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 FTC, 누구를 위한 규제인가
과잉 규제는 언제나 선의를 내세운다. 그러나 그 결과까지 선의일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최근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직접판매 산업 전반에 대해 취하고 있는 강경 기조는 바로 이 지점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 소비자 보호라는 명분 아래 촘촘히 설계된 규제망이 산업의 숨통을 조이고, 그 여파가 고용과 연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직접판매산업은 단순히 판매원만 모집하지는 않는다. 원료 개발, 제조, 물류, 마케팅, 교육, 플랫폼 운영까지 이어지는 복합적 생태계를 형성한다. 업계 추산 수천만 명의 생계가 이 구조에 직간접적으로 얽혀 있다. 그런데 FTC는 기업뿐 아니라 개인 판매자의 SNS 발언까지 규율 대상으로 확장하며 사실상 ‘표현 영역’까지 통제하려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 같은 규제는 기업의 준법 부담을 기하급수적으로 높이고, 결국 사업 모델 자체를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실제 포에버리빙의 사례는 상징적이다. 40년 넘게 유지해온 네트워크 구조를 포기하고 제품 중심 유통으로 전환한 결정은 단순한 전략 수정이 아니라 규제 환경에 대한 ‘항복’에 가깝다. 이는 곧 판매원 조직의 축소를 의미하며, 그 뒤에는 수많은 소득 기회 상실이 존재한다. 개인과 기업의 수십 년에 걸친 노력이 정부에 의해 물거품이 돼버린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직접판매 산업의 위축은 곧바로 파생 산업의 수축으로 이어진다. 먼저 여행업이다. 네트워크 기반 인센티브 구조는 크루즈, 패키지 여행, 리워드 여행 시장을 떠받쳐 왔다. 이 수요가 급감할 경우 중소 여행사는 직격탄을 맞는다. 음식업 역시 마찬가지다. 세미나, 교육, 리더십 행사, 인센티브 투어를 통해 형성되던 단체 수요가 사라지면 외식업, 케이터링 등 컨벤션 산업 전반이 영향을 받는다.
부동산 임대업 또한 예외가 아니다. 직접판매 기업과 조직은 교육장, 사무실, 물류창고 등 상업용 부동산 수요를 지속적으로 창출해왔다. 그러나 사업 축소는 곧 공실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임대료 하락과 지역 상권 침체를 유발한다. 특히 중소 도시의 경우 특정 기업 의존도가 높은 만큼 충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고용 구조에도 균열이 생긴다. 다단계판매를 포함한 직접판매는 전통적 고용시장 밖에 있는 ‘유연 노동’의 완충지대 역할을 해왔다. 육아, 부업, 은퇴 이후 소득 창출 등 다양한 형태의 경제활동을 흡수해왔던 이 시장이 위축되면, 그 부담은 결국 공적 복지와 실업 문제로 전가된다.
물론 허위이거나 과장된 소득 광고, 기만적 모집 행위는 엄정히 제재되어야 한다. 그러나 일부의 일탈을 이유로 산업 전체를 잠재적 범죄 집단처럼 취급하는 접근은 정책이 아니라 과잉 대응이다. 특히 니오라 사건에서 드러났듯, 장기간의 소송 끝에 규제기관이 패소하는 사례는 규제의 정당성 자체에 의문을 던진다.
한국 역시 이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미국의 규제 방식을 벤치마킹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기준이 그대로 이식될 경우, 국내 산업 역시 동일한 위축 경로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 규제는 산업을 죽이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장치여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강력한 규제가 아니라 정밀한 규제여야 한다. 산업의 자율성과 소비자 보호 사이에서 균형을 찾지 못한다면, 그 대가는 결국 일자리와 지역경제가 치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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