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사칼럼> 당신의 도급 계약은 안전한가?
근로자성 확대의 파고(波高)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레미콘운송노동조합이 중노위를 상대로 낸 교섭요구사실 공고에 대한 시정 재심결정 취소소송에서 레미콘 차주들을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레미콘 차주를 자영업자로 보았던 2006년 대법원의 판단과는 다른 결론을 낸 것으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노조법상 근로자성 인정 흐름이 점점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시행된 개정 노조법이 사용자 개념을 넓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이번 판결은 노사관계 실무 전반에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진다. 각 기업의 인사관리 담당자들은 형식적 계약구조만으로는 더 이상 노무 리스크를 통제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계약의 형식’보다 ‘노무제공 관계의 실질’
2006년 당시 대법원은 회사의 지휘·감독이 있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사용종속관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반면 이번 서울행정법원 판결은 계약서의 명칭보다 노무제공 관계의 실질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운송단가와 계약조건이 회사에 의해 일방적으로 정해지고, 항상 차량을 대기 상태로 유지해야 하며, 출하 계획에 따라 근무 시간과 장소가 결정된다면 이는 명백한 사용종속관계라고 본 것이다. 특히 “회사가 차량에 로고를 도색하게 하고 GPS로 운행 동선을 실시간 파악한 점”과 “운송업무가 단순·정형적이어서 차주가 임의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다”는 사실은 실질적인 지휘·감독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뒷받침하는 결정적 근거가 되었다.
또한 이번 판결은 개별로서는 현저히 약한 교섭력을 가진 차주들이 집단적으로 단결하여 노동 3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헌법 제33조의 취지 및 노조법의 입법 취지에 부합한다고 판시했다.
‘노조법상 근로자’ 인정이 가져올 실무적 파장
이번 판결로 인해 적어도 집단적 노사관계의 영역에서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또는 위탁계약 당사자라 하더라도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된다는 것은 결국 이들을 조합원으로 둔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을 요구하면 사용자에게 ‘단체교섭 의무’가 발생된다는 의미이다. 기업으로서는 이제까지 협의 또는 관행 수준에서 대응해온 단가나 운행조건 등을 정식으로 교섭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 이를 거부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되므로 기업으로서는 이를 처리하기 위한 인력 배치, 교섭 시간 할애, 법적 검토 등 시간과 비용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기업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우리는 도급 계약을 맺었으니 안전하다”는 안일한 믿음이다. 계약서의 명칭보다 실질을 더 중요시 여겨온 대법원의 태도가 이번 판결을 통해 다시금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사업장 내 특수고용직이나 위탁 차주들, 그리고 그 외 각종 용역계약 관계를 재검토해야 한다. 일방적인 단가 결정이나 세부적인 업무 지시가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강화하는 근거가 될 수 있으므로 계약 내용과 실제 업무 수행 방식을 점검해야 할 것이다.
최근 입법 흐름까지 함께 봐야 한다
개정된 노동조합법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2026. 3. 10.부터 시행되었고, 핵심 내용은 ‘근로계약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에 대해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를 사용자로 본다’는 데에 있다. 즉, 앞으로는 근로자 범위뿐만 아니라 사용자 범위 역시 종전보다 넓게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것이다.
결론: 선제적 대응만이 리스크를 줄인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노조법상 근로자성 문제는 더 이상 일부 업종에 국한된 쟁점이 아니며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조류다. 최근 하급심 판결과 개정 노동조합법(이른바 노란봉투법)은 모두 ‘계약의 형식’보다는 ‘노무제공 관계의 실질’을 더욱 중시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받아들여서 기업은 현재 체결된 계약들의 체계와 운영 방식을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합리적인 대화 창구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지윤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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