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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규제 풀어야 ‘자활적 기본소득’ 창출한다

  • 기사 입력 : 2026-01-09 08:4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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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판매업계의 2025년 성적표는 냉정하면서도 의미심장하다. 2년 연속 이어졌던 매출 감소세가 멈추고 조합 기준 약 4조 6,000억 원 수준에서 보합을 기록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 신호다. 지난해 초 4조 원대도 깨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으나 용케 2024년도와 유사한 수준으로 선방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수천억 원대 매출을 올리던 대형 기업의 업종 전환 효과가 반영된 결과라는 걸 감안하면, 현장의 체감 경기가 여전히 차갑다는 업계의 목소리 역시 외면하기 어렵다. 숫자는 멈췄지만, 활력은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정체 국면은 쇠퇴의 전조라기보다 전환의 문턱에 가깝다. 인구 구조 변화와 저성장 기조, AI 기반 부업 확산 등 환경은 달라졌지만, 다단계판매를 포함한 직접판매산업이 지닌 본질적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문제는 산업의 잠재력이 아니라, 이를 가로막고 있는 제도와 인식이다.

이제 다단계판매를 단순한 유통 방식이나 논란의 대상이 아닌, ‘자활적 기본소득(Self-reliant Basic Income)’을 가능케 하는 경제 플랫폼으로 재정의해야 한다. 정부 재정에 의존하는 정책적 기본소득과 달리, 직접판매는 개인의 노력과 네트워크를 통해 스스로 소득을 창출한다.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낡고 과도한 규제를 과감히 걷어낸다면, 이 산업은 복지 지출을 늘리지 않고도 경제 활동 인구의 이탈을 막는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글로벌 기준과 동떨어진 후원수당 규제, 품목 제한, 과잉된 행정 부담은 더 이상 방치돼서는 안 된다. 불법 유사수신과 합법 다단계판매를 명확히 구분하는 전제 아래, 규제는 정밀해지고, 산업은 더 자유로워져야 한다. 정부 당국의 인식 전환과 결단이 절실하다.

직접판매산업의 재도약은 중소 제조기업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오늘날 수많은 중소기업은 거대 플랫폼의 독점 구조 속에서 ‘울며 겨자 먹기’식 헐값 납품을 강요받고 있다. 수수료와 광고비를 제하고 나면 남는 것이 없는 악질적 관행은 제조 기반을 잠식하고 있다. 심지어 잘 팔리는 상품을 납품 업체 몰래 제조한 다음 거래를 끊어버리는 악질적인 행위도 관행으로 이어져 오고 있지 않은가.

이때 회원 기반을 갖춘 직접판매채널은 중소기업에 합리적인 마진과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하는 대안적 유통로가 될 수 있다. 제품력만 있다면 브랜드 규모와 무관하게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갈 수 있는 구조야말로 상생의 출발점이다.

물론 산업 내부의 각성도 필수적이다. 회원들은 단기 수익과 과장된 성공 신화를 좇기보다, 소비자 신뢰를 기반으로 건전하게 활동해야 한다. 목표에 매몰돼 제품을 사재거나, 사잰 제품을 인터넷에 헐값으로 풀어버리는 제 살 깎아 먹는 행위는 절대적으로 지양해야 판매원 개인도 발전하고, 기업도 발전하고, 더 나아가 산업 전체가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기업은 권위적인 교육과 천편일률적인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투명한 보상 체계와 디지털 트렌드를 적극 도입하고 적용하는 혁신으로 젊은 세대와 호흡해야 한다.

2026년은 단순한 회복의 해가 아니라, 다단계판매를 재정의하고 도약하는 해가 돼야 한다. 규제는 풀고, 신뢰는 높이며, 구성원 모두가 성숙한 책임을 다할 때 다단계판매는 국민의 삶을 지탱하는 자발적 소득 플랫폼이자 중소기업의 든든한 파트너로 다시 날아오를 수 있다. 위기는 준비된 사람에게는 기회가 된다. 준비된 기업도 마찬가지다. 지금이 바로 그 전환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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