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돋보기

중견기업은 왜 실패하는가?

  • 두영준 기자
  • 기사 입력 : 2025-11-14 08:53:28
  • x

“간섭은 많고, 이해는 부족…사업자들도 신중히 선택해야”

중견기업이 출자한 다단계판매업체들이 최근 수년 사이 잇따라 영업을 종료하고 있다다단계판매는 초기 투자에 비해 빠른 성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유통사·제조사의 관심을 받아왔다그러나 막연히 돈이 된다는 이유로 뛰어들었다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사업을 접는 사례가 늘면서그 피해는 고스란히 사업자와 임직원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업계에서는 리더 영입 실패오너의 과도한 경영 개입경쟁력 없는 제품 등이 이들 업체의 철수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기업 
간판만으로는 안 통해
종근당건강이 출자한 다단계판매회사 씨에이치다이렉트(前 에이뉴힐)가 11월 7일 오후 1시를 기점으로 영업을 종료했다회사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오랜 기간 씨에이치다이렉트를 신뢰하고 아껴주신 회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며 지난 7년여 동안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공지했다.

씨에이치다이렉트는 
2019년 종근당건강이 설립한 다단계판매 법인 에이뉴힐에서 출발했다서울시에 다단계판매업으로 등록한 뒤 건강기능식품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했으며올해 사명을 씨에이치다이렉트로 변경했다.

회사 관계자는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회사는 물론이고 사업자분들 입장에서도 더 이상 사업을 지속하는 데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초기 조직 구축에 어려움을 겪은 데다회사 설립 이듬해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본격적인 성장을 이루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규모가 큰 기업이 출자해 설립한 다단계판매회사가 사업을 접거나 실적 부진을 겪은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

웅진그룹이 설립한 웅진릴리에뜨
(後 웅진생활건강역시 2016년 다단계판매업으로 출발했지만 2022년 후원방문판매로 전환하며 다단계사업을 종료했다웅진릴리에뜨는 2016~2021년까지의 기간 동안 2020년을 제외하고는 해마다 매출이 감소했다. 2016년 56억 원의 매출을 올린 웅진릴리에뜨는 2021년 14억 원까지 줄면서 사업을 접었다.

웅진릴리에뜨의 전 관계자는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2017년 대표사업자가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그뒤로 분위기가 꺾이기 시작했다며 제품도 변별력이 없었다고 기억했다.

이외에도 제너시스비비큐의 윤홍근 회장 일가가 지난 
2013년 지분 100%를 투자해 다단계판매업체 지엔에스하이넷을 설립했다그러나 사업이 순탄치 않자 2016년 다단계영업을 종료했고자본잠식 등을 이유로 2019년 지엔에스하이넷을 매각했다.

최근에는 지엔에스하이넷과 관련한 법적 문제가 불거져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2023년 1월 윤홍근 회장이 지엔에스하이넷에 수십억 원을 대여하도록 한 뒤 상당액을 회수하지 않아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후 지난해 
10월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윤 회장에게 벌금 3,000만 원을 선고했다재판부는 지엔에스하이넷이 윤홍근 회장의 가족회사이지만제너시스비비큐 그룹의 계열사처럼 운영됐다고 판단했다.

교원그룹 역시 
2017년 교원더오름(現 교원헬스케어)을 설립하며 다단계판매 시장에 뛰어들었다설립 2년 만인 2019년에는 469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단숨에 업계 19위에 오를 만큼 빠른 성장세를 보였으나, 2020년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으며 급격한 하락세로 전환했다. 2024년 기준 매출은 191억 원으로 줄었고당기순이익도 48억 원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법 위반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서울시는 2024년 4월 3일 대표자 변경을 기한 내 신고하지 않은 교원더오름에 과태료 400만 원을 부과했다이어 같은 달 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정보공개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에 거짓자료를 제출한 교원더오름에 대해 방문판매법 위반 혐의로 벌금 2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사업자를 직원처럼
구조는 방판처럼
다단계판매는 교육사업자 관리보상플랜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지만확장성만 기대하고 뛰어들었다가 투자금만 날리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대기업 출자사를 컨설팅했다는 한 관계자는 
지주사 오너가 주말에 그룹장들 불러 모아 실적 안 나온다고 윽박지르고실적 부진 관련 보고서까지 작성하게 했다며 사업자들을 부하직원 다루듯이 하니 리더들 반발도 컸고 그 업체는 얼마 못 가 폐업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기업이 만든 다단계회사의 제품을 홈쇼핑올리브영 같은 드럭스토어인터넷 쇼핑몰에서도 판매하는데누가 굳이 다단계를 통해 사겠느냐고 반문하면서 대기업 계열 다단계회사의 공통점은 업계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데 경영 개입은 과도하다는 점이다다단계를 하면서 방판 스타일을 고수한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그는 또 모기업의 자본력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사업자들도 회사를 신중히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두영준 기자 mknews@mknews.co.kr

※ 저작권자 ⓒ 한국마케팅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