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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의 틀을 깬다

  • 최민호 기자
  • 기사 입력 : 2025-10-30 17: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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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엔으로 다시 시작된 신화


▷ (좌측부터) 오충헌 의장, 장철영 대표


모든 시작에는 믿음이 있었다. 군대 시절 운전병으로 근무하며 익힌 생계의 기술로 1톤 트럭을 몰고 수산물 행상을 시작했던 한 청년은 20여 년 뒤 매출 1,000억 원 규모의 유통기업을 일궜다.

인천 연안부두의 차가운 새벽공기 속에서 출발한 오충헌 의장의 여정은 수산물 유통이라는 좁고 험한 길 위에서 꺾이지 않았다. 오충헌 의장은 누구보다 일찍 출근하고, 누구보다 늦게 퇴근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시장 속에서도 그는 한 가지 원칙을 고집했다. “사람과 신뢰가 빠진 유통은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단단한 신념은 곧 기업의 정체성이 되었다. 신화유통은 전국 도매 유통망을 연결하며 생산자와 도매상을 잇는 상생 구조를 구축했고, 수산물뿐 아니라 농축산물·냉동·냉장 수출입, 온라인 유통, 3PL·4PL 물류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한 우물’에서 시작된 신화는 ‘종합 유통’으로 진화하며 거대한 유통 생태계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오충헌 의장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10월 네트워크 마케팅 전문기업 엔지엔(주)(대표 장철영)을 설립하며 또 한 번의 도전에 나섰다. “유통의 본질은 결국 사람에게 있다”는 철학을 그대로 담아낸 새로운 실험이었다.


인연이 만든 기업, ‘엔지엔’의 시작
오충헌 의장은 엔지엔의 설립을 “사람이 이끈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말한다. 그 중심에는 그의 오랜 친구이자 현재 엔지엔을 이끌고 있는 장철영 대표가 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중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교복을 입은 소년 시절부터 늘 ‘무언가를 만들어보자’고 이야기하던 장 대표는 국내 굴지의 네트워크 마케팅 회사에서 오랜 시간 경력을 쌓은 후 제주도로 건너가 천연 원료로 물티슈와 비누를 만드는 제조사업에 뛰어들었다. 오 의장은 친구의 사업을 보며 ‘제품은 좋은데 판매의 길이 막혀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때 생각했죠. ‘장철영 대표가 만든 제품을 내가 유통해보면 어떨까?’ 그가 제품을 책임지고, 나는 사람과 시장을 책임지는 구조라면 분명 통할 거라고 봤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20년 넘게 각자의 길에서 쌓은 경험을 하나로 합쳤다. 그리고 세 번째 인연, 주재현 고문이 합류하면서 그림은 완성됐다. 주 고문은 2009년부터 네트워크 마케팅업계의 다양한 글로벌 회사에서 활동하며 성공을 거둔 베테랑 사업자다.

“장 대표의 창의성, 주 고문의 업계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이해도, 그리고 나의 유통 경험이 맞물리면 어떤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늘 회의에서 ‘사람이 중심이 되는 유통’을 이야기합니다. 엔지엔의 모든 출발점은 사람이에요.”


네트워크와 유통이 만나는 지점
엔지엔은 단순한 네트워크 마케팅 회사가 아니다.

전통 유통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한 소비자 직접판매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는 기업이다. 오충헌 의장은 이를 “유통의 탈중앙화”라고 정의한다.

“신화유통의 수산물 시장도 대기업이 쉽게 들어올 수 없는 특수한 시장입니다. 네트워크 마케팅 시장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이런 틈새 시장이야말로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엔지엔은 생필품 중심의 제조를 기반으로 하지만, 그 회전율이 유통의 힘을 결정합니다. 저는 지금의 100명이 1만 명, 10만 명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 과정에서 사람과 시스템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는 네트워크 마케팅을 “유통의 민주화”라고 생각한다. 거대한 자본이 아닌 개인의 열정과 신뢰가 움직이는 시장, 그리고 소비자가 곧 판매자가 되는 구조라는 것.

▷ Interview - 오충헌 의장


“결국 유통은 신뢰입니다. 제품이 좋고, 사람이 중심에 있다면, 네트워크 마케팅은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투명하고 효율적인 유통 구조로 진화할 수 있습니다.”

오충헌 의장은 엔지엔을 통해 수산물과 생활용품을 동시에 네트워크화하려는 비전을 그리고 있다. ‘집 앞까지 배달되는 수산물’이라는 새로운 모델은 기존의 B2B 중심 구조를 B2C로 확장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쿠팡처럼 물류를 집 앞까지 연결하는 게 우리의 이상이에요. 회원과 회사가 함께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 그게 엔지엔이 제시하고 싶은 새로운 원동력입니다.”


신뢰의 경영, 그리고 ‘길목의 철학’
오충헌 의장이 말하는 유통의 본질은 언제나 ‘신뢰’로 귀결된다. 그는 이를 ‘길목의 철학’이라 부른다. “물고기를 쫓지 말고, 길목에 그물을 쳐야 한다.” 이 말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사업을 대하는 태도 그 자체다.

“단기적인 이익에 매몰되면 길을 잃게 됩니다. 중요한 건 언제, 어디서, 누구와 함께 준비하느냐예요. 사업자들이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그들은 반드시 완주합니다.

저는 그들이 마음 놓고 뛸 수 있는 길목을 만들어주는 사람이고 싶어요.”

이 철학은 신화유통을 24년 동안 지탱해온 핵심이기도 하다. 여기에 그는 어떤 약속이든 반드시 지키는 기업문화를 강조한다.

“오늘 못 지키면 내일도 못 지킵니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아요. 작은 약속을 쌓다 보면, 어느새 그것이 회사의 신용이 됩니다.”

그는 엔지엔이 네트워크 마케팅 산업의 이미지를 바꾸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내 네트워크 시장은 일시적이고, 신뢰가 부족하다는 인식이 많았죠. 우리는 그 틀을 바꾸고 싶습니다. 사람 중심, 신뢰 중심의 비즈니스로 시장을 다시 설계할 겁니다.”


글로벌을 향한 신화의 확장
신화유통이 국내 수산물 시장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확보했다면, 엔지엔은 그 성공을 기반으로 새로운 글로벌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오충헌 의장은 올해 11월, IT 기반 시스템이 완비되는 시점부터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다.

“사업은 흐름이 있어야 합니다. 국내 시장에서 구조를 안정화한 뒤, 해외 채널을 열 겁니다. 모든 걸 동시에 할 수는 없지만, 확실히 준비된 하나의 모델로 나가야죠.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국내에서 성공한 시스템을 글로벌로 확장하겠습니다.”

그의 목표는 단순한 수출이 아니다. 해외 파트너와의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형 유통 모델을 이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엔지엔은 온라인 플랫폼, 물류 시스템, 글로벌 결제 인프라를 통합한 IT 유통 기반을 구축 중이다.

“우리가 만든 플랫폼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채널이 아니라, 사람과 신뢰, 그리고 꿈을 연결하는 장이 되어야 합니다.”


다시, 사람으로 돌아가다
오충헌 의장은 지금도 매일 새벽, 신화유통의 물류센터를 돌며 직원들을 만난다.
 

그의 손에는 여전히 작업장 장갑이 쥐어져 있다. 그는 말한다. “내가 현장을 떠나면 회사는 죽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의 곁에는 장철영 대표가 있다. 오랜 친구에서 든든한 사업 파트너로, 두 사람의 관계는 이제 하나의 ‘비전’으로 확장됐다. “우린 같은 꿈을 꿉니다. 사람 중심의 유통, 신뢰를 잇는 유통. 그게 우리가 엔지엔을 통해 만들고 싶은 미래예요.”

 
최민호 기자fmnews@fm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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