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기 침체, 기회로 활용해야
한국 경제의 장기적인 내수 침체는 이제 단순한 경기 순환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구조 자체를 흔드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수출은 일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 성과가 소비와 고용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 현실은 오히려 더 힘들어지고 있다. 고금리와 고물가, 급증한 가계부채, 무너지는 자영업 시장은 중산층의 소비 여력을 빠르게 약화시킨다.
이 같은 현상은 다단계판매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과거에는 경기 침체기마다 부업 수요가 늘면서 다단계판매가 반사이익을 얻는다는 인식이 존재했다. 그러나 지금의 위기는 과거와 다르다. 소비 패턴과 고용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으며, 사람들은 더 이상 ‘성공 신화’나 ‘고소득 비전’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생존과 안정이 우선이 된 시대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누적된 자영업자 부채 문제가 본격적으로 드러나면서 많은 이들이 새로운 생계 수단을 찾고 있다. 초기 자본이 거의 들지 않고, 점포 부담이 없으며, 온라인 기반으로 운영 가능한 다단계판매는 충분히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가능성이 산업의 미래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과거식 접근과 결별해야 한다. 고급 외제차와 성공 이미지를 앞세운 과장된 리크루팅은 더 이상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지금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현실적 혜택이다. 매달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생활필수품, 가격 경쟁력이 분명한 제품, 실제 효용을 체감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면 살아남기 힘들다. 결국 다단계판매업계 역시 고가 프리미엄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생활밀착형 소비재와 합리적 가격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변화는 ‘보상형 소비 생태계’의 확산이다. 쿠팡, 네이버, 카드사, 통신사 등 거대 플랫폼들은 포인트와 캐시백, 멤버십 혜택을 통해 소비자를 묶어두고 있다. 소비자는 이제 단순한 감성이나 인간관계보다 실제로 얼마를 절약하고 어떤 혜택을 얻는지를 계산한다. 다단계판매 역시 더 이상 추상적인 비전 제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회원 소비를 통해 얻는 경제적 이익을 객관적 데이터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경기 침체가 심화될수록 코인, AI 투자, 스테이킹 등 첨단 용어를 앞세운 불법 유사수신과 금융 피라미드가 기승을 부린다. 이는 단순한 범죄를 넘어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다단계판매기업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문제다. 업계 스스로 불법 모델과 선을 긋고 윤리 기준과 소비자 보호 시스템을 강화하지 못한다면 사회적 신뢰 회복은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산업의 체질 개선이다. 과거처럼 극소수 리더에게 수익이 집중되는 구조로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월 100만 원 안팎이라도 꾸준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중간층을 두텁게 만드는 구조가 형성돼야 한다. 그래야 산업도 살아남고, 소비자와 판매원 역시 장기적으로 신뢰를 가질 수 있다.
결국 내수 침체는 다단계판매산업의 위기이자 동시에 시험대다. 허황된 성공담과 과장된 비전이 아니라, 합리적 소비와 현실적 부업 기회를 제공하는 대안 유통 플랫폼으로 변화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불황 속에서 소비자의 삶을 실제로 돕는 기업만이 앞으로의 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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