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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낮추는 것이 가장 완전한 道

  • 권영오 기자
  • 기사 입력 : 2025-10-30 17: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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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다투지 않고도 온 산천을 적셔주고 바다로 간다

<진리를 찾아서…>

▷ Canva로 생성한 이미지
 

『도덕경』 제8장 (第八章)


上善若水(상선약수)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

水善利萬物而不爭(수선리만물이부쟁)
물은 모든 것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는다

處衆人之所惡 故幾於道(처중인지소오, 고기어도)
뭇사람들 싫어하는 곳에 처하기에 도에 가깝다.

居善地(거선지)
좋은 땅을 가려서 머물고

心善淵(심선연)
깊은 못처럼 그윽한 마음으로

與善仁(여선인)
남을 대할 때는 인자하게

言善信(언선신)
말은 신의 있게

正善治(정선치)
다스림은 곧게

事善能(사선능)
일함은 능숙하게

動善時(동선시)
움직임은 때를 잘 맞춘다

夫唯不爭(부유부쟁)
오직 다투지 않으므로

故無尤(고무우)
허물이 없다

하늘과 땅이 길고 오래된 까닭을 물었던 제7장에서 노자는 “스스로 살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 말했습니다. 그 연장선에서 제8장은 ‘스스로를 낮추는 것’이야말로 가장 완전한 도(道)의 표현임을 보여줍니다. 

하늘과 땅이 무위(無爲, 억지로 뭔가를 하지 않음) 덕성으로 장구하다면, 인간이 행해야 할 길은 바로 ‘물’처럼 존재하는 것입니다. 물은 아무리 높은 산에서 떨어져도 다투지 않고, 낮은 곳으로 흐릅니다. 자신을 낮추되 세상을 살립니다. 

우주에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가능성을 가늠할 때 가장 기본적으로 탐구하는 것이 물이 있느냐의 여부입니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면서 갈증을 달래주고, 씻어주고, 실어서 데려다줍니다. 그것이 바로 상선(上善), 가장 높은 선입니다.

물은 만물을 살리되 공을 내세우지 않습니다. 이 세상의 거의 모든 사람은 물이 없다면 생명도 없다는 사실을 잘 압니다. 그러나 물은 생명을 낳고 길러도 “내가 살렸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강물이든 빗물이든 늘 아래로 흘러갑니다. 그 낮은 자리에서 생명을 키워내고, 마른 대지를 적시며, 생태계를 순환시킵니다. 그러면서도 결코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노자가 상선약수라 한 이유는 단순히 물이 유연하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자리를 다투지 않는 겸손이야말로 도의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지도자가 자리를 다투지 않으면 그 자리는 자연스레 그에게 돌아옵니다. 리더가 공을 탐하지 않으면 구성원들이 그를 존경하게 됩니다. 이것이 물의 도(道)입니다.

물은 낮은 곳을 마다하지 않는 용기의 상징입니다. 진정한 용기는 꼭대기를 향해 가기 위해 암벽도 불사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낮아지기 위해 골짜기도 마다하지 않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꺼리는 곳, 피하고 싶어하는 곳에 물은 기꺼이 머뭅니다. 진창과 웅덩이도 마다하지 않고, 그곳에서도 생명을 틔웁니다.

리더에게 필요한 덕목도 이와 같습니다. 누구나 높고 편한 자리를 원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리더는 어려운 자리, 불편한 자리를 스스로 선택합니다. 그곳이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출발점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혁신과 변화는 불편을 감내한 한 사람의 용기에서 시작됩니다. 

그리하여 리더는 눈을 밟아 길을 만들고 추종자들은 그 길을 따라가는 것이겠지요. 리더는 시야는 넓히되 자리는 낮아야 합니다. 스스로를 낮춰야 세상이 그를 높입니다. 리더는 기꺼이 낮은 곳에 앉을 줄 알아야 합니다. 교만하지 말고, 늘 자리를 내어줄 줄 아는 사람이 돼야 합니다. 

마음이 얕으면 세상의 모든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는 법입니다. 그러나 마음이 깊으면, 그 어떤 소리도 스며들지 않습니다. 비판보다 이해가, 경쟁보다 포용이 더 큰 힘을 발휘합니다. 

말은 신실해야 합니다. 달콤한 말로 유혹하는 사람의 혀 속에는 비수가 숨겨져 있을 때가 많습니다. 리더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신뢰를 확보하는 사람입니다. 

물은 자신과 친하거나 마음에 드는 특정한 곳만 적시지는 않습니다. 낮은 곳이라면 어디든 사양하지 않고 적셔 생명을 약동하게 합니다. 맡은 일에는 능숙해야 합니다. 능력이 없는 선의는 현실을 구제하기는커녕 함께 하는 사람들을 구렁텅이로 끌고 가기 십상입니다. 또 움직일 때는 때를 알아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밭에 훌륭한 씨를 뿌리더라도 그때가 겨울이라면 아무것도 거둘 수 없습니다. 때를 알면 대부분의 일이 순조롭게 풀리는 거지요. 철이 없다는 것, 철을 모른다는 것이 바로 적당한 때를 아는 지혜가 없다는 말입니다.

성인은 어떠한 경우에도 다투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허물을 짓지 않습니다. 아무리 가벼운 싸움이라도 싸움은 흔적을 남기고 상처를 남깁니다. 피투성이가 되도록 싸워 이겨서 얻는 것보다, 싸우지 않고 양보해서 얻는 것이 더 많을 때가 허다합니다. 

세상의 본질은 경쟁이라 하지만 노자는 다투지 않음으로써 이긴다는 역설을 제시합니다. 물은 강을 만들며 흘러가지만, 강과 다투지 않습니다. 바위에 부딪히면 돌아가고, 막히면 스며들고, 결국엔 바다로 향합니다. 이것이 도가 작용하는 방식입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도 같습니다. 논쟁에서 이기려 하면 말이 거칠어지고, 이익을 다투면 마음이 좁아지고 사악해집니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논쟁을 시비로 비화시키고, 때로는 폭력으로 번져 심하게는 상대의 목숨을 빼앗기도 합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을 생각할 때 반드시 명심해야 하는 말입니다. 그러나 물처럼 다투지 않으면 세상은 스스로 길을 열어 줍니다.
 늘 높은 곳만 우러르는 사람은 낮은 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아래에 마음을 두고 보살피는 사람은 높은 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높은 곳의 마음은 물과 같이 아래로 흘러 온 자연과 온 인류를 함께 자라게 하는 것입니다. 


 


권영오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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