.

故令有所屬
(고령유소속)
그러므로 사람들로 하여금 근본에 붙어 있게 해야 한다.

見素抱樸 少私寡欲
(현소포박 소사과욕)
꾸밈없는 본바탕을 드러내고, 질박함을 품어, 사사로운 욕심을 줄이고 욕망을 적게 하라.


세상은 왜 점점 더 복잡해지는가
현대 사회는 끊임없이 똑똑해지고 있다. 정보는 넘쳐나고, 기술은 고도화되며, 사람들은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 헤맨다. 기업은 전략을 만들고, 정치인은 프레임을 만들며, 개인은 자기계발을 통해 더 경쟁력 있는 사람이 되려 한다.

그러나 노자는 정반대의 질문을 던진다. “정말 그 똑똑함이 세상을 더 좋아지게 만들었는가?”

우리는 지혜가 많아질수록 세상이 더 평화로워질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사람들은 더 영리하게 속이고, 기업은 더 정교하게 소비자를 유혹하며, 정치는 더 세련된 방식으로 대중을 분열시킨다.

노자는 이미 수천 년 전에 이것을 간파했다. “지혜가 지나치면 거짓도 함께 자란다.” 도덕을 외칠수록 사회는 병들어간다. 노자는 심지어 인의(仁義)조차 경계한다. 현대인의 기준으로 보면 불편한 이야기다. 어째서 인의와 정의를 버리라고 말하는가. 그러나 노자가 말하는 핵심은 ‘도덕이 필요 없다’는 뜻이 아니다. 진짜 건강한 사회에서는 굳이 도덕을 떠들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결핍이 욕망을 추동한다
가족이 화목하면 효도를 강조하지 않는다. 신뢰가 살아 있으면 정직을 강요하지 않는다. 조직이 건강하면 윤리 교육을 반복하지 않는다. 도덕을 끊임없이 외친다는 것은 이미 자연스러운 질서가 무너졌다는 증거다.

지나친 똑똑함은 조직을 병들게 한다. 현대 조직은 지나치게 영리해졌다. 보고서는 복잡해지고, 회의는 길어지며, 전략은 점점 화려해진다. 그러나 정작 사람들은 점점 지쳐간다. 왜일까.

본질보다 기술이 앞서기 때문이다. 리더들도 마찬가지다. 말 잘하는 리더, 이미지 관리에 능한 리더, 숫자를 화려하게 포장하는 리더. 이들은 순간적으로는 강해 보인다. 그러나 오래가지 못한다.

노자는 교묘함을 경계한다. “교묘함과 이익을 버리면 도적이 사라진다.” 우리가 매일 같이 목도하는 테헤란로의 사기와 기만은 대부분 지나친 영리함에서 출발한다. 단순하게 살면 속일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욕망이 커질수록 사람의 머릿속은 점점 복잡해진다.

리더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 현대 리더들이 가장 자주 빠지는 함정은 ‘내가 더 많이 안다’는 확신이다. 경험, 성공, 데이터, 학벌, 경력. 이 모든 것이 쌓일수록 사람은 점점 단순함을 잃는다.


가장 순수했던 시절로 돌아가라
그러나 노자는 말한다. “꾸밈없는 본바탕으로 돌아가라.”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만드는 사람이 진짜 고수다. 가짜 전문가일수록 쉬운 것을 어렵게 설명한다. 진짜 리더는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말하고, 조직이 움직일 수 있는 방향만 제시한다.

욕망이 커질수록 자유는 사라진다. 노자는 마지막에 “욕심을 줄이고 욕망을 적게 하라”고 말한다. 현대 사회는 정반대로 움직인다. 더 큰 집, 더 좋은 차, 더 높은 자리. 사람은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원한다. 그러나 욕망은 결코 사람을 자유롭게 만들지 않는다. 욕망이 커질수록 사람은 더 불안해지고, 더 비교하게 되며, 더 조급해진다. 결국 욕망은 더 큰 욕망으로 번지고 비화한다.

리더가 욕망에 사로잡히는 순간 조직 전체가 흔들린다. 성과에 집착하고, 확장에 중독되며, 끝없이 경쟁을 부추긴다. 급기야 조직은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소모되기 시작한다. 가장 위험한 리더는 과잉 지향적 리더다.

노자는 무언가를 더하려는 리더를 경계한다. 지나친 전략, 지나친 개입, 지나친 통제. 현대 조직의 문제 대부분은 부족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과잉 때문에 생긴다. 회의가 많고, 규정이 많고, 보고가 많다.


단순함이 가장 큰 기교다.
리더는 끊임없이 조직을 관리하려 하지만 그 결과 조직은 숨을 쉬지 못하게 된다. 진짜 뛰어난 리더는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는 사람이다. 단순함은 게으름이 아니라 질박함이다. 많은 사람은 단순함을 단순무식으로 오해한다. 그러나 노자가 말하는 단순함은 본질로 돌아가는 능력이다. 핵심만 남기는 힘, 욕망을 줄이는 힘,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가는 힘.

현대인은 너무 많은 역할을 연기하며 살아간다. 성공한 척, 강한 척, 똑똑한 척. 그러나 그렇게 덧칠된 자아는 결국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노자는 말한다. “꾸밈없는 본모습을 드러내라.” 그 순간부터 사람은 비로소 편안해진다. 자기계발의 본질은 더하는 것이 아니라 덜어내는 것이다. 오늘날 자기계발은 대부분 무언가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더 배우고, 더 익히고, 더 성취하라는 이야기들. 

그러나 노자의 자기계발은 반대다. 불필요한 욕망을 덜어내고, 과잉된 생각을 비워내며, 억지로 꾸민 자아를 걷어내는 것. 진짜 성장은 무언가를 더 많이 가지는 것이 아니라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가는 과정이다. 

깊은 사람은 단순하다. 노자가 말하는 성인은 복잡한 사람이 아니다. 그는 오히려 맑고 단순하다. 욕망이 적고, 말이 적으며, 억지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깊은 강물이 조용하듯 깊은 사람은 요란하지 않다.

세상은 점점 더 화려해지고 있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오히려 피폐해지고 있다. 노자는 우리에게 묻는다. 정말 더 필요한가. 아니면 이제는 덜어내야 하는가. 아마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성공이 아니라 더 적은 욕망인지도 모른다.

 

권영오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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