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균형과 진정한 풍요의 기술
타인의 손을 잡아주느라 가족의 손을 놓고 있지는 않은가?
<진리를 찾아서…>

『도덕경』 제12장(第12章)
五色令人目盲(오색영인목맹)
오색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五音令人耳聾(오음영인이롱)
오음은 사람의 귀를 먹게 하며,
五味令人口爽(오미영인구상)
오미는 사람의 입을 상하게 하고,
馳騁畋獵 令人心發狂(치빙전렵영인심발광)
사냥과 질주는 사람의 마음을 미치게 하며,
難得之貨 令人行妨(난득지화 영인행방)
얻기 어려운 재물은 사람의 행동을 그르친다.
是以聖人(시이성인)
그러므로 성인은
爲腹不爲目(위복불이목)
눈을 위해 살지 않고 배를 위해 살며,
故去彼取此(고거피취차)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취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자본주의의 정점에 올라 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것 없는 시대를 사는 것이지요. 최근 들어 국제결혼이 보편화되면서 한국 사람들의 속물적 근성에 대해 질타하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습니다. 결혼 전에 갖춰야 할 것은 진실한 사랑만이 아니라 남부럽지 않은 연봉과 주택과 승용차 등등 자본주의 총아라고 할 만한 것들을 서로에게 요구한다는 말이지요.
돈과 주택과 승용차 등등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은 사실에 가깝습니다. 심지어 이것들이 갖춰지지 않고서는 행복을 실현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우리는 지금 중독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마약과 알코올과 유흥과 심지어는 일에도 중독되어 있습니다. 중독이란 어떤 일을 하지 않으면 못 견디는 상태를 말합니다. 대개 중독은 결핍에서 기인하는 게 아니라 과잉에서 비롯되는 수가 많습니다. 결핍 상태에서는 관심도 두지 않던 것들이, 충족에서 넘쳐 과잉으로 이행할 때는 치명적인 유혹이 되는 것이지요.
노자는 수천 년 전에 이미 현대 사회의 중독을 예견했습니다. 그는 시각, 청각, 미각이라는 감각적 자극이 극대화될 때, 역설적으로 인간의 본질적인 감각은 마비된다고 경고합니다.
오색(五色)이 눈을 멀게 한다는 말은 꼭 색깔의 문제가 아니라 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가리킵니다. 시각적 유혹은 다른 모든 감각에 가해지는 유혹을 합친 것보다 몇십 배, 몇백 배 더 치명적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걷는 길은 화려한 LED 광고로 가득하고 스마트폰을 열면 원초적 욕망을 자극하는 짧은 형식 영상들이 끝없이 올라옵니다. 화려하게만 보이는 타인의 삶을 동경한 끝에 어처구니없는 범죄를 저지른 사례도 비일비재하게 SNS를 타고 퍼져나갑니다.
인플루언서들이 보여주는 삶과 실제 그들의 삶이 다를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들을 따라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성인지도 모르지요. 과장된 자신의 삶을 보여주는 그들 또한 빈약한 삶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동안 정작 자신의 안에 내재한 진실한 빛은 잃어버리기에 십상입니다.
눈의 유혹 못지않게 귀 통한 유혹도 만만치 않습니다. 오음(五音)이란 내 귀에 들려오는 모든 소리를 말합니다. 자극적인 뉴스, 비난의 목소리, 끊임없는 소음 속에서 우리는 판단 기준을 잃어버리곤 합니다. 세상의 모든 사기 행각은 귀로 들은 환상을 실제로 가능할 것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정상적인 나라면 분명히 거부했을 일들을 욕망에 귀가 먹어 기정사실 화하는 것. 더구나 집단으로 귀가 먹을 때 ‘단군 이래 최대’라는 말이 붙게 됩니다.
또한 자극적인 음식은 일시적 포만감과 스트레스를 풀어주지만, 음식이 음식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몸을 망치는 독이 됩니다. 또 더 강한 자극을 요구하면서 우리의 영혼을 허기지게 만듭니다. 진정한 미식가는 재료가 지닌 원래의 맛을 즐기고 그 가치를 찾을 줄 아는 사람을 말합니다.
대부분 남성들은 자동차에 열광합니다. 속도에 열광하는 것이지요. 고급 자동차들이 벌이는 광란의 질주로 인한 뒷얘기들이 심심찮게 언론에 보도됩니다. 자동차가 없던 시절의 남성들은 말을 달리며 속도를 만끽했습니다. 전혀 물욕이라고는 없을 것 같은 사람도 자동차만은 포기할 수 없다고 버티기도 합니다. 노자는 속도는 사람을 광기로 몰아넣는다고 했습니다. 자동차 경주 신(Scene)은 액션 영화에서는 빠지지 않는 성공 조건이기도 하지요.
지금 우리는 어디로 달려가고 있습니까? 속도에 대한 열광은 한국에서는 ‘빨리빨리’로 나타납니다. 물론 가장 효율적으로 일하는 게 빨리 끝내는 것이지만 그 속도에 맞추지 못하는 사람을 일제히 지적해 무능력자라고 매도하기에는 의심스러운 점이 많습니다. 빨리 가려는 욕심에 눈이 멀면 길이 보이지 않고, 경고음이 들리지 않습니다. 목표를 향해 매진하는 것은 무엇보다 바람직합니다만, 그 과정에서 당신의 마음이 미쳐가고 있다면 그것은 성취가 아니라 파괴에 불과할 뿐입니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한참 동안 말을 달리고 나서는 가만히 멈춰서 잠시 기다린다고 하지요. 자신의 영혼이 미처 따라오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들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고속 성장을 거듭하며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서는 역사상 유례없는 성과를 거두기는 했지만, 그 덕분에 우리의 영혼은 미처 우리를 따라오지 못하고 길을 잃었을 수도 있습니다.
새해가 밝고 누구나 자신의 꿈과 목표, 그리고 계획을 점검했을 겁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의 꿈은 얻기 어려운 보물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꿈이 커야 깨지더라도 조각이 크다는 말이 우스개처럼 나돌지만, 그것은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자조적인 표현입니다. 그런 사람은 아예 꿈을 이룰 생각이 없이 어찌 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만 하고 있었을 뿐일지도 모릅니다.
꿈도 목표도 그리고 계획도 좀 벅차기는 하지만 최선을 다했을 때 성취할 가능성이 충분한 것이어야 합니다. 얻기 어려운 보물을 탐내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습니다. 현대의 경제활동이란 결국 노동과 돈을 맞바꾸는 것에 불과합니다. 내 노동을 통해서 얻을 수 없는 것을 내 손에 넣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무리한 사업 확장이나 도둑질, 강도질밖에 없습니다.
돈은 당연히 필요한 것이고 돈이 있으면 편리하고 편안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얻기 어려운 재화를 가진 사람들은 그것을 수단으로 활용할 뿐 목적으로 삼지는 않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가 간절하게 바라는 모든 것들은 이미 우리가 지닌 것입니다. 유리걸식하지 않는 이상은 누구나 저녁이면 깃들 보금자리가 있고, 한 몸 따스하게 감싸주는 옷이 있고, 가방이 있고, 따뜻한 밥 한 끼 먹을 수 있는 정도의 돈을 갖고 있습니다. 문제는 지금 지닌 것보다 더 크고, 화려하고, 높고, 많은 것에 마음을 두기 때문에 자신을 과소평가하여 들볶는 것입니다. 정말 부자는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하지요. 우리 주위에는 재물은 넘치도록 가지고 있지만, 영혼은 여전히 가난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성인은 배를 위하지 눈을 위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눈을 위한다는 말은 타인의 삶에 주목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타인의 평가, 겉치레, 유행, 화려한 스펙, 비교하는 마음. 즉, 밖으로 향하는 삶입니다. 반면 배를 위한다는 말은 내면의 충족감, 기본에 충실함, 육체적 건강, 정신적 평화, 자아실현. 즉, 안으로 향하는 삶입니다.
눈은 아무리 많이, 아무리 오랫동안 보더라도 질리지 않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하루에도 몇 시간씩 유튜브를 시청하고 틱톡 영상과 릴스를 시청합니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는 단 한 시간 동안이라도 지속해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한계가 분명한 것이지요. 욕망에 한계를 두어야 합니다. 내가 정말 무엇을 원하는지, 어느 때 내 영혼이 가장 평온한지를 아는 것입니다.
하루에 단 1시간 만이라도 스마트폰을 놓고 침묵 속에 머물러 보십시오. 오색과 오음에서 벗어나 보십시오. 그때 비로소 당신의 뇌는 휴식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샘솟기 시작할 것입니다.
성공은 밖에서 안으로 채우는 것이 아닙니다. 안에서 밖으로 흘러넘치는 것입니다. 화려한 오색에 눈멀지 말고 각자의 고유한 빛을 찾으십시오. 저 멀리 있는 것에 마음 뺏기지 말고 가까이 있는 것, 내 곁에 있는 것부터 보듬고 챙겨야 합니다. 성공을 빌미로 가장 가까이 있어야 할 가족을 팽개치고 있지는 않은지요? 타인의 손을 잡아주느라 가족의 손을 놓고 있지는 않은지요?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취하는 것이야말로 동서고금을 막론한 진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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