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업계 인재는 업계가 길러야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표현만큼 오늘의 다단계판매 채용시장을 정확히 설명하는 말도 드물다. 채용 공고는 늘어나고 지원자도 적지 않지만, 정작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는 보이지 않는다는게 인사 담당자의 얘기다.
실제로 일을 해내야 하는 실무 지원자는 없고 후배들의 실적에 묻어가려는 관리 지원자만 넘치는 기형적 구조 속에서 채용은 지연되고, 기업은 내부 인력으로 버티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인력 수급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반의 구조적 균열이 드러난 징후다.
한때 다단계판매산업은 고소득과 빠른 성장 가능성으로 인해 엘리트들이 관심을 갖던 영역이었다. 그러나 제도 미비와 반복된 사회적 논란, 여기에 더해진 과잉 규제가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제한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유능한 인재들은 보다 안정적이고 명확한 경력 경로가 보장된 산업으로 이동했고, 다단계판매업은 점차 선택받는 산업이 아닌 기피되는 산업으로 전락했다. 인재의 질적 저하는 이때부터 이미 시작된 셈이다.
그 결과 현재의 채용시장은 구조적 왜곡을 안고 있다. 기업은 고객 응대, 영업 지원, 물류 등 실무 중심 인력을 절실히 필요로 하지만, 구직자들은 여전히 마케팅·재무·기획과 같은 관리직을 선호한다. 이는 단순한 선호의 문제가 아니다. 산업 내부에 체계적인 직무 교육과 성장 경로가 부재하다 보니, 실무직에 대한 매력과 전망이 제대로 제시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차원의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현실에서, 실무 능력은 개인의 경험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전문성의 단절로 이어진다.
더 큰 문제는 조직 내부의 중간층이다.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자리 잡은 일부 중간층 간부들은 후배를 이끌고 조직을 성장시킬 역량이 부족한 경우가 적지 않다. 이른바 대충 배워 올라간 관리자가 늘어나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교육을 통해 키우기보다는 처음부터 스스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인력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결국 실무형 인재는 더 귀해지고, 채용 문턱은 높아지며, 구직자와 기업 간의 간극은 더욱 벌어진다. 이는 미스매치를 넘어 산업 경쟁력 자체를 갉아먹는 구조적 문제를 야기한다.
이 같은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개별 기업 차원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이제는 업계 전체가 나서야 한다. 직무를 재정의하고, 실무직의 성장 경로를 구체화하며, 무엇보다 공통된 교육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산업 전반에서 통용될 수 있는 표준화된 직무 교육과 인증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실무직에 대한 인식은 달라질 수 있다.
더 나아가 급진적이지만 필요한 제안도 고려할 시점이다. 기업 간 인력풀을 공유하고 공동으로 인재를 양성하는 ‘공유 인재 시대’를 열어야 한다. 특정 기업에 종속된 인재가 아니라, 산업 전체가 함께 키우고 활용할 수 있는 인재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낯선 시도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인력 수급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작금의 고용 불균형은 산업의 정체, 인재 유출, 교육 부재, 조직 역량 저하가 맞물린 결과다. 이를 방치한다면 다단계판매업은 더 이상 성장 산업이 아닌, 인력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쇠퇴 산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 지금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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