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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건기식 생필품 시대에 돌아봐야 할 것들

  • 기사 입력 : 2026-05-07 15:35:41
  • 수정 시간 : 2026-05-07 15:4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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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기능식품이 완전히 생활필수품의 영역으로 들어섰다. 과거에는 명절 선물세트나 중장년층의 건강 관리 수단 정도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2030 세대까지 일상적으로 건기식을 구매하는 시대가 됐다. 

올리브영과 다이소가 새로운 건강기능식품 소비 거점으로 떠오른 현상은 시장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불황 속에서도 건강기능식품 구매가 느는 이유 역시 분명하다. 건강은 더 이상 미래를 위한 투자가 아니라 당장의 생존과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소비라는 것을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젊은층도 인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활성화되는 이면에는 우려되는 부분도 없지 않다. 기업들은 앞다퉈 고함량·프리미엄 경쟁에 뛰어들고, 소비자들은 ‘많이 먹을수록 좋다’는 잘못된 인식 속에서 무분별한 중복 섭취에 노출되는 것이다. 건강기능식품이 일상 소비재가 됐다면, 이제 산업 역시 과당 경쟁이나 출혈 경쟁이 아닌 생활형 소비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합리적 가격과 적정 용량이다. 지금 소비자들은 단순히 유명 브랜드를 찾지 않는다. 하루 섭취 비용이 얼마인지, 실제 필요한 양이 어느 정도인지 계산하기 시작했다. 2030 세대는 소용량과 초저가 제품으로 접근성을 중시하고, 5060 세대는 대용량 제품으로 단가를 낮추려 한다. 시장이 이미 ‘가성비 중심의 실용 소비’ 단계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기업들은 과도한 포장과 광고비를 제품 가격에 전가하는 관행부터 돌아봐야 한다. 건강은 사치재가 아니라 생활재다. 결국, 오래 살아남는 기업은 가장 비싼 제품을 만든 곳이 아니라 가장 합리적인 제품을 공급하는 기업일 것이다. 

건강기능식품 소비와 섭취에 대한 소비자 경고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식품과 의약품의 중간 영역에 존재하는 건강기능식품은 판매 현장에서는 무제한 섭취 가능한 것처럼 판매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비타민D 과다 섭취는 고칼슘혈증과 신장 손상을 유발할 수 있고, 비타민A는 간 기능 이상과 태아 기형 위험까지 거론된다. 유산균과 단백질 제품 역시 체질과 질환 상태에 따라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여러 제품을 동시에 섭취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성분 중복과 과다 섭취 위험은 더욱 커진다. 판매 확대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적게, 정확하게, 오래 먹는 법’을 함께 알려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규제 체계 역시 시대 변화에 맞는 재검토가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정한 원료만으로 상품을 생산할 수 있는 포지티브 규제를 적용한다. 안전성을 확보한다는 장점은 있지만, 신소재 개발과 글로벌 시장 대응 속도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처럼 위해 성분만 강력히 제한하고 시장의 자율성과 책임을 확대하는 네거티브 방식도 진지하게 검토할 시점이다. 지나치게 좁은 허용 체계는 국내 기업의 혁신을 가로막고 결국 해외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산업의 미래는 고함량 경쟁이나 과장 광고에 있지 않다. 소비자의 생활 수준에 맞는 가격,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적정 용량, 그리고 시장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유연한 제도가 함께 갈 때 비로소 한국의 건강기능식품산업은 세계 시장에서 진정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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