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뢰 없으면 생존도 없다
글로벌 에센셜 오일 전문 기업 영리빙(Young Living)을 둘러싼 ‘다단계 포기설’이 화제가 되고 있다. 발단은 한 유명 유튜버의 폭로였으나, 이와 관련한 본사의 불투명한 태도와 한국 지사의 모호한 해명이 사태를 더 키우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유튜버가 사과 영상을 올리며 일단락되는 듯했던 논란은 본사의 침묵을 통해 ‘불신’이라는 더 큰 불씨를 지피고 말았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한 기업의 루머 대응 미숙을 넘어, 네트워크 마케팅산업 전체가 직면한 근본적인 위기와 패러다임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가장 먼저 짚어야 할 지점은 기업과 판매원 사이의 깨진 신뢰다. 네트워크 마케팅의 근간은 ‘사람’과 ‘신뢰’다. 기업은 제품력을 담보하고, 판매원은 자신의 사회적 자산인 인적 네트워크를 걸고 제품을 알린다.
하지만 영리빙 본사는 내부 기밀 문건 유출이라는 중차대한 사안에 대해 명확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인스타그램 댓글을 통해 “사실 구분이 힘들면 에센셜 오일을 써보라”는 식의 농담 섞인 대응으로 일관했다. 이는 생업을 걸고 뛰는 브랜드 파트너들을 파트너가 아닌 정보 소외 계층으로 취급하는 오만한 태도다. 신뢰가 무너진 네트워크에서 판매원의 충성도를 기대하기란 불가능하다.
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은 영리빙코리아의 재무 상태다. 2024년 기준 매출은 소폭 성장했으나, 200억 원이 넘는 부채와 149억 원 규모의 자본잠식 상태는 ‘철수설’이나 ‘모델 변경설’이 단순한 헛소문이 아님을 방증한다. 한국 지사 측의 “상세 내용은 대외비”라는 답변은 시장의 의구심을 해소하기보다는 증폭시키고 있다. 재무적 위기는 곧 보상 체계의 불안정으로 이어지고, 이는 현장에서 발로 뛰는 판매원들의 이탈을 가속화하는 기폭제가 된다.
말은 하지 않아도 이러한 사정은 영리빙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글로벌 네트워크 마케팅기업들 사이에서도 최근 사업 모델의 대대적인 수정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 기업 스스로 한계를 직감하고 있다는 시그널이다.
업계 전체가 정체되는 까닭은 ‘판매원이 안 뛰는 것’이 아니라 ‘시대가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과거처럼 강력한 대인 관계와 보상 플랜만으로 사람을 끌어모으던 시대는 끝났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사라진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더 이상 누군가의 권유만으로 고가의 다단계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다.
기업들이 간과하지 말아야 할 핵심은 내가 원하는 것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이다. 네트워크 마케팅기업들은 오랫동안 제품의 효능보다 보상플랜의 화려함을 앞세워 왔다. 그러나 지금의 소비자들은 본질적인 제품 가치와 투명한 기업 윤리를 요구한다. 판매원들 역시 단순한 ‘영업 사원’이 아니라, 진정으로 가치 있는 제품을 큐레이션하고 고객에게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비즈니스 파트너’로서의 정체성을 원한다.
영리빙 사태는 우리에게 엄중한 질문을 던진다.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맞춰 패러다임을 바꿀 준비가 되었는가, 아니면 과거의 관성대로 기밀과 침묵 뒤에 숨어 위기를 모면할 것인가. 네트워크 마케팅산업이 지속 가능하려면 가장 먼저 판매원과의 신뢰 관계를 복원해야 한다. 투명한 소통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또한, 보상플랜이라는 달콤한 유혹 대신 소비자가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가치를 제품에 담아내야 한다. 신뢰를 잃은 기업에 미래는 없으며, 변화를 거부하는 산업은 도태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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