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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사칼럼> 경업금지약정 어디까지 효력이 인정될까

  • 기사 입력 : 2025-12-12 08:4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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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경쟁력 보호를 이유로 직원들에게 ‘경업금지약정’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경업금지약정이란 근로자가 퇴직 후 일정 기간 동안 사용자와 경쟁관계에 있는 회사로 이직하거나 스스로 유사 영업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술과 영업비밀 보호를 위해 필요할 수 있지만, 근로자 입장에서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장치가 될 수 있어 노사 간 갈등이 빈번하다. 문제는 이러한 약정이 어디까지 법적으로 허용되는가 하는 점이다.

‘경업금지약정’에 관한 명문 규정은 없다. 다만 헌법 제15조가 보장하는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기준법 제7조가 금지하는 강제근로 규정을 전제로, 계약 자유의 원칙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결국 경업금지약정은 명시적 조항이 아니라 헌법과 민법, 근로기준법 등 일반 규정의 해석을 통해 인정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경업금지약정은 언제 유효하고 언제 무효일까? 대법원은 일관되게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약정은 무효라고 보고 있다(2010. 3. 11 선고 대법원 2009다82244 판결 등). 세부 판단 기준으로는 ▲보호할 만한 사용자 측의 이익이 존재하는지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 업무 ▲경업 제한의 기간과 지역·대상 직종 범위 ▲대가의 제공 여부 ▲퇴직 경위와 사유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보호할 만한 사용자 측의 이익’이다. 단순히 인력 유출을 막겠다는 추상적인 목적만으로는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법원이 인정하는 이익은 주로 영업비밀, 고객관계, 특수한 기술이나 노하우와 같이 회사가 실질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는 자산이다. 예컨대 일반적인 사무직 근로자는 경쟁사로 이직하더라도 회사의 핵심 이익이 침해될 위험이 크지 않지만, 영업 담당자가 주요 거래처 정보를 가지고 경쟁사로 옮기는 경우에는 회사가 쌓아온 신뢰와 영업망이 직접적으로 위협받게 된다. 따라서 사용자는 약정을 체결할 때, 구체적으로 어떤 이익을 보호하려는 것인지 명확히 하고, 법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 수준인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단순 사무직 직원에게 5년 동안 동일 업종 전체에 이직하지 말라는 경업금지약정을 요구한다면, 이는 사용자의 이익을 넘어선 과도한 제한으로 무효가 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핵심 기술을 다루는 연구직 근로자가 단기간이라도 경쟁사에 전직할 경우 기업의 영업비밀이 심각하게 침해될 우려가 있는 상황이라면 일정 기간의 제한은 정당화될 수 있다. 

약정의 범위와 기간이 합리적이어야 한다. 기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으나, 법원은 구체적 사정을 따져 과도하게 장기간 설정된 약정은 무효로 판단해 왔다. 한편 경업금지의 지역이 전국 단위로 광범위하게 제한하는 것보다는 실제 영업 활동 지역에 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사용자 측이 근로자에게 별도의 보상이나 대가를 제공했는지도 중요한 요소다. 근로자가 경업금지의무를 지는 동안 생계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 불공정한 약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경업금지약정은 기업의 영업비밀과 경쟁력 보호라는 목적과, 근로자의 직업선택 자유 보장이라는 헌법적 가치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문제다. 사용자는 막연히 모든 직원에게 일률적으로 경업금지약정을 요구하기보다는,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직무나 핵심 인력에 한정하고, 합리적 범위 내에서 기간·지역·대가를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근로자 역시 퇴직 후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기 위해 약정 내용의 유효성을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

 

 <오세찬 노무사>

노무법인 한국노사관계진흥원 · ☎ 02-3272-8005 · www.nosa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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