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환율에 고통받는 한국 지사
물류비·원자재 등 도미노 상승…제품 가격 인상할까?

지난 3월 발발한 중동 전쟁의 여파로 다단계판매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원·달러 환율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530원을 돌파하는 등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특히 수입 의존도가 높은 글로벌 기업의 한국 지사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업계는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할 경우 수익성 악화를 방어하기 위한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원자재 수급 불안정성 역시 잠재적 위협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다만, 자체 물류 인프라와 견고한 재고 관리망을 갖춘 일부 상위권 기업들은 아직 뚜렷한 타격을 입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수익성 악화 ‘비상’…원부자재 및 물류비 상승 이중고
국내에 진출한 다수의 글로벌 다단계판매업체는 해외 본사로부터 완제품이나 원료를 매입해 유통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결제 대금이 주로 달러나 유로화로 치러지는 만큼, 최근의 환율 급등은 곧바로 원가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 외국계 업체 관계자는 “달러와 유로화가 동반 상승하면서, 당초 설정한 매출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환차손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20%가량 감소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은 ‘고정환율제’를 고수하면서 단기적인 문제는 상쇄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물류비 상승과 원자재 가격 폭등이 맞물리면서 전반적인 마진율이 곤두박질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화장품 용기 등의 기초 원료가 되는 나프타(Naphtha)의 경우, 중동 사태로 공급망이 경색되며 가격이 크게 뛰었다. 이로 인해 국내 중소 화장품 제조사들이 용기 생산에 차질을 빚거나 납품 단가를 올리는 등 연쇄적인 파급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업계 내부에서는 ‘제품 가격 인상’도 고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업체의 관계자는 “올해 가격 인상은 기정사실화”라고 단언하면서 “고환율이 지속된다면 도미노처럼 모든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다른 업체들도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아직 본사 차원의 고정환율 변경 지침은 하달되지 않았으나, 내부적으로 인상 여부를 심도 있게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재고 소진 시점부터가 ‘진짜 위기’…상위권 업체는 선제 대응
더 큰 위기는 현재 보유 중인 재고가 바닥나는 시점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수입 물량 발주 시 눈덩이처럼 불어난 물류비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재고가 넉넉한 업체들은 당장 위기감을 체감하지 못하겠지만, 기존 물량이 소진되는 시점부터는 원가 압박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한 다단계판매업체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리드타임(상품 주문부터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을 대폭 늘려 잡고 있다. 해당 업체는 중동 지역에서 제품을 수급하는데, 해상 운송의 변수를 고려해 평소보다 긴 70~90일가량의 여유를 두고 발주를 진행 중이다. 업체 관계자는 “약 2년 전 하마스 분쟁 발발 시점부터 물류 지연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배송 기간을 넉넉히 확보해 왔다”며 “현재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감 속에서도 화물선은 차질 없이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규모 자본력과 인프라를 갖춘 상위권 기업들은 이번 고환율 사태에 상대적으로 의연한 모습이다. 한국암웨이는 아시아 물류 허브인 부산물류센터를 적극 활용하고, 상당수 제품을 국내에서 로컬 생산하며 환율 리스크를 상쇄했다. 전 제품을 수입에 의존하는 피엠인터내셔널코리아도 대량 발주 시스템을 통해 고환율의 파도를 비껴갔다고 밝혔다. 시너지월드와이드코리아 역시 현재로서는 고정환율 조정이나 제품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사업자 후원수당 산정은 ‘변동 없음’ 유지
이러한 악재 속에서도 판매원들의 수익과 직결되는 ‘후원수당’ 산정 기준은 당분간 현행을 유지할 전망이다. 대다수 글로벌 기업은 후원수당 지급 시 실시간 변동환율이 아닌 사전에 정해둔 고정환율을 적용하고 있다.
만약 환율 변동에 따라 수당 지급 기준이 실시간으로 연동될 경우, 최근 같은 초고환율 시기에는 한국 지사가 심각한 재무적 타격을 입을 수 있으며, 수당 계산법이 매번 바뀔 경우 회사와 사업자 모두에게 혼선을 초래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 수입에는 변동환율을 적용하는 기업일지라도, 후원수당 산정만큼은 혼란을 막기 위해 고정환율을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도 “다만 이번 고환율 사태가 장기화되어 한계에 다다를 경우, 기업으로서는 후원수당 산정용 고정환율의 변동까지 검토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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