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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왜 바이오시밀러에 주목하나?

  • 최민호 기자
  • 기사 입력 : 2026-01-16 08:5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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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모있는 식약정보>

▷ 삼성바이오로직스
 

2025년 5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결정을 전격 발표했다. 회사를 존속법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신설법인 ‘삼성에피스홀딩스’로 인적분할하고, 그동안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담당해온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에피스홀딩스 산하로 이관하겠다는 내용이다. 표면적으로는 CDMO(의약품 위탁개발생산)와 바이오시밀러라는 두 사업 축을 명확히 분리하는 조치로 보이지만, 이를 단순한 지배구조 개편으로만 해석하기에는 시점과 배경이 의미심장하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은 지금 ‘특허 절벽(Patent Cliff)’이라는 구조적 전환기에 진입하고 있다. 2025년부터 2030년 사이, 글로벌 매출 상위 바이오의약품 다수가 미국과 유럽에서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으며, 이는 곧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급격한 팽창을 의미한다. 

동시에 각국 규제당국은 바이오시밀러 개발과 허가를 가속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2025년 7월부터 시행되는 의약품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제도 개정은 특허 독점의 ‘길이’를 제한함으로써, 바이오시밀러 진입 시점을 앞당길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환경 변화 속에서 삼성의 선택은 분명하다. CDMO는 규모와 신뢰의 산업, 바이오시밀러는 타이밍과 전략의 산업이다. 서로 다른 게임의 룰을 가진 두 사업을 분리함으로써, 각각의 경쟁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으로 읽힌다.


특허 제도 변화가 만드는 ‘바이오시밀러 시간표’
바이오시밀러 시장 확대의 가장 중요한 제도적 변수는 단연 특허다. 바이오의약품은 화학의약품에 비해 특허 포트폴리오가 복잡하고, 하나의 품목에 다수의 특허가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국내 특허 제도는 하나의 허가에 대해 여러 개의 특허를 각각 연장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특허 독점 기간이 해외 주요국보다 길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2025년 7월부터 시행된 개정 특허법은 이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꾼다. 첫째, 허가일 이후 특허 존속기간의 총 상한을 14년으로 제한한다. 둘째, 하나의 허가에 대해 연장 가능한 특허를 단 하나로 제한한다. 이는 미국(14년), EU(15년)와 유사한 수준으로 제도를 정렬하는 조치다.

이 변화가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특허 만료 이후 시장 진입을 노리는 제네릭·바이오시밀러 기업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출시 시점을 보다 예측 가능하게 설계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1999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에서 연장된 의약품 특허의 90% 이상이 외국계 제약사에 의해 출원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제도 개정은 구조적으로 바이오시밀러 친화적 환경을 조성하는 효과를 가진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주력으로 삼아온 스텔라라, 프롤리아/엑스지바, 아일리아 등 글로벌 블록버스터 바이오의약품 역시 이러한 특허 환경 변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품목들이다. 즉, 제도 변화는 곧 시장 진입 타이밍의 재편이며, 이는 바이오시밀러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전략 변수다.


미국 바이오시밀러 시장, 왜 ‘지금’인가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중심은 단연 미국이다. 2025~2030년 사이 미국에서만 100개가 넘는 바이오의약품 특허가 만료될 예정이며, 해당 품목들의 매출 규모는 수천억 달러에 이른다. 그동안 미국은 바이오시밀러 확산 속도가 유럽보다 느렸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미국 FDA는 바이오시밀러 개발 시 비교임상 3상 시험을 면제하거나 간소화하는 방향의 가이드라인 개정을 예고했고, 유럽 EMA 역시 유사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는 개발 비용과 시간을 동시에 낮추는 결정적 요인이다. 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질수록, 글로벌 대형 바이오시밀러 기업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이 지점에서 삼성은 전략적 선택을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최대 수준의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을 갖춘 CDMO로서, 글로벌 제약사들과 이미 깊은 신뢰 관계를 구축해왔다. 반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미국 FDA 승인 경험을 다수 확보한 바이오시밀러 전문 기업이다. 두 축을 분리했다. 각자의 전문성을 극대화한 상태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구상은 미국 시장의 변화 속도와 정확히 맞물린다.

특히 미국에서는 바이오시밀러의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공급 안정성, 규제 대응 능력, 대량 생산 경험이 중요하다. 이는 단기간에 확보할 수 없는 역량이며, 삼성 그룹이 가진 제조, 품질, 글로벌 운영 경험은 분명한 차별 요소다.


삼성 바이오 전략의 다음 수
삼성의 인적분할은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축소하거나 정리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CDMO와 바이오시밀러라는 서로 다른 사업 모델을 각각 독립적인 성장 엔진으로 육성하기 위한 전략적 전제 조건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존속법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위탁개발생산 파트너로서 이해상충 논란에서 자유로운 구조를 확보하게 되고, 신설법인 에피스홀딩스는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특화된 의사결정과 투자 전략을 보다 유연하게 구사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구조 개편의 배경에는 의약품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제도의 개정이라는 제도적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2025년 7월부터 시행된 개정 특허법은 허가 등에 따른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에 명확한 상한을 설정하고, 하나의 허가에 대해 연장 가능한 특허를 단 하나로 제한했다. 이는 그동안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길게 유지되던 특허 독점 구조를 미국, 유럽과 유사한 수준으로 조정하는 조치로,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진입 시점을 구조적으로 앞당기는 효과를 갖는다.

특히 바이오의약품의 경우 하나의 품목에 물질 특허, 제형 특허, 용도 특허 등 복수의 특허가 중첩되어 보호되는 경우가 많았다. 개정 전에는 이러한 특허들이 각각 존속기간 연장의 대상이 될 수 있어, 실질적인 독점 기간이 허가 이후 15년을 훌쩍 넘기는 사례도 존재했다. 그러나 개정 제도 하에서는 허가일 이후 최대 14년이라는 상한이 적용되고, 연장 대상 특허 역시 하나로 제한됨에 따라 특허 만료 시점의 예측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 이는 곧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이 개발 착수 시점과 허가 전략을 보다 정교하게 설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음을 의미한다.

이 변화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같은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기업에 특히 중요하다. 바이오시밀러 사업의 성패는 단순한 기술력보다도 ‘언제 시장에 들어가느냐’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허 만료 직후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지, 아니면 수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지는 매출 규모와 시장 점유율에 결정적인 차이를 만든다. 제도 개정으로 특허 전략의 불확실성이 줄어든 지금은,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에게 사실상 타이밍 경쟁이 본격화되는 국면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의 규제 환경 변화, 그리고 2025년 이후 본격화되는 대형 바이오의약품의 특허 절벽이 동시에 겹치고 있다. 미국 FDA와 유럽 EMA는 바이오시밀러 개발 과정에서 비교임상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규제 기조를 전환하고 있으며, 이는 개발 기간과 비용을 동시에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허 독점 기간은 짧아지고, 규제 장벽은 낮아지는 구조 속에서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양적·질적으로 빠르게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최민호 기자fmnews@fm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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